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장. 김치볶음밥 2
“도대체 뭐냐고.”
제대로 된 고백이라도 해줬더라면 지우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그런 것 정도는 고민할 수 있을 거였다.
“도대체 뭘 그런 고백을 하는 거야.”
지우개는 가볍게 꼬리를 흔들었다.
“너도 그 사람 이상하지?”
지우개가 한 번 짖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내밀었다.
“하여간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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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지우 씨에게 고백을 해도 되나?”
태식의 말에 준재는 자리에 우뚝 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태식은 준재의 앞으로 가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
“제가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래?”
“사장님은 제 소유물이 아니니까요.”
준재는 그대로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갔다. 태식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런 준재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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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표정이 왜 그래?”
“왜?”
“썩었어.”
얼굴을 훑는 동작을 취하는 형진을 보며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진은 준재의 침대에 앉아서 가볍게 그의 다리를 때렸다.
“왜 그래?”
“꺼져.”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럴 때 다 상담하라. 뭐 그러라고 있는 게 바로 친구 아니겠냐?”
“지랄.”
“뭔데?”
“아니야.”
준재는 입을 꾹 다물고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형진은 입을 쭉 내밀면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준재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굳이 뭔가를 더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나저나 나는 극장에서 일하는 거 편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거 은근히 어렵고 귀찮다.”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에 있어?”
“아니. 나는 세상에 이렇게 미친 사람이 많은 줄 몰랐어. 세상에 진상이 너무 많다는 걸 이제 알았다.”
“식당에도 많잖아.”
“그래도.”
형진이 몸서리를 치는 것을 보며 준재는 가볍게 발로 그의 등을 찼다. 형진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마라.”
“오케이.”
형진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준재는 혀로 이 안쪽을 훌타가 눈을 감았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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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른데.”
분명히 물이 적기는 하지만 태식이 만들어준 볶음밥과는 달랐다. 뭔가를 많이 해봐야 하는 건가?
“지우개 다른 거 같지?”
지우개가 태식의 김치볶음밥을 먹으려고 하자 지우는 황급히 그것을 치웠다. 지우개는 낑낑거리며 지우의 다리를 가볍게 물었다.
“이거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이제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지우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사료를 준 후 다시 불을 쳐다봤다.
“뭐가 다른 거지.”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다시 김치를 볶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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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뭡니까?”
“그러니까.”
아침에 식당으로 출근한 태식과 준재는 그대로 멈춰섰다. 원종은 이미 울상을 지은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어여 와요.”
“저기.”
“얼른.”
원종은 직접 두 사람을 이끌고 테이블에 앉혔다.
“얼른 먹어요.”
“이게 다.”
“연습을 좀 했거든요.”
두 사람이 앉기가 무섭게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김치볶음밥들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버리기는 아깝잖아요.”
“그렇다고.”
“다 먹어야죠.”
지우가 허리에 손을 얹고 진지한 표정을 짓자 태식과 준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원종을 쳐다보니 원종은 꾸역꾸역 입에 밥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미 빈 접시가 가득이었다.
“얼른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준재는 포기 하고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태식은 무슨 말을 하려다 지우의 표정을 보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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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때문이에요.”
“내가 뭐?”
달걀을 사러 나온다는 핑계로 도망을 나오면서 준재는 태식을 노려봤다.
“아저씨가 사장님에게 김치볶음밥 이야기를 해서 그렇잖아요.”
“아니; 꼬맹이. 너도 알다시피 어제 장지우 씨가 한 그거. 그거 김치볶음밥이라고 할 수 없는 거다.”
“그래도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우리가 미친 듯 먹어야 할 이유 같은 거 전혀 없었다고요.”
“나 참.”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속이 더부룩한 것이 제대로 소화도 되지 않는 거 같았다.
“그래도 나중에 건 좀 낫지 않았어?”
“모르겠어요.”
준재는 가볍게 몸을 떨고 어깨를 으쓱했다.
“다 그게 그거 같아.”
“그래도 나아지는 거지.”
“그래야죠. 사람이.”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준재가 그대로 멈춰섰다. 지우의 아버지였다. 준재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누구야?”
“사장님 아버지요.”
“아.”
지우의 아버지는 준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태식을 살짝 경계를 하듯 노려보더니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시간 좀 있나?”
“저도 같이 얘기 하시죠.”
“그쪽은 누구신지?”
“얘 보호자요.”
태식은 곧바로 준재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사장님이 장지우 사장님의 아버지라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이요. 저도 얘기할 수 있을까요?”
지우의 아버지는 물끄러미 태식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준재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나?”
“됩니다.”
준재는 태식의 팔을 풀어냈다.
“사장님에게 잘 둘러주세요.”
“야. 꼬맹이.”
“가시죠.”
멀어지는 준재를 보며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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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를 볼 수 있겠나?”
“사장님을요?”
준재의 눈이 커다래졌다. 거절을 하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이제 와서 다시 지우를 만나고 싶다니.
“사장님께 여쭤볼게요.”
“그래주게.”
그래도 다행이었다. 지우가 말은 그렇게 하더라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을 거였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거.”
“이게 뭐죠?”
지우의 아버지는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게 무슨?”
“각서네.”
“각서요?”
준재는 경계가 가득 담긴 눈으로 지우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지우의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나에게 자신의 몫을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각서. 그것을 좀 받았으면 하네. 받아주게.”
“하지만.”
“이것 외에는 그 아이를 만날 도리가 없어.”
도대체 뭘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뭘 얼마나 가지고 있으면 이런 것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정말로 사장님 아버지가 맞으신가요?”
“그게 무슨 말인가?”
“아니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만나는데 이런 각서를 써요. 이건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자네가 신경을 쓸 일이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할 건가?”
준재는 침을 삼켰다.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거였다. 모든 건 지우가 정해야 하는 거였다.
“일단 사장님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대답이건.”
“고맙네.”
준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런 사람도 아버지라고 그래도 만나고 싶다고 한 지우가 안쓰러웠다.
“그런데 마음 같아서는 사장님이 뵙고 싶지 않다고 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게.”
“그러죠.”
준재는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렸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에서 뭔가 울렁거렸다. 모든 걸 다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젠장.”
지우의 아버지 차가 멀어지고 나서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고?”
이런 것을 또 어떻게 지우에게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지우가 아플 거였다.
“계약서라니.”
준재는 물끄러미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봤다.
“망할.”
답답했다.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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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안 갔어요?”
“혼자 어떻게 가?”
태식은 장을 본 물건을 들어 보이면서 씩 웃었다.
“같이 가야지.”
“의외로 의라기 있으시네요.”
“의외라니.”
태식이 자신을 노려보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가 들고 있는 짐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뭐가요?”
태식이 빈정거리며 대답하자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들었다. 태식은 가볍게 준재의 어깨를 두드렸다.
“꼬맹이 세상 힘든 거 다 짊어지지 마라.”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렇지.”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 우뚝 섰다.
“제가 무슨 얘기 나누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할 거라면 네가 하겠지.”
“좋아요.”
준재는 잠시 망설이다 태식의 눈을 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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