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6장. 갈림길 1]

권정선재 2017. 3. 3. 14:09

36. 갈림길 1

도대체 뭐냐고.”

 

원종이 괜히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복잡한 상황만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더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는 걸.

 

지우개 식당.”

 

자신의 꿈이 아니었다. 유정의 꿈이었다.

 

지우개.”

 

지우개가 낑낑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나 뭘 해야 하는 거니?”

 

자신이 잘 하는 것. 그것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잘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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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한 거 아닙니까?”

뭐가?”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따지는 준재를 보며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너 지금 분노의 포인트가 틀린 거 아니야?”

뭐라고요?”

장지우 씨가 네 고백 거절해서 그런 거잖아.”

아니요.”

 

준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유치한 이유를 가지고 이런 화를 내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사장님이 얼마나 식당에 열정을 갖고 있는데. 도대체 왜 자꾸 그걸 그만 두게 하려고 하는 건데요.”

말했잖아.”

뭘요?”

나는 그거 그만 두게 하는 게 목표라고.”

 

태식의 말에 준재는 머리를 뭔가로 맞은 기분이었다. 그랬다. 태식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

 

식당이 더 잘 되는 건 좋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장지우 씨가 자유롭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본인도 모르고 있잖아요.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래서라뇨?”

그래서 네가 뭘 해줄 수 있는 건데?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너는 장지우 씨에게 뭘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장지우 씨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고?”

그건.”

 

준재는 할 말을 잃었다. 지우가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은 그도 동의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사장님에게 그 식당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런데 왜 자꾸 큰 사장님을 지우려고 하시는 거죠?”

안 계시니까.”

아저씨.”

사실이야.”

 

태식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기지개를 켰다.

 

네가 지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그 식당을 애초에 장지우 씨가 맡은 이유는 자신의 뜻이 아니야. 억지로 하고 있었던 거라고. 그나마 돈이 있으니까 그거라도 되는 거겠지.”

그렇게라도 하는 게. 결국 사장님의 꿈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요즘 활기를 찾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오늘 지쳤지.”

하지만.”

 

태식의 말이 옳았다. 원종마저 식당을 돕는 것을 포기 하고 나서 손님이 너무나도 많아지니 지우는 감당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가 피곤해하는 것이 고스란히 보였다.

 

결국에 너도 그만 둘 거 아니야?”

아니요.”

거짓말.”

 

태식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에 대해서 그렇게 확실하게 말하지 마.”

제가 저의 미래에 대해서 뭐 하나 확신할 수 없지만 그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거든요. 사장님 곁에 있는 거.”

그래?”

.”

 

태식은 물끄러미 준재를 노려봤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결기 같은 것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네.”

뭐가요?”

장지우 씨에게 아주 약간은 좋은 게 보여서.”

뭐라고요?”

.”

이봐요.”

아무튼 나는 그만 두게 할 거야.”

 

태식은 주방으로 향했다. 준재도 그런 그의 뒤를 쫓았다.

 

안 돼요.”

뭐가 안 되는 거야?”

지우개 식당은 사장님의 모든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 식당 장지우 씨가 자기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 이미 그쪽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그건.”

 

지우가 망설이는 순간 준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뭘 더 하라는 거야?”

그래도 결국 사장님은 아실 거예요. 그 식당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장소인지 말이에요.”

네가 문제네.”

뭐라고요?”

장지우 씨가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 그 중 하나가 너에게 있는 거네.”

이봐요.”

아니라고 할 수 있어?”

 

태식의 날카로운 물음에 준재는 침을 삼켰다.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어려웠다.

 

너 그게 사실이잖아. 장지우 씨. 이제 그 일이 익숙해서는 안 돼. 그만 둘 수 있게 해야 해.”

하지만 사장님이 식당을 그만 두는 것이 정말로 사장님을 위한 거라고 알 수는 없잖아요. 사장님이 그 식당의 의미. 그런 것을 아직 잘 모르지만. 이제는 아실 수도. 깨달을 수도 있잖아요.”

모르지.”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지우가 뭔가를 깨달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

어렵겠죠.”

빙고.”

 

태식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하라고.”

잘 생각하고 있어요.”

 

태식이 머리를 검지로 두드리며 말하자 준재도 그를 따라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뭐가 더 사장님에게 유리한지.”

일단 오케이. 일찍 자. 내일은 더 바쁠 거야.”

.”

 

준재는 입을 꾹 다물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식은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저 꼬맹이. 한 마디도 밀리지 않으려고 한단 말이지.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요. 마음에 안 들어.”

 

그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태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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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렇게 빨리 온 거예요?”

당연하죠.”

 

머리를 겨우 말리고 나서려는 순간에 태식과 준재가 나타나자 지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섯 시를 겨우 넘긴 시간이었다.

 

준재는 데리고 오지 말지. 피곤해 하잖아.”

괜찮습니다.”

 

준재는 일부러 가슴을 탁탁 두드리며 씩 웃었다.

 

그럼 준비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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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딱 세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피곤함을 선사할 정도의 손님들이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카레는 진작 텅 비어있었고, 불고기도 겨우 빠듯하게 맞춘 상태였다. 달걀말이도 생각보다 잘 나가서 달걀을 더 사와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대박이었다.

 

엄청나네요.”

그러게.”

 

준재와 어색했다는 것을 잊은 지우가 대답을 하다 입을 꾹 다물었다.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우리 사장님 귀여워.”

시끄러워. 없는 말은.”

왜 없는 말입니까?”

 

그 순간 태식이 끼어들었다.

 

장지우 씨 귀여운데.”

 

태식은 이렇게 말하고 그대로 식당을 나섰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준재는 꽤나 불쾌한 표정이었다.

 

저 설거지 할게요.”

? .”

 

지우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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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태식은 지우개의 앞에 앉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지우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내 새끼가 비겁하게.”

 

제대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애둘러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한 거냐고.”

 

꼬맹이를 보기에도 그다지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조금 더 멋있는 그런 어른이어야만 하는 거였는데.

 

미친.”

 

태식은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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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냐고.”

 

준재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태식에게 밀리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로 안 될 일이지. 당연하지.”

 

준재는 연신 중얼거리며 설거지를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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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고. 도대체.”

 

원종의 말도 그렇고. 아까 태식의 행동도 너무 이상했다. 카레를 끓이면서 국자를 휘젓던 지우는 멈췄다.

 

도대체 왜.”

 

자신을 좋아한다고. 뭐가? 지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은 뚱뚱하고 예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정말로 아니었다. 도대체 두 사람이 왜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니지.”

 

지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아니지.”

 

태식은 아직 확실히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게 뭐냐고.”

 

그 애매한 태도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확실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다시 카레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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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그거 좀 치사한 거 아니에요?”

뭐가?”

 

집에 가는 길에 던진 준재의 말에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런가?”

 

태식이 여전히 잘 모른다는 식으로 대답하자 준재는 그의 앞으로 가서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제대로 하라고요.”

?”

사장님을 좋아하면 좋아한다. 그렇게 제대로 말을 하라고요. 그게 아니면 아예 하지 말고요.”

그래?”

 

태식은 이를 드러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준재는 그런 그의 웃음이 불편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