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8장. 불신 4]

권정선재 2017. 3. 1. 07:00

38. 불신 4

자기만 갖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자고요?”

 

. 처음에 우리는 각자의 가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이 섬에서 이것보다는 빠르게 나갈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랬던 거였습니다. 하지만 나갈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을 해야죠.”

 

지웅의 말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어떻게 판단을 하는 것이 옳을지 각자의 생각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그것을 공유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거. 그래서 일단 자신의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만 공유를 하기로 했습니다.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봤다.

 

초콜릿이 없어졌어요.”

초콜릿이요?”

라시안 씨의 초콜릿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순간 재율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손을 들었다.

 

얼마 전이 길에서 초콜릿을 주웠습니다. 그래서 주인을 찾으려고 갖고 있다가 잊고 있었어요.”

?”

 

시인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율은 자신의 텐트로 달려가더니 초콜릿을 들고 왔다.

 

아마 텐트를 옮기시다가 떨어뜨린 거 같은데.”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미리 텐트마다 다 가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여쭤보고 드렸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니요.”

 

시인이 초콜릿을 들고 시안을 째려보자 시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시인은 다시 한 번 재율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일단 이걸로 된 거고요.”

 

지아는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제부터 각자가 갖고 있는 짐들. 공유를 하실 분들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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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어떻게 할 거야?”

반대야.”

.”

무조건 반대야.”

 

서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공유할 거라는 보장이 있어. 괜히 우리 패만 보여주는 거라고. 그거 반대야.”

형은 여기에서 평생 살 거야?”

?”

우리 나가야지.”

어디를 나가?”

 

윤태의 말에 서준은 더욱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갈 생각을 하면 오히려 안 되는 거라고. 누가 우리를 구해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더 귀찮은 문제가 생길 거야. 그거 너도 알잖아.‘

하지만.”

이윤태.”

 

 

윤태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서준은 미리 말을 끊었다.

 

알고 있어. 너는 강 기자가 말을 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런 거 아니야.”

정말이야?”

그래. 우리 여기에 남아있는 사람 얼마 되지도 않아. 그리고 불안하고. 우리 이 섬에 지금 너무 오래 있었어. 이 상황에서 우리들 공유를 해야 해. 뭘 갖고 있는지 서로 알아야 하는 거라고.”

너는 믿을 수 있어?”

.”

 

서준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기적이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진작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이거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을 거야. 누군가가 왕처럼 굴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들 중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잖아. 그건 믿어도 된다는 이야기야.”

모르지 발톱을 숨겼을 지도.”

 

서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공개할 거야.”

그거 좋다.”

?”

너만 공개를 하고 너는 그걸 나에게 공유를 하면 되겠다.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보여줄 거니까.”

싫어.”

?”

 

윤태의 단호한 태도에 서준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윤태를 향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 정말 나에게 이럴 거야? 내가 아무리 강 기자 때문에 너랑 척을 뒀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지.”

그런 게 아니라 그건 공정하지 않잖아.”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식으로 나오지는 않을 거잖아. 누구라도 그러면 자기만의 전략을 짜는 거지. 우리가 지금 이러는 이유는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살자는 거잖아.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너 이상해.”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이윤태. 너 지금 제대로 생각해야 하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 제대로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가 쥐고 있는 거 다 잃는다고.”

우리 쥐고 있는 거 없어. 그러니까 형도 이상한 말 하지 마. 나는 형이랑만 따로 공유할 생각 없으니까.”

이윤태!”

 

서준의 외침을 뒤로 하고 윤태는 텐트를 나왔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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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서 그 사단을 내야 하는 거야?”

아니 그래도 내 덕에 찾은 거지.”

라시안.”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괜히 사람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킨 것 같았다.

 

내 실수라고 했잖아.”

그래도 이상하지 않아?”

뭐가?”

아니 그걸 주웠으면 바로 사람을 찾아서 줄 생각을 해야 하는 거잖아. 그걸 미리미리 줘야 할 거 아니야.”

. 너는.”

?”

누나 그만해.”

 

시우까지 나서자 시인은 입을 내밀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알았어.”

 

아무튼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공유하고 싶어.”

 

시우의 말에 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현명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나도 찬성이야.”

나는 좀 그래.”

 

 

시안은 입을 더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시안의 태도에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단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궁금하니까. 그 정도는 공유를 해야 하는 거겠지.”

그것도 좀 그렇지 않아?”

뭐가?”

자기들끼리 다 정한 거잖아.”

 

시안은 한쪽 볼을 부풀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놓고 우리에게 뭔가 엄청난 선심을 쓰는 척 그러는 거 나 되게 마음에 들지 않아. 안 그래?”

너는 생각을.”

?”

 

시인이 자신을 노려보자 시안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언니도 그렇게 사람 좋은 생각을 하지 마. 사람들이 어디 남을 위해서만 생각을 할 수 있어?”

그럴 수도 있지.”

언니.”

그만.”

 

시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대화를 한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좋은 것은 없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그러는 거냐니. 언니 나는 시우랑 언니랑 우리 셋. 꼭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 언니는 아니야?”

내가 아닐 거냐니. 라시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무조건 돌아갈 거야. 적어도 시우라도.”

둘 다 그만 둬.”

 

시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찬성.”

?”

 

시우의 반응에 시안은 멍해졌다.

 

.”

누나 솔직히 생각을 해봐. 지난 번 아스피린도 그렇고. 차 마시라고 쌀 볶은 것도 그렇고. 쑥 뜯어온 것도 그렇고. 나는 그 기자님 조금 세 보여서는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아.”

그러게.”

 

시우까지 이렇게 나서자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시우 너까지 이러면 내가 할 말은 없지.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하는 거네. 알겠어.”

고마워.”

됐어.”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시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힘을 합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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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님 좋아해요?”

뭐라고?”

 

조개를 줍던 지아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윤태를 봤다. 윤태의 얼굴은 상기 되어 있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나를 거절하는 이유를 달라고요?”

없어.”

기자님.”

이윤태 씨 애니?”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자꾸 이런 비슷한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윤태 씨. 제발 정신을 좀 차려. 이윤태 씨가 나를 좋아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자유가 있는 것처럼. 나는 이윤태 씨를 좋아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거거든. 그런 생각 안 하니?”

그건 아니지만.”

 

지아의 말에 윤태는 침을 삼켰다. 지아의 말이 옳았다. 누군가를 좋아할 자유가 있다면 반대의 자유도 있는 법이었다.

 

그래. 이윤태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아. 그렇다고 해서 이 섬에서 연애를 해야 하는 거니?”

좋아하면 일단 해보는 거죠. 적어도 이 섬은 서울보다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있는 편이잖아요.”

아니.”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가 더 복잡해. 오히려 보는 눈도 더 많고. 여기는 생존이랑 관련이 있어. 나는 이런 곳에서 그런 가벼운 것을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리고 나는 사무장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물론 이윤태 씨와 연애할 생각도 없어.”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거네.”

?”

 

윤태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머리가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