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3장. 대면]

권정선재 2017. 2. 24. 00:49

33. 대면

아버지를 만날 거라고?”

 

.”

 

지우의 덤덤한 대답에 원종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너무 급하게 진행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그쪽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잖아. 일단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하는 거잖아.”

아니.”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버지였다. 일단 만나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도대체 왜 우리 가족을 버리고 떠난 건지. 그런 거. 적어도 변명 같은 거라도. 뭐라도 듣고 싶어. 그런 것을 들으면. 적어도 그런 게 뭔지 알게 된다면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지.”

꼬맹이는?”

일단 물어보겠다고 그러더라고.”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일찍 와서 이 모든 것을 다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모두 다 물어야 했다.

뭐가?”

너는 정말 만날 준비가 된 거야?”

준비는 무슨.”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아버지였다. 그 이야기는 따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였다.

 

아버지를 만나는데.”

처음이잖아.”

?”

처음 보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원종의 말이 옳았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니. 세상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이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냥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던 거겠지.

 

엄마는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가 있지 않으셨을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지우의 말이 순간 날카로워지자 원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우와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

 

어머니는 누구 한 번 미워한 적이 없는 분이셨어. 그런 분이 너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안 해주신 거야.”

사연이 있으시곘지.”

그러니까.”

 

원종이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쩌면 원종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너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어.”

아직 모르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만날래.”

 

지우의 말에 원종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건 그가 쉽게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장돼지.”

알아.”

 

지우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를 걱정해서 그런다는 거.”

그래.”

 

원종도 지우를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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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나게 할 거야?”

.”

 

태식은 준재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

왜라뇨? 사장님이 원하시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원하는 것을 다 하면서 사는 거 아니야. 그게 상처가 될 줄 안다면 더더욱.”

상처라뇨?”

 

준재는 미간을 더욱 모은 채로 태식을 응시했다.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쭉 내밀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사람은 자기 딸 앞에 나타나면서도 자기 모습을 직접 보이지 않은 사람이야.”

그 분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는 아직도 왜 사장님을 돕는지. 사장님에게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그래놓고 저에게 이러는 거라고요?”

나는 그게 전부야.”

 

태식은 손을 들어 보이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장지우 씨 어머니께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고. 그 자리에 있는 식당 내가 운영할 거야. 그리고 자유를 주는 거지.”

그거요.”

꼭 말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태식을 보며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네 마음에 들 이유 없다.”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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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했다고?”

.”

 

지우의 부친은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헛고생을 했군.”

죄송합니다.”

 

준재의 사과에도 별다른 대답은 없었다. 준재는 침을 삼켰다.

 

저기 사장님을 만나실 생각은?”

내가 만나야 하나?”

?”

 

준재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가 멍했다. 하지만 지우의 부친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표정이었다.

 

그 아이를 만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이미 나의 가정이 있네. 나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어. 굳이 거기에 그 아이를 끼워넣고 싶지 않아.”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런 식이라면 지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자네의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만.”

 

낮은 목소리였지만 힘이 있었다.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더 이상 지우의 부친을 자극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우를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해야만 하는 거였다.

 

그래도 만나셔야 합니다.”

뭐라고?”

사장님이 얼마나 아버지를 기다리고 계셨는데요. 적어도 한 번 만나는 보셔야죠.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는 말을 전하셔도 될 겁니다. 사장님은 모든 것을 이해를 하실 겁니다.”

내리게.”

제발.”

내리게.”

 

준재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차에서 내렸다.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었다. 지우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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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당했다?”

.”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네.”

뭐가 말이죠?”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이 흔들리는 것이 싫겠지. 자신이 만들어온 것이니까. 그게 망가지는 게 너무 싫을 거야.”

그렇지만.”

 

태식의 말에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바라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한 번에 바꾸자는 것도 아닌데 너무 차가웠다.

 

그건 아니잖아요.”

뭐가?”

아무리 그래도 딸이잖아요.”

너는 그게 부녀로 보여?”

하지만 부녀잖아요.”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도 엄마랑 아빠 얼굴이 보고는 싶다고요. 적어도 누구인지. 그게 궁금하기는 하단 말이에요.”

그럴 테지.”

그런데 도대체 왜.”

 

적어도 그게 그 사람의 나름의 방법이야. 자신의 딸을 위한.”

사장님에게는 뭐라고 하죠?”

사실을 말을 해야지.”

?”

 

준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지우에게 사실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럴 수 없었다.

 

사장님이 아플 거예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해?”

그건 그렇지만.”

 

다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지우는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더 이상 지우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는 없었다.

 

겁이 나요.”

네가 말해야지.”

?”

너만 할 수 있어.”

 

태식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댄 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지우 씨랑 지우 씨 아버지랑 관련이 되어 있는 사람은 오직 너 하나니까. 네가 해결을 해야지.”

그렇지만.”

너만 할 수 있어.”

 

태식이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이자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만 할 수 있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 자신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지고 있는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사장님이 힘들어 할 거예요.”

그렇지.”

너무 남 일이라고.”

남 일이지.”

 

준재의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태식이 먼저 말을 끊었다.

 

나에게는 남이야.”

아저씨.”

나는 귀찮은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

사장님이 좋다면서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준재를 보면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마를 짚었다.

 

그거 반칙이야.”

같이 할 거죠?”

젠장.”

 

준재의 표정에 태식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내가 정말 해야 해?”

저 혼자 말하면 사장님이 힘들어 할 걸요?”

너 되게 사악한 거 아냐?”

제가요?”

 

이번에는 준재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의자를 뒤로 기댔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제가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준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이내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