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6장. 불신 2]

권정선재 2017. 2. 27. 07:00

36. 불신 2

대통령이 어디 그렇게 국민들을 위해서 성실하게 움직이는 사람입니까?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겠지요.”

그렇죠.”

 

총리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총리의 반응에 야당 대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재미있는 소문을 못 들으셨습니까?”

소문이요?”

 

야당과 쪼개진 제 2야당 대표는 미간을 모았다.

 

설마.”

.”

 

총리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소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각하와 관련이 된 것은 그 소문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그렇겠습니까?”

 

야당 대표는 이렇게 답을 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런 거라면?”

국민들이 그리로 조사팀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요?”

당연히 국민들이.”

국민이요?”

 

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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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된다고 세금을 그리 허투루 쓰자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대표께서는 정신이 있으십니까?”

맞습니다.”

 

2야당 대표가 총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세계 경기가 얼마나 불확실한 모양새입니까? 이 상황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

게다가 숨겨둔 아이라니.”

 

총리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품위가 없어요.”

원래 없으신 분이시지요.”

 

2야당 대표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글쎄요.”

 

야당 대표의 물음에 총리는 밝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 아무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다들 저처럼 그렇게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럼 일단 다른 야당 대표를 만나야겠군요. 여당과 비슷한 성향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에는 섞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거 좋습니다.”

 

총리는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판은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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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어디에 갔지?”

?”

없어졌어.”

 

시안의 말에 시인은 옆에 나서서 짐을 찾으며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그게 발이 달려서 어디를 가게? 그런 걸 도대체 누가 가지고 간다고. 네가 먹고 잊어버린 거 아니야?”

내가 뭐 바보야? 내가 그걸 먹고 왜 잊어. 라시우! 너 혹시 초콜릿 먹었어?”

 

아니.”

얘는. 쟤는 한국에서도 군것질 안 하던 앤데.”

모르지.”

뭘 몰라.”

 

시안은 계속 짐을 뒤지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챙겨두었던 초콜릿이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우리 분명히 초콜릿을 받았잖아. 그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하나 더 받았잖아. 그런데 없어. 왜 없는 거지?”

쥐라도 있나?”

도둑이 있는 거야.”

?”

 

시안의 말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이 섬에 지금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믿으면서 의지를 하자고 하는데 그런 짓을 하 사람이 있을까?”

언니가 사람들을 너무 믿어서 그러는 거야.”

설마.”

 

시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먹고 잊은 걸 수도 있을 테니까.

 

그건 물어봐야 하는 거라니까?”

?”

누가 가져갔는 줄 알고.”

누가 가져가면 또 어때?”

언니.”

그만 해.”

 

시안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시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가 초콜릿을 아주 강하게 원하고 있는 모양이지. 서로 의지를 하고 버텨도 모자랄 판에 그런 거 가지고 다 따지고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리고 내가 먹었던 걸 수도 있어.”

언니가 그런 거 잊는 사람이야?”

라시안.”

 

시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자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시우를 바라봤다.

 

너도 이상하지 않아?”

그게.”

그만둬.”

 

시인은 더욱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다들 뒤숭숭한데 왜 이러는 건데? 너희 두 사람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이건 아니지.”

언니.”

끝이야.”

 

시안이 무슨 말을 더 하지 못하게 시인은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검지를 손으로 들었다.

 

더 이상 이거 가지고 말하지 마.”

언니!”

무슨 일이에요?”

 

지아가 과일을 들고 오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아에게 짧게 고개를 숙이고 멀어졌다. 지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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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있는 게 좋아요?”

. 좋아요.”

 

윤한의 물음에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있을 적에는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믿음이 가지 않았거든요.”

믿음이라.”

 

윤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늘 느끼고 있는 거였으니까.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불안감.

 

그런 믿음은 잘 없죠.”

그렇죠. 여기에서는 그래도 내가 몸을 움직인 만큼 어떤 인정을 받는 거니까. 그게 어떤 증명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윤한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의 말이 옳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글을 쓴다고 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자신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일 따름이었으니까. 이런 자신도 여기에 와서는 힘을 쓸 수 있었고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다는 어떤 믿음 같은 게 있었다.

 

돌아가기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이 순간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삶에서 나도 모르는 휴식 시간 같은 거. 이런 거 얻게 되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죠. 우리도 모르는 휴식. 제가 여행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런 휴식을 느낄 때가 좋았어요.”

언제인데요.”

.”

 

윤한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입을 열었다.

 

한 번은 제주도에 갔을 때였어요. 제가 운전면허가 없거든요. 그리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서 제주도에 갔는데, 그 녹차 밭에 갔다가 제가 버스 시간을 잘못 알아서 한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화장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차를 마셨는데 그게 되게 좋더라고요. 나는 왜 제주도에까지 와서 이렇게 바쁘게만 다닌 거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데? 도대체 뭘 얻겠다고 그렇게 바쁘게만 다닌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구나. 또 다른 건요?”

도쿄.”

도쿄요?”

.”

 

윤한은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저는 돈이 많이 없으니까. 돈을 아끼면서 여행을 해야 하잖아요. 도쿄도 보고 싶고 오사카도 보고 싶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타고 가면 하룻밤 숙박도 아낄 수 있거든요.”

그거 좋다.”

. 좋아요.”

그런데요?”

제가 되게 열심히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구나.”

 

막 한 시간씩 걷는? 그래서 지하철비를 아껴서 인형 같은 거 사는 거. 제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아끼고 하다 보니까 오사카로 넘어가기 전에 너무 힘이 없는 거예요. 몸이 무겁고. 그래서 신주쿠 역. 아마 맞을 거예요. 거기에서 도쵸마에. 그러니까. 도청으로 가는 중간에 보면 브랜드 커피 숍 옆에 작은 카페가 또 있거든요. 빵도 구워서 파는 카페인데. 거기에 앉아서 소설을 썼어요.”

도쿄에서 소설이라니.”

에이.”

멋있죠.”

 

세연은 윤한의 옆구리를 가볍게 찌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자신은 느낀 적이 없는 그런 여유였다.

 

저도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보내고 있잖아요.”

그렇죠.”

 

세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그런 것이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런 시간을 누리는 중이었다.

 

행복하고 싶어요.”

행복이라.”

윤한 씨는 행복해요?”

지금 세연 씨랑 있어서?”

뭐야?”

 

세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마냥 싫기만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편안했다.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유명해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선배들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왜요?”

글쎄요.”

 

세연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걸 알 리가 없어요. 뭐 그 선배들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 같은 것이 있겠죠. 저는 모르는.”

그럴 테죠.”

그게 너무 힘들어요.”

 

윤한은 조심스럽게 세연의 손을 잡았다. 세연은 그 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윤한에게 고개를 기댔다.

 

좋다.”

좋아요?”

. 좋아요.”

 

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 씨 되게 신기한 거 알아요?”

뭐가 신기한데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줘.”

내가 낙천적이라 그런가?”

그럴까요?”

 

윤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꽤 오랜만이라 낯선 느낌이었다.

 

나는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요?”

그럼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될 테니까.”

 

세연이 허리를 세우려고 하자 윤한은 손에 힘을 주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겁쟁이라서 그래요.”

윤한 씨.”

세연 씨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런 시간이 너무 좋다. 뭐 그런 말인 거죠. 그리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데 다른 것을 고민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렇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던 세연은 괘를 끄덕였다. 그녀도 어렴풋이 느끼던 어떤 감정인 거니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서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에 준 힘을 조금 더 세게 해서 더욱 꽉 서로를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