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장. 김치볶음밥 1
“아니 세가 그렇게 잘 나오는 가게를 도대체 왜 내놓는다는 거야? 그냥 관리만 해도 될 거 같은데.”
“아이고. 아까워라. 돈이 계속 될 텐데.”
공인중개사의 안타까운 표정에 태식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무슨 말도 할 수 없으니까.
“빠르게 부탁합니다.”
“알았어요. 내가 값 잘 받을게.”
“네 고맙습니다.”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너무 늦게 오는 거 아닙니까?”
“나 여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식당 영업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컨설던트인데요. 그쪽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
태식의 단호한 말에 원종은 순간 당황했다. 태식은 씩 웃더니 그대로 앞치마를 메고 일을 시작했다.
“할 거면서.”
“할 거라도요.”
태식의 대답에 원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
“무슨 김치볶음밥이 이렇게 물이 많아요?”
“그래요?”
태식의 지적에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잘 한다고 한 거였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치 잘 못 볶았나?”
“김치도 못 볶았고요. 밥도 그냥 뜨거운 밥 썼죠?”
“그게. 밥이 없어서.”
“그럼 안 되는 거죠.”
준재는 밥을 우물거리며 태식을 쳐다봤다.
“맛만 있는데요?”
“팔 거 아니야?”
“네?”
“이거 팔 거면 이러면 안 되는 거지.”
준재는 입을 쭉 내밀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뭐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이건 말이죠.”
태식은 팔을 걷어붙였다.
====================
“아저씨 사장님에게 너무 까칠한 거 아니에요?”
“나는 컨설던트인데?”
“그거 모르지 않거든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물끄러미 준재를 응시했다.
“꼬맹이 너는 장지우 씨가 나아지기 바라지 않는 거 같아.”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아니 장지우 씨가 나아지기를 바라면 쓴 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지. 어떻게 늘 좋은 소리만 해?”
“아저씨는 쓴 소리만 하니까요.”
“뭐.”
태식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준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안 되는 거예요.”
“뭐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좀 응원하고 그러기도 해야죠. 무조건 그러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요?”
“여기.”
“네?”
“나.”
태식은 자신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준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진짜인데.”
태식은 입을 내밀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이거 안 시켰는데요?”
“저희 오늘 마지막 손님이셔서요. 오늘 다른 재료는 다 떨어지고. 딱 불고기 1인분만 남았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어머. 고맙습니다.”
여성 손님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지우도 기분이 편안했다.
“오늘도 끝이네요?”
“네.”
태식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준재와 원종도 기지개를 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
“장사가 확실히 주말은 잘 되네요.”
“그러게. 아르바이트를 써야겠어.”
“형진이 다시 부를까요?”
“아니.”
준재의 말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애였다.
“형진이 자기 할 일이 있는 애잖아. 그리고 평일에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는데 주말에는 좀 쉬어야지.”
“장돼지 나도 좀 쉬면 안 되냐?”
“너는 안 되지.”
원종의 투정에 지우는 단호히 검지를 흔들었다.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일부러 힘든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최돼지. 너는 그러면 안 되지. 내 친구니까.”
“예. 예.”
원종은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사장님 정말로 괜찮으신 걸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
준재의 물음에 원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걱정이었다.
“정말로 형진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지우가 알아서 말을 할 거야. 그러니까 너는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 상황이 오면 지우가 먼저 너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할 거야. 지우 성격 알잖아.”
“그래도요.”
“그리고 네가 왜 그걸 생각을 해.”
원종은 가볍게 준재의 어깨를 두드리고 미소를 지었다.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원종은 태식도 한 번 쳐다봤다.
“꼬맹이.”
준재는 물끄러미 태식을 응시했다.
“미안하다.”
“아저씨가 왜요?”
왜 다들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내가 유치하게 굴어서 그런 거잖아.”
“아니요.”
