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장. 어쩌면 희망 2
“그러니까 다른 곳에 섬이 있는 거죠.”
“그렇죠.”
지아와 윤태는 머리를 맞대고 GPS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알 수가 없었지만 바다 너머에 뭔가 있어 보였다.
“가야해.”
“아니요.”
윤태는 다시 지아를 막았다.
“가면 안 돼요.”
“이윤태 씨.”
“위험할 거예요.”
“아니.”
“증거가 있잖아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침을 삼켰다. 하지만 고작 이것을 가지고 증거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였다. 위험했다.
“이윤태 씨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나는 지금 여기에서 한 순간이라도 빠르게 나가고 싶어. 혹시라도 휴대전화의 전파가 터진 것이 이것과 관련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하는 거죠. 그쪽에 도대체 누가 있을 줄 알고 그러는 건데요? 이상하잖아요.”
“그건.”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곳에 도대체 무었이 있을지 그녀도 모르는 거였다.
“그렇지.”
“그러니 그만 가요.”
“하지만.”
“강 기자님.”
윤태가 목소리를 조금 굵게 말하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조금 더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 거였다.
“알았어요.”
“그럼 돌아가는 거죠?”
“네.”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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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근처에 섬이 있다고요?”
“네.”
지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지웅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섬에 가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만일 그 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문제가 될 테니까요.”
“무슨 문제요?”
“식량이라거나 여러 문제요.”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말이 옳았다. 다른 섬의 상황은 이곳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이곳처럼 풍부한 음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어쩌면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정확한 수도 모르고.”
“그럼 어떻게 해요?”
“그러게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윤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을 지켜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할 건가요?”
“일단 오늘은 하지 말죠.”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다른 승무원들에게 묻겠습니다. 그리고 강지아 씨도 친하게 지내는 두 분에게 묻죠.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윤태는 손을 들고 씩 웃었다.
“어차피 서준이 형은 정보 공유에 회의적이니까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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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요?”
“뭐가요?”
“다 말을 한다고 하지.”
“아니요.”
지아의 물음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준과 굳이 공유를 할 이유가 없는 거였다.
“안 그래도 기자님하고 이래서 안 좋아할 걸요?”
“네? 왜?”
지아는 이렇게 말하다 아차 싶었다.
“미안해요.”
“뭐가요?”
“이윤태 씨도 알고 있잖아요.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러는 거. 그쪽에게 그다지 좋게 작용하지 않을 거라는 거. 설마 그런 거 하나 이해를 못한다고 하는 거 아니죠?”
지아의 말에 윤태는 잠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물끄러미 지아의 눈을 쳐다봤다.
“그걸 지금 나보고 이해하라고요?”
“당연하죠.”
“미쳤어.”
윤태는 이렇게 말하며 씩 웃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쭉 내밀었다.
“강지아 기자님. 나는 그런 거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안 그래도 그런 거에 피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서 후회를 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더 이상 놓치지 않을 겁니다.”
“뭘요?”
“좋아하는 여자를요.”
윤태는 이렇게 말하고 불쑥 지아에게 다가왔다. 지아는 비명을 지르고 입을 막았다. 윤태는 씩 웃고 어깨를 으쓱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뭐, 뭐가요? 이거 성희롱이에요.”
“아무 것도 안 하고 일어나려고 한 건데요.”
윤태는 씩 웃고는 멀어졌다. 지아가 어이가 없어서 그곳을 보니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텐트로 들어갔다.
“도대체 뭐야?”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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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지웅과 진아의 대화에 나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질문해도 괜찮아요?”
“네. 해요.”
“다른 사람들이 더 있다고 하면 우리가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 아니에요? 같이 협동도 하고요.”
나라의 말에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적이라면 그렇죠.”
“이상적이요?”
“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처럼 이미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하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요?”
“그렇지 않다고요?”
“그렇죠. 혹시라도 그쪽에 식량이 전혀 없다면? 그리고 남성들만 있다면? 그리고 호전적이라면요?”
“설마요.”
나라는 이렇게 말하며 웃으려고 했지만 지웅과 진아가 전혀 웃지 않자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여러 상황을 생각을 해야 해요. 일단 그곳에 가야 하는 사람의 수도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할지 알 수가 없고요. 그리고 그쪽에서 우리를 반기지 않을 상황까지도 모두 다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렇죠.”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는 입을 쭉 내밀고 그런 지웅의 어꺠를 가볍게 두드렸다.
“선배가 고생이 많아요.”
“그럼.”
지웅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래도 일단 옮겨야 한다고 생각을 해. 이제 이곳도 겨울이 오고. 그래도 뭐라도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쪽은 우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보트도 없는 거 같고. 이쪽으로 오지 않으니까.”
“저는 선배님들 의견을 ᄄᆞ를게요.”
나라의 말에 진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쪽도 살아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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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섬이 있기는 있는 거네요?”
“그렇지.”
“그럼 무조건 가야죠.”
“그건 아니죠.”
윤한의 말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막 가요? 그러다가 어떤 위험한 순간에 빠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건 가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여기에 있다가는 우리끼리 더 답답할 겁니다. 새로운 선택이 있어야죠.”
“나도 윤한이 의견에 찬성이야.”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있는 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뭔가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뭔가를 해야지. 여기에 있으면서 구조를 받기 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야. 배 하나 지나가는 것을 본 적도 없는데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나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
“위험하잖아요.”
“위험해도.”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세연의 손을 잡았다. 세연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일단 두 사람이 그러면 저도 찬성이요.”
“정말?”
“저 혼자 반대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리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윤한 씨가 지켜줄 거 아니에요?”
“됐다.”
지아는 가볍게 몸서리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텐트를 나왔다. 유난히 밤이 푸르렀다.
“새로운 곳이라.”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만 하는 거였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어떤 선택지도 남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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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가?”
“뭐가 있는 거지?”
서준의 물음에 윤태는 미간을 모았다.
“형은 뭐가 궁금한 건데?”
“뭐?”
“형. 형은 애초에 우리랑 별로 정보 공유를 원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윤태.”
윤태의 말에 서준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나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같이 나가야 하는 사람은 나잖아. 아니야?”
“다 같이 나가야지.”
“그거야 당연하지만.”
“됐어.”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형하고 무슨 말을 더 하면 괜히 속상할 거 같아. 나는 형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섬에서 형은 좀 다른 거 같아. 내가 한국에서 할고 있던 서준이라는 사람하고 다른 거 같아서 좀 이상하다.”
“다 너를 위한 거야.”
“그렇겠지.”
윤태의 대답에 서준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그대로 텐트를 나갔다.
“쟤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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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겁니까?”
“네?”
지아는 놀라서 돌아봤다. 윤태였다.
“깜짝이야.”
“놀랐어요?”
“당연하죠.”
“왜요?”
“왜라뇨?”
지아가 입을 쭉 내밀자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아는 그제야 윤태의 얼굴이 굳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얼굴이 왜 그래요?”
“들어줄래요?”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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