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어색한 두 사람
“아가씨! 이것 좀.”
“네.”
지우는 상을 치우기 위해서 자리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저씨 하나가 그녀의 손을 확 잡았다.
“악!”
지우는 비명을 질렀다.
“왜 이러세요?”
“술 좀 따라봐.”
“네?”
“어서.”
맞은 편에 앉은 아저씨도 이죽거릴 따름이었다. 지우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데 준재가 나섰다.
“뭐 하시는 겁니까?”
“넌 뭐야?”
“여기 그런 식당 아닌데요?”
“뭐라는 거야?”
아저씨는 발뺌을 하며 지우의 손을 놓았다. 지우는 붉어진 손목을 문질렀다. 아저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서비스가 뭐 이 모양이야?”
“뭐라고요?”
“아니 손님이 오면 술을 좀 따를 수도 있지. 다 우리가 있어서 여기도 밥을 먹고 사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우는 준재의 허리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가세요.”
“뭐라고?”
“당신 같은 새끼들은 손님 아니니까 나가라고.”
준재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맞은 편의 아저씨가 일어나서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지우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이는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태식이 그 손을 잡았다.
“여기서 진상을 부리시면 안 되지.”
“뭐 하는 새끼야?”
“여기 컨설턴트.”
“뭐?”
“여기 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어디에서 이런 진상이야? 당신들 같은 손님 하나 없어도 여기 장사 잘 돼. 둘이서 지금 국물 리필을 몇 번을 하는 거야? 돈 안 받을 테니까. 가요. 얼른.”
“미친.”
주방에서 원종과 형진까지 나서자 아저씨들은 투덜거리며 식당을 나섰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어 벌어지는 건지. 걸음을 떼는데 순간 비틀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사장님.”
“괜찮아요?”
준재와 태식이 나란히 팔을 잡았다. 지우는 괜찮다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거 드세요.”
다른 테이블의 여자 손님이 와서 재빨리 초콜릿을 건넸다. 지우는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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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둘까?”
지우의 지나가는 것 같은 말에 원종은 고개를 돌렸다.
“왜?”
“아니.”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이런 일을 하는 게 이상한 거 같아서.”
“뭐래?”
원종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우개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입을 내밀었다.
“너 잘 하고 있어. 그 사람이 이상한 건데. 도대체 왜 네가 그렇게 주춤거리면서 물러서려고 그러는 거야?”
“아니. 내가 뭔가 이런 일을 하니까 만만하게 생각을 하는 건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안 그래.”
“그래?”
“그래.”
원종의 말에 지우는 애써 웃어보였다. 하지만 가슴이 콱 막힌 거 같은 것은 풀리지 않았다. 답답했다.
“엄마는 나 없는 사이에 이런 일을 많이 당했겠지? 미친 사람들이 엄마한테 이런 짓들을 했겠지?”
“그럴 수도 있지.”
“미안하다.”
유정은 혼자서 감당을 했던 거였다. 어린 딸을 키우겠다고.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한 거였다.
“엄마는 왜 나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건지 몰라. 미리 말을 했더라면. 자기도 너무 힘들다고 말을 했으면. 그랬으면 내가 도왔을 텐데. 내가 뭐라도 하려고 했을 텐데.”
“그래서 말씀을 안 하셨을 걸?”
지우가 고개를 들어 원종을 바라봤다.
“왜?”
“너는 딸이니까.”
원종의 말에 지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딸이 이런 고생을 하기를 원하시지 않았을 거야. 너야 이 일을 하는 거지만. 그래도 힘든 거니까.”
“그렇지.”
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이런 고생을 하기 바라지 않았을 거라는 말. 그 말이 정답일 거였다.
“나는 너무 바보 같아.”
“네가 왜 그래?”
“그냥.”
“장돼지.”
지우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가 그렇게 불러주니 좋다. 최돼지.”
