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8장. 미역국]

권정선재 2017. 3. 8. 22:23

38. 미역국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

더 자.”

 

진짜.”

 

준재는 형진을 다시 재우고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작은 불만 켠 채로 먼저 고기를 볶다가 이어서 방에서 불린 미역을 건져서 볶기 시작했다.

 

좋아하려나.”

 

준재는 씩 웃으면서 미역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런 것이었지만 지우가 좋아해줬으면 했다.

 

뭐 안 좋아해도 어쩔 수 없지.”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 물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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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늦었네?”

.”

 

식당에 온 준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온 줄도 모른 태식이 어느새 식당에 있었다. 어쩐지 집에 없더라니.

 

꼬맹이 늦었네.”

? .”

 

준재는 어색하게 웃으며 식당에 들어왔다.

 

식사 안 했지?”

.”

이거. 태식 씨가 끓였대.”

 

지우는 밥을 준재의 앞에 내려놓고 태식이 그녀에 이어서 국을 준재의 앞에 내려놨다. 자신의 미역국과 다르게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미역국이었다. 준재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이것 좀 놓고 올게요.”

그거 뭔데?”

아니에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쇼핑백을 감첬다. 그리고 다용도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닫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자격지심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속상했다. 자신이 뭘 할 수 없다는 게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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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미역국이에요.”

오늘 지우개 식당 사장 생일이거든요.”

어머 그래요?”

 

사람들은 추가로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미역국을 주자 모두 반가워하며 지우를 향해서 가볍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지우가 건넨 작은 인사에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준재는 그런 둘을 보며 괜히 마음 한 편이 아팠다.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

 

준재는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더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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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럼 모릅니까?”

.”

 

태식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태식은 점심을 먹다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지우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궁금하면 열어보시던지.”

 

지우는 입을 내밀고 그것을 열었다. 작은 팔짜였다.

 

이게 뭐예요?”

반지 같은 것은 주방 일을 하면서 잃어 버리기가 쉬울 거 같고. 귀고리는 또 귀를 안 뚫어서 그렇고. 목걸이는 보이지도 않고. 내가 생일선물을 준 거 생색 내기에는 그거보다 좋은 게 없거든요.”

그게.”

 

지우는 팔찌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지금 태식이 이걸 자신에게 주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좋아합니다.”

 

지우는 놀라서 태식을 바라봤다. 준재도 입에 가져가던 숟가락을 멈춘 상태로 가만 침을 삼켰다.

 

뭐라고요?”

이런 식으로 고백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백을 하기는 해야죠. 장지우 씨 좋아합니다.”

이봐요.”

 

지우는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저었다. 태식에게 고백을 듣고 싶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원종이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왜요?”

?”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준재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꼬맹이는 이런 일에 빠져야지.”

장사 안 합니까?”

 

태식의 능글맞은 대답에 준재는 힘을 주어 대답했다.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대답은 나중에 듣죠.”

 

태식은 먼저 밥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준재의 어깨를 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준재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침을 삼켰다.

 

도대체 뭐야?”

그러게.”

 

준재는 지우를 바라봤다. 지우는 뭔가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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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오늘 카레가 팔려서요.”

그럼 메뉴판에 적어야지.”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모두의 시선이 거기에 몰렸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미리 다 팔렸으면 그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고객을 농락하는 거야 뭐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게 아니라!”

 

지우에게 갑자기 윽박을 지르자 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손님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게.”

내가 뭐 진상고객이야?”

진상이죠.”

 

준재가 거기에 끼어들었다. 손님은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

왜 반말입니까?”

왜 반말? 너는 나이도 어려보이는 새끼가 지금 어른한테 그렇게 꼬박꼬박 뭐 하자는 거야? 너 뭐야? 사장이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는데 고작 알바 주제에. 어디에서 감히 끼어들어.”

이봐요.”

죄송합니다.”

 

준재가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는 순간 태식이 끼어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지우는 준재의 손을 이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고마워.”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작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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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볼게요.”

저기.”

가라고 해요.”

 

지우가 준재를 잡으려고 하자 태식이 미소를 지은 채로 막았다.

 

자기도 고민이 많은가 보지.”

하지만.”

 

지우는 무슨 말을 하려다 하지 못했다. 준재는 이 상황에서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은?”

아직. 그러니까.”

오케이.”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대신 나중에 꼭 제대로 말을 해줘야 합니다. 이쪽도 꽤나 용기를 낸 거니까.”

? .”

 

지우는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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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야.”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벽에 고개를 박았다.

 

도대체 나라는 새끼는 뭐 하는 새끼냐고.”

 

순간 준재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여기에 있었네.”

 

센터장이었다.

 

아직 성인이 아니잖아.”

뭐 하자는 겁니까?”

너랑 그 망할 자식이 그런 식으로 나가서 꽤나 귀찮은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걸 네가 좀 해결을 해줘야겠어.”

뭐라고요?”

 

준재는 코웃음을 치며 그런 센터장을 비켜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에 꽤나 큰 충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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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어요?”

. 꼬맹이는?”

준재 같이 안 오셨어요?”

?”

 

형진의 말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 거야?”

 

형진은 부엌에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이게 뭐야?”

아침에 준재가 사장님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였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는 벌써 나가셨더라고요.”

.”

 

태식은 혀로 이를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준재가 이러는 게 나름 이유가 있는 거였다.

 

유치한 새끼.”

?”

아니야.”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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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지우는 입을 내밀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게 뭐야?”

 

옷을 가지러 들어간 지우는 머리를 짚었다. 아침에 준재가 몰래 숨겨온 것이 바로 이거였다.

 

바보.”

 

이 상황에서 태식의 것만 맛있다고 하고 아침부터 그랬으니 준재의 마음이 좋지 않았을 거였다.

 

걔도 이런 걸 해서 가지고 왔으면 그냥 말을 해야지. 이렇게 혼자서 속앓이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지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장지우. 뭐 하자는 거야?”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준재. 어려. 꼬맹이라고.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도대체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라니? 말도 안 되는 거지. . 말도 안 되는 거야. 내가 양심이 있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안 돼.”

 

준재는 자신에 비해서 날씬하고 키도 컸다. 그리고 성격도 밝았고. 아직 어리기까지 했다. 이건 욕심이었다.

 

그래.”

 

지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우개가 곁에 와서 가볍게 그녀의 바짓단을 물었다.

 

?”

 

지우는 지우개를 안아올리며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우개.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우개가 낑낑거렸다.

얘가 왜 이래?”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의 지우개의 행동하고 너무나도 다른 행동이었다. 발버둥까지 쳤다.

 

내려줘?”

 

지우개는 작게 짖었다. 지우는 곧바로 지우개를 내려놓았다. 지우개는 나가려다가 지우를 바라봤다.

 

?”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따라오라는 건가?

 

같이 가자고?”

 

지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우개가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