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5장. 불신 1]

권정선재 2017. 2. 27. 00:39

35. 불신 1

정말 안 되겠어?”

안 돼요.”

 

지웅의 간절한 물음에 세라는 단호한 표정이었다.

 

사무장님이야 말로 지금 제대로 판단을 하셔야 해요. 이러다가 아무 것도 안 될 수도 있다고요. 우리는 살아야죠. 우리는 살아야 하는데. 이러다가 정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다 잃어요.”

나는 우리가 갖고 있는 거 잃는 거 안 무서워.”

사무장님.”

자기는 무서워?”

무서워요.”

 

세라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지만 힘이 있었다.

 

이미 모든 생존자가 우리 네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어요. 이 상황에서 공유라뇨.”

그게 권력이야.”

사무장님.”

그게 권력이 되는 거라고.”

어쩔 수 없어요.”

 

세라는 고개를 연신 흔들었다.

 

사무장님도 생각을 해보셔야 해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던 거. 그걸 숨기고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뭘 볼 거라고 생각해요? 무슨 생각을 할 거라고 믿으시는 건데요?”

그건.”

다른 문제에요.”

 

세라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세라의 말이 옳았다.

 

그 동안 왜 숨기고 있었던 거냐고. 그 동안 왜 거짓말을 한 거냐고. 그렇게 물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거야.”

할 말이 없잖아요.”

 

지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고요. 누군가만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거. 도대체 왜 그랬던 건지. 도대체 왜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았던 건지 물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뭐가 있는데요?”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재율이 손에 물고기를 든 채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세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니까.”

.”

나랑 얘기하자.”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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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도대체 강 기자님에게 뭐라고 한 거야?”

또 뭐?”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냐고.”

 

윤태의 차가운 음성에 서준은 미간을 모았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는 형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도대체 왜 이렇게 나를 방해하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방해?”

 

서준의 목소리가 묘하게 갈라졌다.

 

도대체 무슨 방해?”

.”

나는 네 매니저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너를 위해서. 네가 더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게 지금 강 기자를 협박해서. 나에 대해서 협박을 해서 그 사람이 뭔가 못하게 만드는 거야?”

?”

 

서준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다. 서준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윤태를 노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럼 뭔데?”

형이 과하다고.”

과해?”

그래. 과해.”

뭐가 과한 건데?”

형 여기 한국 아니야.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 하나 없어.”

다른 사람이면 내가 이런 말 안 해. 내가 언제 너에게 여자 문제를 가지고 귀찮게 한 적이 있어? 하지만 상대는 기자야. 기자라고. 무슨 생각을 할지 몰라. 알고 있어? 너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이 사태가 어떤 건지 말이야.”

.”

됐어.”

 

윤태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서준은 그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윤태. 내가 너 언제 잘못되라고 한 적 있어? 그런 적 없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강 기자를 만나게 되면. 도대체 어떤 복잡한 일이 생길 건데? 그리고 너 강 기자 얼마나 아는데?”

잘 모르지.”

그래.”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잘 모르는 사람 때문에 너를 걸지 마.”

하지만.”

그만.”

 

서준은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강 기자도 너랑 같은 마음인 거 확실해. 그 사람도 너를 만나겠대?”

그건.”

그것도 아니면서 왜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서준의 물음에 윤태는 답이 궁해졌다. 지아도 그를 만나겠다고 말을 해야 그나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될 거였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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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숨기고 있었던 건데요?”

그러니까.”

 

재율의 물음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일단 걸렸으니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는 거였다.

 

우리들 모두 각자 가지고 있는 짐.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솔직하게 공개를 한 사람이 없잖아.”

사무장님도 숨겼어요?”

? 그게.”

 

지웅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재율은 머리를 헝클고 고개를 저었다.

 

제가 형이라고 부르면서까지 사무장님을 믿었잖아요. 탐색에도 같이 나서고 그랬던 거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비밀이 있었다고요?”

미안.”

미안이요?”

 

재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알아요?”

아니.”

그럼 말을 할 건가요?”

아니.”

 

지웅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없어.”

왜요?”

사실을 모두 알게 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될 테니까.”

무슨 문제요?”

다른 사람들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하면 드러난 증거들을 갖고 그게 전부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지웅의 진지한 물음에 재율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됐던 거죠. 처음부터 자신이 뭘 갖고 있는지 다 말을 해야 했던 거죠. 안 그래요? 저는 나침반. 그거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그거 바로 공유했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서도요.”

그래.”

그리고.”

됐어.”

 

재율이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하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재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승무원들과 강지아 씨, 권윤한 씨. 그리고 맹세연 씨만 정보를 공유할 거야. 일단 그 정도로만.”

저도 껴주세요.”

?”

어차피 다 안 거잖아요.”

그건.”

 

재율의 말이 옳았다. 어차피 재율도 정보가 한쪽에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숨긴다고요?”

?”

그럼 나아질 건 없어요.”

 

재율의 지적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율의 말이 옳았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또 넣자고 하면 반대를 하실 거죠?”

그건 당연하지.”

알았어요.”

 

재율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이미 자신을 무리에 넣어주었다는 것도 엄청나게 나아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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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지아는 자신의 가방을 들여다보고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넣은 기억이 없는 약과 탐폰. 그리고 기다란 끈이 있었다.

 

이게 뭐야?”

이거 누나 짐 아니에요?”

미쳤어?”

 

윤한의 물음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여행을 가면서 이런 걸 갖고 다니는 사람은 없어.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아마도 사고가 날 거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는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걸 가지고 다닐 리가 없지.”

그러게요.”

 

세연은 끈을 들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단 한 번도 가져갈 생각도 하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이런 걸 어디에다 쓴다고요.”

그러게.”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다행히 자신의 짐은 없어진 것이 없어 보였다. 휴대전화는 망가졌지만 여분의 배터리는 있었다.

 

별 건 없네.”

그러게요.”

 

윤한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도 사실을 말해야죠.”

사실?”

.”

 

윤한은 세연을 보며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 씨 비밀이 없기로 했잖아요.”

그렇죠.”

 

윤한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은 그 순간 윤한에게 손가락 깍지를 끼며 밝게 웃었다.

 

저희 사귀어요.”

두 사람이 사귄다고?”

?”

. 그렇게 됐습니다.”

 

세연과 윤한의 말에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줄은 몰랐다.

 

말도 안 돼. 그런데 그걸 왜 말을 하는 거야?”

비밀이 없기로 했으니까.”

이건 다르지.”

달라요?”

 

세연은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볼을 부풀렸다.

 

이런 것도 누군가에게는 서운할 수 있는 사실이에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고요.”

그거야 그렇겠지만.”

 

지아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런 것은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우리는 보조 배터리와 여분의 배터리.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의문의 긴 끈이 있다는 이야기네.”

저는 아무 것도 없어요.”

 

세연은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그대로 가방을 엎어 보였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일단 이 세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공유가 이루어진 거였다. 어느 정도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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