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갑작스러운 고백
“미친 거야.”
지우는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의 고백을 들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뭘 한 거냐고.”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뭐야?”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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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랑해요.”
준재의 고백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이런 고백을 듣기는 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조금 달랐다.
“지금이 고백을 할 타이밍이 아니지 않나?”
“그런가요?”
준재는 혀를 내밀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도대체 왜 그래?”
“네?”
“나에게 왜 이래?”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숨을 크게 쉬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복잡했다.
“너무나도 미안해.”
“사장님.”
“너는 그냥 너무 어려.”
“그래요?”
준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미안.”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요?”
“어?”
“내가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모를까. 이제 나는 사장님 겨텡서 사장님을 지키기로 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갈게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형진이랑 술 마시기로 해서요.”
“아 그래. 돈.”
“있어요.”
준재는 주머니를 두드리며 씩 웃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준재는 지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식당을 나섰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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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 어.”
멍하니 있는 준재를 보며 형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알아.”
형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멍청이는 아니었다.
“내가 뭐 애도 아니고.”
“너 애야?”
“아니거든.”
“그게 얘라는 거거든.”
준재는 씩 웃었다. 자신도 애라는 사실에 불안했다. 그리고 지우가 자꾸만 자신을 밀어낸다는 것이 헷갈렸다.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
“지금 연애를 할 타이밍이 아닌 거 아니야?”
“그럴 지도 모르지?”
준재는 이를 드러내며 웃고는 술을 들이켰다. 도대체 왜 쓴 것을 마시는지 준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는 앞으로도 이 녀석하고 친해지기 어려울 거 같다?”
“나름 먹을만 한데?”
형진의 센 척에 준재는 쿡쿡 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오이를 씹으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드니까. 여러 복잡한 어떤 느낌? 뭐 그런 것 때문에 그냥 고민이 또 되고 그러네.”
“무슨 고민?”
“여러 가지.”
“너무 고민이 많다.”
“그렇지.”
준재는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까지도 다 고민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무너지면. 주저앉으면 결국 모든 게 다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인 거니까.”
“그래서 사장님 아버지는?”
“몰라.”
준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쪽과 자신은 관련이 없는 문제였다. 아니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았다.
“사장님을 지켜주고 싶어.”
“그래.”
형진은 준재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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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술 어디에서 마셨어? 형진이 너는 술 마시면 안 되는 거잖아. 아직 나이도 안 된 거면서.”
“조금 마셨어요.”
태식이 준재를 부축하며 미간을 찌푸리자 형진은 엄지와 검지 사이를 아주 약간 벌리며 씩 웃었다.
“사장님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고요.”
“왜?”
“여러가지?”
“망할 꼬맹이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힘 좀 더 줘.”
“네. 알겠습니다.”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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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안.”
“아니야.”
원종의 사과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출판사에 다니게 되었다는 그에게 화를 내거나 그럴 자격은 없었다.
“식당이 바쁜 거 아는데.”
“애초에 너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우스운 거지. 너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런 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뭐.”
지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손님이 늘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조금은 몸에 익은 상황이었다.
“다시 줄고 있고.”
“그래도. 사람은.”
“아직.”
지우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생각을 해보니 굳이 북적거리고 그럴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엄마가 하던 그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사람이 줄어야 옳아. 지금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원종도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이 하던 지우개 식당은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너 고민이 많아 보인다?”
“어?”
지우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만졌다.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씩 웃었다.
“고백이라도 받았어?”
“고백은 무슨?”
“진짜인가 보네.”
“아니.”
“장돼지 잘 나가네.”
원종의 놀림에 지우는 입을 내밀고 밉지 않게 그를 노려봤다. 원종은 몸을 뒤로 기대며 씩 웃었다.
“그래서 누구야?”
“뭐가?”
“꼬맹이야 그 이상한 놈이야?”
“어?”
갑작스러운 원종의 말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뭘?”
“나 참.”
원종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는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불쑥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씩 웃었다.
“우리 장돼지 인기 많아.”
“무슨 말이냐고?”
“딱 봐도 보이지 않아?”
“도대체 뭐가?”
“됐다.”
원종은 여기가지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말하면 김이 너무 새는 거 같아.”
“아니. 하던 말은 다 해야 할 거 아니야.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해?”
“딱 봐도 그게 다 보이는 거거든. 이상하게 네 주위에 맴돌고 그러는 거 되게 이상한 거거든.”
“계약이야.”
“뭐. 그렇지.”
원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계약이지.”
“어?”
“그것도 자신이 얻을 것이 그렇게 적은데 나서는 사람이 쉽지는 않잖아. 나는 이상하게 보여.”
“이상하다니?”
“뭐.”
원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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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태식은 말을 하다가 물끄러미 지우를 바라봤다.
“뭐 하는 겁니까?”
“아. 죄송합니다.”
지우가 화들짝 놀라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영 집중을 못하는데요.”
“아니요. 오늘 일이 좀 바빠서.”
원종이 없는 식당은 정말 바빴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잡혀서 견딜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무슨 생각 하시는 겁니까?”
“아니.”
태식이 자신을 빤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지우는 침을 삼켰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묘한 기분이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 두고요.”
준재가 중간에서 끼어들자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아침에 더 일찍부터 저랑 꼬맹이가 나와서 재료 손질을 도울게요. 이제 어느 정도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카레나 불고기 정도 빼고는 딱히 나가는 메뉴가 없는데. 뭐 더 준비할 게 있을까요?”
“겨울이잖아요.”
“겨울인데요?”
“매운 거.”
“매운 거?”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여기에서 또 다른 메뉴를 더 넣는다고. 뭔가 부담스러워 보였다.
“아니 이미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여기에 비지. 그리고 달걀말이에 카레랑 불고기. 여기에 다른 메뉴요?”
“당연하죠.”
“아뇨.”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우개 식당은 백반을 파는 식당이었다. 더 이상 새로워질 이유는 없었다.
“그만 하고 싶어요.”
“네?”
“이건 엄마 게 아니니까.”
“당연하죠.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장지우 씨의 식당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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