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0장. 소년]

권정선재 2017. 3. 13. 22:07

40. 소년

준재는?”

안 들어왔는데요?”

?”

 

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간 애도 아니고 고작 그런 걸 가지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걔는 도대체 왜 그래?”

그러게요.”

연락은?”

안 받아요.”

젠장.”

 

태식은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아저씨도 사장님 좋아해요?”

?”

아니 준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서요. 자기야 사장님을 좋아해서 그런다고 해도 아저씨는 아니죠.”

나도 좋아하는데.”

?”

 

태식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형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도 좋아한다고.”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형진의 앞에 앉았다. 형진은 밥을 먹다 그대로 멈췄다.

 

사장님을요?”

그래. ?”

아니.”

 

형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지금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다지 유쾌하게 듣지 않을 말이었다.

 

그러니까.”

지우 씨가 뚱뚱해서?”

 

형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정도면 되게 귀여운 거 아니야? 지우 씨 정도면 되게 사랑스럽고 막 안아주고 싶은 타입인 거지.”

.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까.”

빙고.”

 

태식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꼬맹이 투. 너도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사람마다 자기 취향이라는 게 다 있는 거거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네가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거든. 오케이?”

. .”

 

태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형진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가 은근히 걱정이 되는 그였다.

 

얘가 왜 이래?”

라이벌이네.”

?”

 

형진의 말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라이벌 같은 거.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준재는 또 다를 수도 있었다.

 

걔는 그렇게 생각을 할 거 같아?”

아니 그게 아니면 안 들어올 이유는 없잖아요.”

식당은 오겠지.”

 

태식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밥을 입에 넣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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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

 

준재는 눈을 비볐다. 머리가 조금은 맑아진 기분이었다. 몸이 조금 아픈 것 같았다. 지우는 그런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아프겠지. 그렇게 무식하게 사람한테 해코지를 하는데. 너는 경찰을 부르거나 그러지 왜 그랬어?”

그러게요.”

그걸 왜 마주해?”

그러니까요.”

 

준재의 가벼운 대답에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준재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매만졌다.

 

힘들면 말해.”

?”

내가 애초에 네 일에 끼어들겠다고 생각을 한 이상. 앞으로도 계속 끼어들 예정이거든. 그러니까 말하라고.”

고맙습니다.”

나와. 밥 먹게.”

.”

 

지우는 한 번 더 준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방을 나갔다. 준재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애구나.”

 

지우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불편하고 또 마음이 아렸다. 자신은 어린 아이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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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다 하신 거예요?”

어차피 먹는 거에 밥 하나 더 놓은 거야.”

 

지우개는 벌써 자신의 아침을 먹는 중이었다. 한 가득 담긴 사료를 우아하게 먹는 지우개의 머리를 준재는 가만히 두드렸고 지우개는 가볍게 꼬리를 흔들었다.

 

오늘 저녁에 합의하러 올 거래.”

.”

원래 경찰서에 가야 하는 건데. 솔직히 거기에 가는 게 그렇게 마음이 유쾌한 게 아니잖아. 원종이가 도와주기로 했어.”

다행이네요.”

너무 그러지 마.”

 

지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자 준재는 고개를 들었다. 지우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알아. 지금 네가 되게 자존심이 상하게 느끼고 있다는 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 알고 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를 사장님께서 도와주고 계시다는 거.”

여기에 있었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태식이 들어왔다. 태식의 표정에 지우는 아차 싶었다. 태식에게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너는 아무리 그래도 가출을.”

가출 아니에요.”

 

준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지우가 먼저 끼어들었다. 태식은 지우와 준재를 보고 미간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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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나를 불러야 할 거 아닙니까?”

원종이를 불렀어요. 그리고 태식 씨가 오면 형진이 문제도 있고 그럴 거 같아서요. 준재가 올해 성인이 되는 것과 다르게 형진이는 아직 미성년자니까. 그 문제도 있을 거 같고 그래서 더 그랬어요.”

말도 안 돼.”

 

태식은 혀로 입 안쪽을 훑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 인간이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

 

내가 데리고 있으면 그걸로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또 막상 그렇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아마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나가서 센터 운영이 약간 귀찮아진 모양이더라고요. 뭐 다시 들어오라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괴롭히려고 한 거 같아요. 오늘 저녁에 식당에 합의하러 온대요.”

식당으로요?”

. 원종이랑 아는 경찰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이죠. 경찰서 가고 그러면 바쁠 테니까.”

 

태식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반찬 준비하고 있을게요. 꼬맹이랑 식사마저 하세요.”

. 바로 먹고 들어갈게요.”

 

지우가 나가는 것을 보고 태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지우가 급할 때 부를 사람이 아닌 거였다.

 

이거 서운하네.”

 

태식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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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센터장은 끝까지 이런 식의 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경찰이 옆에 있어서 그런 건지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결국 합의서를 쓰고 합의금이라며 몇 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법적 처벌은 그리 크지 않을 테니 차라리 이렇게 하라는 조언이 덧붙여졌기에 더욱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모두 가고 나서 원종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런 건 줄 몰랐네.”

아니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런 것도 사과를 들을 수 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여기에 와서 이런 것도 쓰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나마 다행인 거죠. 안 그래요?”

그래도.”

 

원종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지우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원종도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꼬맹이가 그렇게 말을 해주면 나도 그저 감사함을 느끼면서 너에게 그런 기분을 느껴도 되겠지.”

당연하죠.”

나 이거 복사 좀 해올게.”

괜찮은데?”

그래도.”

.”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종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가게를 나섰고 지우도 그를 따랐다.

 

가게에 있지?”

미안.”

뭐가?”

너에게 이런 귀찮은 일을 부탁을 해서. 꼭 네가 아니어도 되는 일을 내가 자꾸만 부탁을 하는 거니까.”

아니야.”

 

 

원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진심으로 지우가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고마웠다.

 

네가 나를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 거잖아. 감사해.”

진심이야?”

진심이지.”

 

지우가 살짝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원종은 가슴을 탁탁 두드리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다녀올게.”

.”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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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괜찮아?”

. 괜찮아.”

미안.”

 

형진의 사과에 준재는 괜히 자신이 더 미안해졌다. 이건 형진이 사과를 하거나 할 일이 아니었다.

 

네가 왜 미안해?”

아니. 그러니까. 내가.”

아니야.”

 

형진이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행동은 너무 많은 이의 사과를 기다리는 거였다.

 

그런 생각 하지 마.”

괜찮대도.”

 

준재의 단호한 말에 형진은 cladfm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가 괜히 안쓰러운 그였다.

 

그래. 나 먼저 잘게.”

. .”

 

준재는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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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 어릴 적부터 그런 거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지금 보니까 너무 약하기도 하고. 뭐라도 저를 보호할 수 있는 걸 해야겠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무시하거나 하지 못하죠.”

그래.”

 

지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런 지우의 말에 준재는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같이 배우러 다닐까?”

?”

아니 어차피 지금 장사가 너무 잘 되니까. 저녁에 할 일도 없잖아. 그리고 요즘 체력이 떨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장돼지 요즘 살이 좀 쪘지.”

.”

 

주말이라 식당에 나와 있던 원종의 도발에 지우는 눈을 흘겼다. 원종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나도 같이 운동을 다니자는 거지. 내가 뭐. 언제 이상한 말을 한 건가? 그런 거 아니잖아.”

 

준재는 두 사람을 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지우가 말해주는 것도 고마웠고 아무 것도 아닌 척 넘겨주는 것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