23장. 혼란 1
“저기.”
윤태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지아는 그대로 바닷가로 향했다. 세연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따라갔다.
“도대체 뭐야?”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로 돌아봤다.
“강지아 씨?”
윤태는 입을 꾹 다물었다.
===========================
“언니 왜 그래요?”
“뭐가?”
“아니 갑자기 이상하잖아요.”
“아니.”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런 말에 하나하나 다 반응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윤태 씨가 말하는 거 들었잖아. 여기에서는 자존심이 구겨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그렇게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그렇게 들었어.”
“에이.”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지아에게 팔짱을 꼈다.
“언니도 이윤태 씨가 좋은 거 아니에요?”
“아니.”
지아는 화들짝 놀라며 팔짱을 빼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면서 미간을 모았다.
“자기 그 기사를 내가 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사는 사실이야. 밤의 황제라고 불렸다고.”
“다른 사정이 있겠죠.”
“몰라.”
지아는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이유는 없었다.
“더러운 놈 남의 입술을.”
“네? 언니 입술이요?”
“아니야.”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먼저 멀어졌다. 잠시 멍하니 있던 세연이 놀라서 그런 지아를 쫓아갔다.
“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 언니 이윤태 씨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은 안 할 거예요. 네? 강 기자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 좀 해주면 안 돼요?”
세연은 지아를 쫓아가며 계속 외쳤다.
=============
“미쳤어.”
“어?”
“생리.”
시인의 말에 시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여기에서 생리라니. 당연한 거였지만 당연하지 않은 거였다.
“어떻게 해?”
“생리대 있어?”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어?”
“어떻게 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일이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애가? 자기 생리 날짜도 몰라?”
“아니 언니도 아는 것처럼 내가 날짜 제대로 지키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서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잖아. 말도 안 돼. 지금 어떻게 해야 해? 일단 수건 같은 거라도 좀 줘봐.”
“알았어.”
시안이 텐트에서 나오자 시우가 들어가려고 했다. 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시우를 막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왜?”
“시인이 그 날이야.”
“어?”
시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여기 지켜. 아무도 못 들어가게. 내가 일단 가서 생리대 같은 것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볼게.”
“내가 다녀올게. 그래도 내가 가는 게 빠르니까.”
“하지만.”
“그거 뭐 숨길 일이야? 여자라면 다 하는 건데. 내가 다녀올게. 급한 거 아니야? 약도 있는지 물어볼게.”
“응.”
시우의 말에 시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맞네.”
시우의 등장에 나라와 진아 그리고 세라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거였다.
“일단 진통제가 있기는 한데. 이것도 약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생리통이 그리 심하지 않으면 쓰지 않아야 할 거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런 것은 모르니까.”
“그건 그렇지만.”
듣고 있던 지웅은 일단 물수건들을 시우에게 건넸다.
“일단 가져가요.”
“네?”
“여기에 생리대는 없어요. 일단 급한 대로 이렇게라도 해야 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생각은 못했네.”
“네.”
시우는 일단 마른 물수건들을 받았다.
====================================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요?”
“아.”
지아를 마주한 시우가 멈칫했다.
“그러니까.”
여자니까 그래도 말을 해도 될 것 같았다.
-----------------------------
“도대체 저 여자가 여기를 왜 와?”
“그러니까. 그러니까.”
시우가 무슨 말을 하지 못했지만 지아는 그대로 텐트로 들어가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나가요.”
“나를 되게 원망하고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미워하는 건 아는데. 또 나댄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일단 도울게요.”
지아는 시인의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쪽을 가리켰다.
“얼른 주물러요.”
“이러면 괜찮아요?”
“일단 괜찮을 거예요. 배를 덮을 게 필요한데.”
“그럼 피가.”
“피는 나중에 빨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 신경도 쓰지 마요. 그리고 수건이 일단 깔고 있으면 되는 건데. 어떻게 기내에 탐폰이 하나 없지. 분명히 비상용으로 탐폰 같은 게 있을 텐데.”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었다.
“시우 군! 쌀 좀 볶아서 끓여요.”
“네?”
“물. 물을 누나에게 주려고.”
“아! 알겠습니다.”
지아는 마치 자신의 식구라도 되는 것처럼 시인의 팔을 주물렀다. 시안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동생을 주물렀다.
=====================
“며칠 동안 은 아플 거니까. 그리고 약을 받아와야 할 거예요. 보아하니 생리통이 심한 타입 같은데.”
“약이 부족하니까.”
“하지만.”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약이 부족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
“산을 간다고요?”
“네.”
“안 됩니다.”
“쑥이라도 좀 캐오려고 그래요. 쑥 같은 애가 있더라고요.”
“먹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생리통으로 죽을 수도 있어요.”
지아의 단호한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승무원들을 봤지만 모두 지아의 편 같았다.
“강지아 기자님 말씀이 맞아요. 생리통. 그거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일단 쌀 볶은 거 마시게 하고는 있어요. 무조건 따뜻한 물을 먹으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니까.”
“생각도 못한 거군요.”
“그러니까 무조건 지금 우리는 갈 거예요.”
“맞아요.”
나라도 미소를 지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도 다 같이 가요.”
“알겠습니다.”
지웅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남자도 따라가야 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는 그 편이 더 나을 테니까요.”
“보니까 남자들은 늘 문제만 일으키는 걸요?”
지아는 장난스럽게 대꾸하면서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지웅은 입을 꾹 다물고 미간을 모았다.
“아 그리고 진통제.”
“네?”
지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진통제요?”
“마구 낭비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생리통. 그거 생각보다 심해요. 여기에서 약이 귀한 것을 아니까 무작정 먹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약 좀 줘요. 그 정도 준다고 큰일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부탁이에요.”
지아의 진지한 표정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조금이라도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대비해야 옳았다.
“그래도 이건.”
“진통제가 필요한 순간은 기껏해야 두통이나 치통이에요. 그리고 생리통이죠. 그러니까 중요한 상황이에요. 여기에 와서 지금 두통이 있다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아무도 일을 안 하니까 두통 같은 거 안 오잖아요.”
“그건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와서 아프다거나 그러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그거 줘도 괜찮아요.”
“그래요.”
진아가 대신 구급상자를 열었다.
“가져다 줘요. 저희는 쑥 캐러 갈 준비할게요.”
“알겠습니다.”
지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텐트를 나갔다. 지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강지아 씨 뭐요?”
“사무장님보다 더 리더 같은데요?”
“그래?”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여기 진통제요.”
“하지만.”
“두통, 치통, 그리고 생리통. 생리통이 그 만큼 위험하다. 그 말을 하고 내가 받아왔어요. 잘 했죠?”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시인에게 약을 건넸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같이 건넸다. 시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괜찮아요.”
“참지 말고.”
“정말 괜찮아요.”
“그래요. 나중에 아프면 꼭 먹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양이 좀 많은 거 같은데.”
“그게.”
부끄러울 수도 있고 민망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쑥 캐러 가요.”
“네?”
“산에 쑥이 있더라고요.”
“쓱이요?”
“인진쑥처럼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뭐. 일단 없는 거 보다는 있는 쪽이 더 나을 것 같거든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안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텐트를 나갔다.
“저 여자 뭐야?”
“그러게.”
시인과 시안은 서로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5장. 갈등 1] (0) | 2017.02.01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4장. 혼란 2] (0) | 2017.01.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2장. 섬의 다른 곳으로 3] (0) | 2017.01.25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1장. 섬의 다른 곳으로 2] (0) | 2017.01.24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0장. 섬의 다른 곳으로 1] (0) | 2017.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