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장. 갈등 5
“제가 쓰겠습니다.”
재율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 하지만 재율의 뒤를 이어서 시우도 손을 들었다.
“저희 누나가 나가겠다고 하니까 제가 쓸게요. 아무래도 그렇게 좋은 기분의 텐트는 아니니까요.”
“네가 왜?”
시안은 발끈하며 나섰다. 자신이 편한 것은 좋더라도 시우가 괜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원하지 않는 그녀였다.
“저 사람이 양보를 한다고 하잖아.”
“그거 너무 이기적이잖아.”
“뭐?”
“그거 아니야.”
시우는 시안을 응시하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쓸게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미쳤어.”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누구 하나 그녀의 편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이게 무슨?”
“그럼 그렇게 하죠.”
“아니요.”
지웅의 말에 시안은 고함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 수 없어요.”
“그럴 수 없다뇨?”
“먼저 표재율. 저 사람이 자기 텐트를 내준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해야죠. 저 사람이 그 텐트에서 자게 해요. 이게 뭐야? 생색은 혼자서 다 내고 결국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거잖아.”
“지금 누가 폐를 끼치는 건지 모르겠네.”
“뭐라고요?”
세연의 말에 시안은 발끈하며 눈을 부라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그만해.”
“뭘 그만해?”
시인이 말리자 시안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이것저것 숨기고 있었는데 도대체 뭘 그만할 수가 있는 거냐고. 진짜 웃기지도 않는 사람들이네. 도대체 무슨. 언니. 언니도 무슨 말을 해봐. 지금 시우가 그 망할 인간 텐트에서 자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어.”
시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시인의 반응에 시안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당연한 거 아니야?”
“뭐가 당연한 건데?”
“도대체 왜 너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 건데?”
“그러니까.”
“그거 네가 하기로 한 거야. 그러니까 네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지. 네가 하고자 한 걸로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마. 그리고 시우가 아니라면 내 텐트를 내주려고 했어. 그걸로 된 거야.”
“하지만.”
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모두를 바라봤다.
“이건 저희 식구 안에서 일어난 문제니까요. 표재율 군은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가 해결을 할게요.”
“알겠습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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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왜 그런 거야?”
“네?”
세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그래도.”
“에이. 언니 뭐가 그래도에요? 이럴 EO는 해야 하는 말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뭐.”
지아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의 말처럼 누가 나서서 해야 하는 말이기는 했다.
“그래도 꼭 네가 할 이유는 없는 거지. 그러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하고 관계가 나빠질 이유가 뭐가 있어?”
“꼭 모든 사람하고 관계가 다 좋을 이유가 있나?”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랑 윤한 씨만 있으면 된다고요.”
세윤은 지아의 팔짱을 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언니랑 나. 우리 두 사람. 그리고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윤한 씨. 나는 이렇게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믿어요. 굳이 그쪽 사람들하고는 관계가 없다고요.”
“그래도.”
지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서울이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이곳에서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거. 그게 도대체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까.”
“그렇죠.”
세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아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모든 비위를 맞출 이유는 없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요.”
지아는 심호흡을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 자신을 보고 있는 서준과 눈이 마주치고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언니 왜 그래요?”
“아니.”
“아.”
세연은 방금 지아가 보고 있던 곳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거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보다 그거 별로 안 중요한 거거든요.”
지아는 다시 돌아봤다. 서준은 자신의 일을 하는 중이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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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쳤어.”
“뭐가?”
“네가 도대체 왜 그래?”
“왜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뭐?”
시우의 간단한 대답에 시안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처럼 그러지 않아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누나는 내 누나잖아. 그러니까 내가 그 정도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건 아니지.”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억울하다는 눈으로 시인을 보며 고개를 다시 한 번 저었다.
“언니가 무슨 말을 좀 해봐. 얘가 도대체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는 건지 모르겠어. 왜 이러는 건지 나 정말 모르겠다. 라시우.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언니가 무슨 말을 좀 하라고.”
“너야 말로 왜 그러는 건데?”
“뭐?”
시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자신에게 꽂히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언니!”
“시끄러워.”
시안이 목소리를 높이자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시안을 응시했다.
“너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바라다니?”
“네가 그런 식으로 분탕질을 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러지 마. 우리가 그런 식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너는 더욱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거야.”
“내 편이어야지.”
“뭐가?”
“언니는 내 편이어야지!”
시안은 악다구니를 썼다. 시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코웃음을 치며 몸을 뒤로 기댔다.
“너 애야?”
“애가 아니라 가족이잖아.”
“가족?”
“그래. 가족. 다른 사람들은 남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언니는 남을 더 챙길 수가 있어? 가족이 우선이어야 하잖아.”
“네가 한 번이라도 남이 우선인 적이 있어?”
“뭐?”
“없어.”
시인은 힘을 주어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늘 너랑 시우가 우선이었어. 그런데 지금 이 문제는 네가 심했던 거야. 네가 문제를 일으킨 거야.”
“그건.”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시인의 말이 옳았다. 자신이 조금 나선 것이긴 했다. 그래도 이건 억울했다.
“아무리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라면. 적어도 가족이라면 편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인 거잖아. 무슨 가족이 이렇게 냉정하게 행동을 하는 건데? 이건 가족이 아니잖아.”
“가족이니까 냉정하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억지로 가면을 쓸 이유가 없는 거니까. 아무튼 너는 얻을 것을 다 얻었잖아.”
“아니.”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시우가 그 텐트에서 자잖아.”
“나는 괜찮아.”
짐을 챙겨 나오면서 시우는 간단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텐트인 걸.”
“그 텐트 기분 나쁘다고.”
“그럼 내가 거기에서 잘게.”
“언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시인과 시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두 사람 다 지금 다른 사람 같아. 도대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라시안. 너야 말로 지금 제대로 생각해. 지금 이 순간 이걸 감정적으로 대하는 건 바로 너니까.”
“뭐?”
“솔직히 인정을 해. 라시안. 너 지금 뭔가 이상한 거 알아? 너 지금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시인의 말에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시인을 응시했다.
“언니야 말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걸 그만 두지 그래?”
“뭐?”
“언니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잖아.”
시안의 말에 시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시안은 지금 그녀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리는 중이었다.
“너 그 말 사과해.”
“아니.”
시안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건데?”
“라시안.”
“언니 정신 차려.”
시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언니가 그런다고 해서 누구 하나 언니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라시안. 저 정말.”
“누나 그만해.”
시우가 시안의 팔을 붙잡자 시안은 거칠게 그 손을 뿌리쳤다.
“라시우. 너도 제정신을 차려. 도대체 여기에서 언제까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살 거야? 그렇게 하다가 결국 네가 가지고 있는 거. 그거 다 잃을 수도 있는 거라고. 나는 지금 이 섬에 있는 것도 미칠 거 같은데 너는 안 그래? 너는 이 섬에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아. 이상하다고.”
“나도 싫어.”
시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나처럼 유치하게 행동하지 않아.”
“뭐라고?”
“누나 지금 되게 유치하게 행동하고 있는 거 알아? 다들 누나 비위만 맞추고 있어야 하는 거야? 이해가 안 가.”
“좋아.”
시안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망할 텐트에서 무슨 일이 있건. 그건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나를 신경도 쓰지 말라고.”
시안은 이렇게 말하고 그대로 텐트를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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