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7장. 갈림길 2]

권정선재 2017. 3. 6. 18:41

37. 갈림길 2

정말로 아저씨가 사장님을 좋아하는 거 같아?”

당연하지.”

 

준재의 반응에 형진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보기에 사장님이 정말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말이야.”

시끄러워.”

 

형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준재는 그를 노려봤다.

 

하여간 이 새끼는.”

내가 뭐?”

말을 뭐 그렇게 하냐?”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형진은 입을 내밀고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너만 사장님이 예쁘다고 하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생각 크게 하지 않는다고. 너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경계를 하고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거야.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미친.”

 

준재가 갑자기 욕을 하자 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 아무리 그래도.”

됐다.”

너 정말.”

됐다고.”

 

준재는 이렇게 화를 버럭 내고 방을 나섰다. 형진은 그런 준재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쟤가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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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웬 일이야?”

장돼지 너 보러 왔다.”

뭐래.”

 

지우는 눈을 흘기면서도 원종이 와서 반가웠다. 그녀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일은 어때?”

죽을 거 같아.”

?”

그냥 죽을 거 같아.”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진짜 힘들다.”

다들 그렇지.”

그렇지.”

 

원종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다 힘든 건데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지랄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실존하는 거라는 걸. 나는 오늘에서야 겨우 깨달았다. 멍청하게도.”

?”

너 몰라?”

그게 뭔데?”

 

원종은 뭐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을 하는 것처럼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췄다.

 

한 무리 안에서 진상을 부리는 미친 사람의 수가 딱 정해져 있다. 뭐 그런 거지.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도 있는 거고.”

뭐래?”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너 하루만에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조금 더 다녔다가는 아주 더 심해지겠다.”

물론이지.”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지우를 바라봤다.

 

나 배고파.”

얼씨구.”

밥 좀.”

반찬 없어.”

하나도?”

간단한 밑반찬만 있어.”

그거라도 주라. 집에서 가서 엄마에게 밥 차려달라고 하기에는 미안하고. 편의점에서 뭐 사먹기에는 그렇잖아. 그리고 다른 식당 밥은 믿을 수도 없고. 우리 장돼지가 해주는 건 믿을 수 있지.”

돈 내라.”

당연하지.”

 

원종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지갑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중에 나는 꼭 집에서 밥 얻어 먹을 거다.”

너 미쳤냐?”

뭐가?”

 

도대체 왜 결혼을 했는데 여자가 밥을 차려. 나야 지금 네가 밥값을 내니까 차려주는 거지.”

내가 돈 벌잖아.”

미친.”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요. 구석기 시대에 사는 최원종 씨. 지금은 21세기거든. 그런 말 하면 너 큰일 난다.”

너무하지 않냐?”

뭐가?”

아니 일은 남자가 다 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 하라는데 그게 어려워? 옛날 같이 개울에서 얼음 깨고 뭐 빨래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요리도 아궁이에 불 떼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걸 너는 왜 못하니?”

?”

 

지우는 원종에게 반찬을 놓아주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를 찬 건 되게 잘한 거 같다.”

그 말 잔인한 거 알아?”

너는 멍청한 거 알아?”

내가 뭐?”

 

 

원종은 숟가락을 들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솔직히 내가 일을 해도 더 많이 할 거 아니야. 오늘도 여자 선배라는 사람은 애 때문이라고 들어가더라. 솔직히 좀 그래.”

그게 왜 좀 그래?”

?”

아니 그 분도 들어가고 싶었겠어? 아니지. 여자라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지 마. 아니 애초에 그게 왜 문제야. 애가 아프면 가야지. 아빠도 가야 하는 거지. 너는 좋은 아빠가 된다는 애가.”

어쩔 수 없지.”

너는 회사가 가족보다 우선이야?”

그건 아니지만.”

 

원종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회사를 안 다녀서 몰라.”

안 다녀도 알아.”

뭘 알아?”

아무튼 그 쉬운 거 왜 남자들은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 네 말처럼 쌀 씻어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거고. 빨래도 그렇게 쉬운 거면 자기들이 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애 보는 거. 그거 엄마한테 다 넘기니까 그러는 거야. 그거 남자가 맡아주면.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면 퇴근을 미루겠지.”

그렇지.”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찌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전사 장지우. 어디 가냐?”

그 말도 웃기다.”

또 뭐가?”

 

원종이 발끈하자 지우는 머쓱했다.

 

아니.”

너는 여전사해. 나는 남전사 할게. 그러면 되는 거잖아.”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괜히 원종에게 불고기를 살짝 밀었다. 원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

이전의 장지우 같아서.”

 

원종의 말에 지우는 잠시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 그래도 네가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그렇구나.”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둘 중 하나 고백은 했어?”

무슨 고백?”

두 사람.”

 

잠시 원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을 하던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너 무슨 오해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오해?”

두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해?”

?”

나는 못 생겼잖아.”

뭐라는 거야?”

 

원종은 숟가락까지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지우를 쳐다봤다.

 

장돼지. 너 정말로 예뻐. 도대체 네가 왜 그렇게 너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건지 모르곘지만. 그럴 이유 하나 없어. 너는 너를 더 소중하게 생각을 해도 되는 거고. 너륾 믿어도 돼.”

거짓말.”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너무 초라하고 못난 사람이었다.

 

내가 뭐라고?”

장지우니까.”

?”

너는 다른 사람이 아니고. 그냥 장지우라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너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할 때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더니 지금도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원종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자신은 이미 원종에게 고백을 받았었다.

 

너 정말로 예뻐. 장지우. 너는 왜 너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감이 없냐? 네가 그런 사람인데 사람들이 왜 너를 좋아해?”

아직 그 사람은 좋아한다고 말도 안 했는데?”

누구? 그 태식?”

? .”

 

지우는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숙였다.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살짝 내밀며 어색하게 웃었다.

 

너도 그 사람 좋아하는 거구나.”

뭐래?”

그게 아니면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너에게 고백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건데? 내 말이 틀려?”

그건.”

 

원종의 말이 옳았다. 자신은 그저 태식이 고백을 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원종이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좋아하거나 그런 감정을 품은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아무 것도 모르겠어. 그냥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 같아.”

장지우. 조금만 더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 너는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래?”

. 그리고 이거.”

 

원종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지우에게 건넸다.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열었다. 상품권이었다.

 

이게 뭐야?”

생일선물.”

. 아무리 그래도 생일선물을 이렇게 센스가 없이 상품권으로 주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 우리가 좀 오래 친구야? 그런데 이건 아니지.”

미안.”

 

원종은 손을 모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이 정말 많더라.”

.”

인턴 나가기 전에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바빴고. 오늘 처음 출근을 해보고 나니까 백화점 갈 시간은 안 나더라고.”

고마워.”

 

원종은 그리고 다른 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작은 과자들을 꺼내서 지우에게 내밀었다. 지우가 원종을 바라봤다.

 

이건 또 뭐야?”

선물.”

선물?”

. 우리가 그냥 이런 것만 먹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부터 친구였던 거니까. 이렇게 너에게 주려고.”

고마워.”

 

지우는 과자들을 만졌다. 문방구에서 파는 것들이었다. 100, 200.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귀한 거였다.

 

이게 왜 그렇게 먹고 싶었나 몰라.”

그러니까.”

 

지우는 원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