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갈등 1
“괜찮으세요?”
“괜찮아.”
나라의 걱정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길석이 점점 더 위험하게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저러시는 거지?”
“아무도 자기 편이 없으니까요.”
재율의 말에 지웅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네.”
지웅은 길석이 멀어진 곳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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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조용해?”
“싸움이 있었거든요.”
“싸움이요?”
재율의 대답에 세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대충 어떤 일인지 알 거 같았다.
“약을 주지 말라는 거죠.”
“어떻게 알았어요?”
“당연하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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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강지아 씨가 왜요?”
“제가 괜히 약을 달라고 해서. 그걸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문제도 없을 텐데. 저 때문에 생긴 거예요.”
“아닙니다.”
지아의 사과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약을 주지 않는 게 더 문제가 큰 거였다.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약을 줘야 하는 거죠. 우리가 무슨 미개한 사람들도 아니고요.”
“그래도 약은 한계가 있으니까. 아마 그 분도 뭔가 다른 고민 같은 것을 하고 계실 텐데요.”
“그럴테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길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뭘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살아갈 준비를 해야죠.”
“어떻게요?”
“그러게요.”
지아도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섬이라는 공간은 점점 더 사람들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들도 더 그렇게 되겠죠?”
“그럴 겁니다. 다들 천천히 변해가겠죠.”
“무섭네요.”
“그렇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말 제 탓 같아요.”
“아니래도요.”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그 문제를 모를 거였다.
“그래서 쑥은 좀 캐왔습니까?”
“네. 대충은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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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말려서 끓여야 하는데 말릴 수가 없으니까. 일단 볶을 거야. 이래도 뭐 효과는 있겠지.”
“귀찮은 일이야.”
윤한의 말에 지아는 그를 노려봤다. 윤한은 입을 쭉 내밀고는 열심히 불에 쑥을 볶았다. 지아는 이리저리 기지개를 켰다.
“남자들은 좋겠다. 이런 고민도 없고.”
“그렇죠. 아무래도.”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불쑥 나타났다. 지아는 그런 그를 힐낏 봤지만 세연은 반기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까 낮에 심각했다면서요?”
“조금은요?”
“그래서 서길석 씨에게 가봤어요?”
“왜요?”
“가봐야죠.”
“됐습니다.”
지아가 일어나자 윤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아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그 손을 재빨리 빼냈다.
“뭐 하는 거예요?”
“미안합니다.”
“이상한 사람이야.”
지아는 윤한이 볶던 쑥을 가지고 시안의 텐트로 향했다. 세연도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런 지아를 쫓아갔다.
“언니 같이 가요!”
“참 서툴러요.”
윤한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누나 좋아하죠.”
“뭐가요?”
“좋아하면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제대로 행동을 해야 하는 거지. 애도 아니고.”
“그쪽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윤태는 그대로 자신의 텐트로 멀어졌다.
“하여간 우습다니까.”
윤한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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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것들.”
길석은 욕설을 내뱉었다.
“나를 무시해?”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었다. 사회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을 것들이 뭐라도 된 척 하는 것들이 역겨웠다.
“빌어먹을 것들.”
길석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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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이에요.”
“정말 가지고 오셨네요?”
“당연하죠.”
시인과 시안은 서로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가 재빨리 그것을 받았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거 끓여서 마시면 몸이 조금은 편할 거예요.”
“고맙습니다.”
“쉬세요.”
지아는 그대로 멀어졌다. 시우는 시안을 바라봤다.
“누나 안 가?”
“어?”
시인은 시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고 대신 전해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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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위험하게.”
윤태는 텐트로 가던 발을 옮겼다.
“진짜 웃기지도 않아.”
자신이 간다고 해도 딱히 반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마음에 안 들어.”
윤태는 입을 죽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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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뭐 하는 사람이에요?”
“뭐가?”
세연의 말에 지아는 살짝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엄마도 아니고 너무 사람들을 챙기시니까. 뭔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당연한 거야.”
지아의 대답에 세연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사실 처음에 언니를 볼 때 살짝 무섭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기자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뭔가 차갑다?”
“그런가?”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그런 식의 말은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는 그녀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
“지금은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세연은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렇다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내가 그 동안 그렇게 살아온 거니까. 내 옆에 아무도 두지 않은 채. 그렇게. 혼자서 살았거든.”
“왜 그랬어요?”
“그러게.”
“저기!”
순간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시안이었다.
“왜요?”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악.”
순간 세연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지아도 순간 시안의 뒤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길석이었다.
“미친.”
“네?”
“고개 숙여요.”
시안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시안을 뒤에서 덮치려던 길석은 자신의 힘에 의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괜찮아요?”
“젠장.”
길석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할.”
“뭐 하는 거예요?”
지아가 세연과 시안을 보호하는 것처럼 뒤에 두고 앞으로 나섰다.
“너희 망할 것들이. 아무 가치도 없는 것들이 그리 귀한 약을 쓰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뭘 하자는 거야!”
“한심한 사람이네.”
“언니.”
“둬.”
세연이 자신을 붙잡았지만 지아는 단호했다.
“이봐요. 그게 그렇게 아쉬우면 당신도 생리를 해. 몸에서 피를 흘리면 약을 줄 테니까 .알아요?”
“뭐라고?”
“남자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여자들에게만 그런 일을 하는 지질한 인간. 어서 가요. 여기에서 돌아서면 우리가 더 키우지는 않을 테니까.”
지아의 말에 길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계집 셋이 뭘 한다고?”
“계집 셋이 아닌데?”
윤한이 숲에서 나타났다. 길석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윤한의 뒤에서 윤태도 나타났다.
“아저씨 너무 지질하네.”
“망할.”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제대로 하시죠.”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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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드리겠습니다.”
지웅의 말에 모두 웅성거렸다. 지웅은 길석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었다.
“배는 세 척입니다. 하지만 그쪽이 자꾸만 그렇게 행동을 하니 더 이상 우리는 같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나야 좋지.”
길석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더러운 것들.”
“가시고 싶은 분들 또 있습니까?”
“우리도 가자.”
석우의 말에 기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보.”
“여기에 있다고 해서 살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건데.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내일까지 정하죠.”
지웅의 말에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더욱 커졌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각자가 정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겁니다.”
“겁을 주기는.”
길석은 싸늘한 표정으로 지웅을 노려봤다.
“나는 살고 너희들은 모두 죽을 거야.”
길석은 저주를 남기고 자신의 텐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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