태식의 사과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가 유치한 게 아니라 내가 더 유치했죠. 아저씨가 사과를 할 일이 아니에요. 다들 왜 이렇게 나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사과를 해야 하니까.”
태식의 차분한 목소리에 준재는 잠시 멈춰섰다. 태식은 그런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긴 건 어른의 잘못이니까.”
“그만.”
태식이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준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태식과 동등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지우에 대해서 마음을 품을 수 없었다.
“제발 그만 해요.”
“그래서 사과하는 거야.”
“뭐라고요?”
“이제 너랑 제대로 붙어보려고.”
준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것 같은 태식의 말에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기분이 나빴다.
“아저씨 되게 별로인 거 알아요?”
“물론.”
“마음에 안 들어.”
“나도 내가 별로야.”
태식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준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태식은 연신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요?”
“앞으로 나랑 제대로 붙을 거야?”
“그럼 아저씨가 질 걸요?”
“그건 아무도 모르지.”
“마음대로요.”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이런 태식이 미웠지만 고마웠다. 자신을 이제 어른으로 대해준다는 거니까.
=============================
“먼저 김치는 씻어야 해요. 김치 국물만 많으면 그게 무슨 김치볶음밥이야? 김치 국물 볶음밥이지. 그런 건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고객들은 식당의 음식을 사먹는 사람이지 잔반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라고 한 거 아니에요.”
“알아요.”
지우의 볼멘소리에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 잘 해야죠.”
“잘 하려고 하잖아요.”
태식은 익숙하게 김치를 볶았다. 그리고 김치를 한 쪽으로 밀고는 거기에 밥을 넣고 가볍게 그 기름에 볶았다. 그 다음 밥과 김치를 섞고 다시 이것을 한쪽으로 밀고 반대쪽에 달걀을 하나 깨뜨렸다.
“어제 장지우 씨가 실패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 이걸 잘 하려고 해서 그렇거든요. 그냥 따로 잘 하면 되는 겁니다.”
“알겠어요.”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이런 간단한 것도 못한다는 것은 우스웠으니까.
“그나저나 혼자 이게 다 감당이 됩니까?”
“아무래도 자꾸 하다 보니까 늘더라고요.”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만졌다. 태식은 순간 미간을 모았다. 지우의 손은 어느새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무리는 해야죠.”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나에게는 어떤 책임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
“확실히 주말에는 사람이 많고 평일에는 적네. 주말에만 일을 할 사람을 뽑아도 괜찮을 거 같아.”
“그러네.”
매출을 확인하며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일에는 그럭저럭 감당이 되지만 주말은 달랐다.
“태식 씨는 언제까지 해줄 수 있어요?”
“장지우 씨가 이 식당을 넘길 때까지요?”
“저 사람이.”
“괜찮아.”
원종이 발끈하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태식과 이런 식으로 약속을 한 거였으니까.
“그런데 제가 계속 이 식당을 넘기지 않고. 태식 씨를 고용만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이득이 없잖아요.”
“언젠가는 넘기겠죠.”
“그래요?”
“물론이죠.”
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느낌이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오케이.”
원종은 이리저리 목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들다.”
“그러게. 들어가.”
“오케이. 내일 보자.”
“응.”
원종이 나가고 준재는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그대로 식당을 나갔다. 태식은 한쪽 볼을 부풀린 후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저 자식은.”
“신경을 좀 써줘요.”
“장지우 씨가 그러면 나 질투합니다.”
“그게.”
“좋아한다는 거 진심이에요.”
지우는 멍하니 태식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직 정식 고백은 아니니까요.”
태식은 한 번 씩 웃어 보이고 식당을 나섰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 소설 창고 > 지우개 식당[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3장. 계약서] (0) | 2017.03.20 |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2장. 김치볶음밥 2] (0) | 2017.03.17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0장. 소년] (0) | 2017.03.13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9장. 옆] (0) | 2017.03.10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8장. 미역국] (0) | 2017.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