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9장. 옆]

권정선재 2017. 3. 10. 22:18

39.

괜찮아?”

사장님.”

누워 있어.”

 

준재는 지우를 발견하고 곧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우개가 옆에서 준재의 손을 핥았다.

 

지우개가 밖으로 갑자기 막 달려가는 거 있지?”

지우개가요?”

. 그래서 갔더니 너랑 그 사람이 있더라.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괴롭히던 그 사람이.”

.”

 

준재는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자신은 또 지우에게 이런 도움을 받은 거였다.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그냥.”

아니.”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준재가 죄송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준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아무 사과도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너는 아무 문제가 없어. 너는 사과를 할 이유가 없어. 그 사람이 잘못한 건데 네가 왜 그래?”

그래도 사장님이 걱정을 한 거잖아요.”

그건.”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걱정을 한 거였다. 혹시라도 준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이 된 거였다.

 

그래. 걱정했어.”

죄송해요.”

그건 네가 걱정을 해야 할 일이 아니야.”

준재는?”

 

그때 원종이 방으로 들어왔다. 준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혼자서 그 아저씨랑 어떻게 하겠니? 원종이가 나타나서 다 해결을 해줬지. 경찰은 뭐라고 해?”

아직 어린 아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보호를 하고 있는 거고. 그쪽에서 폭행을 하는 건 다 본 거니까.”

다행이다.”

. 안 가도 되는 거래. 확실히.”

 

원종은 준재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 단호한 행동에 준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자신은 또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민폐나 끼치고 있는 거였다. 부정할 수 없는.

 

도대체 저는 왜 이런 걸까요? 조금 더 조심하고 그랬어야 하는 건데. 그래야만 하는 건데요.”

너 왜 자꾸 그래? 너 이상해.”

그러니까.”

그리고 미역국을 끓여왔으면 말을 해야지.”

 

준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그걸 잊고 간 거였다.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맛있더라.”

먹었어요?”

당연하지.”

왜요?”

?”

 

준재의 알 수 없는 반무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종은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걸 왜 드신 건데요?”

네가 가지고 온 거니까.”

아저씨가 준 거 드셨잖아요.”

그건 다르지.”

뭐가 다른 건데요?”

그러니까.”

 

대답에 궁해졌다.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네가 해온 거니까?”

사장님은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죠?”

?”

 

준재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지우는 더욱 대답에 궁해졌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 자신이 무슨 대답이라도 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이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거였다.

 

그걸 너에게 말을 해줘야 해?”

아니요.”

 

준재는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자신은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거겠지.

 

그냥 궁금해서요. 그리고 제 것은 너무 볼품이 없어서요. 사장님이 드실만한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건데?”

당연하잖아요.”

뭐가 당연해?”

 

준재의 말에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거였는데 왜 이러는 걸까?

 

일단 이건 너 좀 괜찮아지면 얘기하자. 너 지금 되게 피곤해 보여. 갑자기 일어난 거니까. 더 자.”

.”

 

지우는 준재를 한 번 더 보고 밖으로 나갔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팔을 눈에 걸쳤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바보 같은 새끼.”

 

준재는 낮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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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가 너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시끄러워.”

 

원종의 말에 지우는 그를 노려봤다. 원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꼬맹이가 너 좋아하고 있다고. 너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지?”

다 들어. 다 듣고 있다고.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곘어. 도대체 왜 저러는 거라니?”

뭐가?”

내가 뭐라고?”

말했잖아. 너라서.”

 

원종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이고는 갑자기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오징어볶음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거 뭐야?”

내가 만들었어.”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당연하지.”

 

원종은 가슴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앉아. 한 잔 하자.”

미안.”

너는 또 왜 미안하냐?”

너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한 게 어제인데 내가 또 이렇게 너를 써먹는 거니까. 내가 미안하지.”

아니야.”

 

원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지우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회사 일이 힘들어 봤자 인턴이 뭐 얼마나 힘들겠냐? 인턴은 별로 안 힘들어. 괜찮아.”

거짓말.”

진짜로.”