“그래. 그러니까 힘을 내.”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장사를 위해서 장을 본 태식과 준재, 그리고 형진이 돌아왔다. 지우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장사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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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다시 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태식은 이리저리 목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블로그 때문에 늘어난 사람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장님이 워낙 요리를 잘 하시니까.”
형진은 티셔츠를 당겨서 냄새를 맡으며 가볍게 대꾸했다.
“이제 사람을 뽑으셔야 할 걸요?”
“왜? 다섯이서 하면 충분한데.”
“저 그만 둬야 할 거 같아서요.”
형진의 말에 지우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자신이 너무 사람들을 부리는 것이었다.
“미안. 내가 형진 군 입장을 생각을 안 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했으니까. 자기 일이 있겠지.”
“죄송해요.”
“아니야.”
형진의 사과에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형진이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미리 양해를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미안.”
“일단 넷이 하죠.”
준재의 말에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준재는 불편했다.
“그건.”
“이 녀석 말이 맞아요.”
지우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태식이 준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사람을 하나 더 썼다가 손님이 줄어들면. 그 상황에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파악하기 어렵잖아요.”
“그렇죠.”
지우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해요.”
지우의 힘없는 모습에 무슨 말을 더 하려던 태식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럼 먼저 갈게요.”
“사장님 쉬세요.”
“응.”
모두가 떠나고 식당은 조용했다.
“허무하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순간 문이 열렸다. 그리고 지우개가 들어오나 했더니 준재가 따라왔다.
“사장님.”
“가.”
“사장님.”
“가라고.”
지우의 차가운 말에도 준재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났다.
“너도 내가 우습니?”
“아니요.”
“그런데 왜 이래?”
“좋아하니까요.”
지우는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리 낯선 감정이었다.
“내가 왜 좋아?”
“그러게요.”
준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장님이 왜 좋을까요?”
“뭐?”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사장님 어머니께 은혜를 입었다고. 늘 사장님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아. 그렇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고요. 지금도 사장님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거야?”
“네.”
준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피하면 안 되는 거였다. 부딪치고, 또 부딪치고, 다시 부딪쳐야지만 뭐라도 해결이 되는 거였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자꾸만 복잡하고 헷갈리는 일만 생길 거였다.
“사장님.”
“그만.”
지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왜요?”
“뭐라고?”
지우는 고개를 들어 준재를 바라봤다. 준재는 침을 꿀꺽 삼키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을 위해서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왜 자꾸 밀어내기만 하시는 건데요. 사장님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아프다는 건 알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장님 곁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너만 없으면 돼.”
“네?”
“네가 문제야.”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준재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너를 믿었어. 너를 믿었다고. 그런데 너는 나를 이런 식으로 배신을 한 거야 .너는 엄마 대문이 아니잖아.”
“맞아요.”
“아니.”
지우는 머리를 헝클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우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장님.”
“그만해.”
“사장님.”
“그만하라고!”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준재를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너를 믿었어.”
“그래서 다 고백한 거예요.”
“너 정말.”
“나는 그래서 말을 하는 거잖아요.”
준재는 지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지 마.”
“사장님.”
“오지 마라고!”
지우개가 꼬리를 말고 카운터로 달아났다.
“오지 마.”
“미안해요.”
준재는 지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지우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지우도 눈물이 흐르는 채로 준재를 응시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준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준재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분명했다.
“너 정말.”
“미안해요.”
준재의 목소리는 떨렸다.
“사장님이 아플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너무 힘들 거라는 거 다 알고도 그런 거야. 알고도 그랬어.”
“정말.”
지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준재는 그렇게 지우의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속이 너무 아팠다.
“내가 아직 어려서. 아무 힘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장님 아버지 말을 듣고 좋았어요. 아, 이제 내가 사장님 곁에 있을 수 있겠다. 이제 아무런 부담없이. 뭔가 그래도 있을 수 있겠다. 그랬어요.”
지우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그들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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