 

원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오징어볶음을 입에 넣었다. 맛있었다.

 

이거 요리법 알려주라. 팔게.”

나 좀 뗴주나?”

뭐래?”

농담이야.”

 

지우가 발끈하자 원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장지우 이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의 기본은 아주 조금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안 그래?”

뭐가?”

오케이. 이렇게 말하지 않고 내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거니까. 내 말이 틀려?”

그런가?”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원종이 그렇다고 하니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준재는 걱정이야.”

네 걱정을 해.”

내가 뭘?”

내가 말했잖아. 너 계속 이 식당을 할 거냐고.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을 생각이 없는 거냐고?”

나 엄마 딸이 맞나봐. 여기에서 이렇게 장사를 하는 게 좋아. 어떤 날은 너무 힘들고 그런데. 또 어느 날은 너무 좋다? 이 자리에서 엄마 일을 계속 하는 것도 좋고. 행복한 일 같아. 그리고 미안해.”

또 뭐가?”

너에게 연락해서.”

 

지우의 말에 원종은 가만히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네가 뭐 어려운 거 부탁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일은 나도 할 수 있어. 꼬맹이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나도 꼬맹이를 아는 사람인데 그 정도는 간단하게 해줄 수가 있는 거지. 안 그래?”

그래도. 내가 갑자기 부른 거잖아. 너도 위험할 수 있었어. 그냥 경찰부터 불러야 하는 거였는데.”

 

괜찮아. 그리고 내가 가지 않았으면 너 경찰서까지 힘들었어. 그리고 다행히 합의는 잘 된 거야.”

. 맞다. 합의.”

아마 돈을 줄 거야. 그리고 내일 내가 여기에 올 수 있는 시간에 오라고 했어. 그게 당연한 거니까. 경찰관도 올 거야. 알고 보니까 학교 선배더라. 그래서 뭐 조금은 더 간단하게 말이 통했지.”

최원종이 쓸모가 있다?”

그럼. 당연하지.”

 

원종은 오징어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장지우. 너도 다른 사람들에게 좀 기대고 그래. 너 혼자서 다 하고 그럴 생각은 하지 말고.”

그러게.”

 

그래야 하는 거였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뭐든 다 혼자서 다 잘 해야 하는 그런 장지우였으니까.

 

. 지우개.”

 

지우개가 와서 가볍게 손을 핥았다.

 

지우개 먹을 건 없어?”

맞다. 소시지 삶았어.”

?”

 

사람들 먹는 건 안 좋으니까.”

그러네.”

 

원종은 주방으로 가서 소시지를 들고 와서 지우개에게 건넸다. 지우개는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 정도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솔직히 식당에서 사는 개가 이것도 못 먹으면 서운하지.”

그렇지.”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원종은 입을 내밀더니 냉장고에 가서 소주를 하나 꺼내와서 자신과 지우의 앞에 잔까지 놓았다.

 

됐어.”

마셔.”

?”

. 아무리 그래도 술만한 게 없더라.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늙었다는 반증이겠지만. 그래도 술이 위로가 되더라고.”

위로.”

 

지우는 원종의 말을 가만히 따라했다. 원종은 소주를 따서 지우와 자신의 잔에 따랐다. 지우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엄마도 혼자서 마시는 날이 있었을까?”

어머니께서 왜 혼자 드셔?”

혼자서 너무 힘들었으니까.”

아닐 거야.”

 

지우의 말을 듣던 원종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잔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도 미소를 지은 채 그 잔을 들었다.

 

마시자.”

마셔.”

 

지우는 가볍게 잔을 붇지치고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몸을 부르러 떨었다. 원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오징어를 집어서 지우의 입에 넣어주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원종 요리 잘 하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 해.”

그렇게 잘 하고 살아. 어머니 아버지께 음식도 해드리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

효자네.”

그럼.”

나도 효녀이고 싶다.”

 

지우의 쓸쓸한 말에 원종은 다시 그녀의 잔을 채웠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다시 그 잔을 비웠다. 유정의 쓸쓸함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