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장. 달빛 아래 나란히 2
“됐어요.”
“뭐가 자꾸 됐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윤태의 반문에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도대체 뭐가 자꾸만 됐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 좋다. 아니다. 뭐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이런 식으로 됐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윤태에게 말려들고 그러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윤태 씨도 알고 있잖아요. 이윤태 씨는 스타에요. 이런 구설수를 만들어서 좋을 거 하나 없어요.”
“이게 왜 구설수인 거죠?”
“당연하잖아요.”
“내가 스타일까요?”
“네?”
“한국 소식 모르잖아요.”
“그건.”
지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당황한 지아와 다르게 윤태는 꽤나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내가 이제 한국에서 스타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여전히 스타일 거였다. 그럴 수 있을 거였다. 그러니까 그게 옳았다.
“이윤태 씨. 이런 식으로 나랑 어울리는 거 좋지 않아요. 우리는 결국 돌아갈 거고.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거예요. 우리가 그 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말이죠. 기자들은 곧 가십을 찾을 거야. 그게 결국 기자의 생리이니까요.”
“결국 잦아들겠죠.”
“그래도 나는 싫어요.”
지아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나는 그런 거 견디고 싶지 않아요.”
“강 기자님.”
“그리고 나는 이윤태 씨를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아요. 알고 있어요? 나는 아니라고요.”
“그걸 감내하지 않아도 되면요?”
“네?”
지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든 것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런 거라면 괜찮을 수도 있을 거였다. 지아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우스웠다.
“그런 생각을 내가 왜 해야 하는 건데요?”
“강 기자님이 나를 좋아하는 게 보이니까요.”
“뭐라고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지아가 힘을 주어 대답하자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이윤태 씨.”
“나는 내가 지금 강 기자님을 잡지 않으면 나에게 다시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잡으려고요. 강 기자님의 말씀처럼 한국으로 돌아가면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됐다고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을 거였다. 윤태와 얽히는 것은 꽤나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내는 거였다. 그런 귀찮은 문제들은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윤태 씨는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요?”
“왜냐뇨?”
“다른 여자들도 있잖아요.”
“지금 뭔가 착각하는 거예요?”
“뭐가요?”
“나 참.”
윤태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강 기자님은 그냥 내가 여기에서 여자 하나 어떻게 해보려고 이러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한다고요. 도대체 이 말이 뭐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건데요? 강지아 씨를 좋아합니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어요. 아직도 내가 멍청한 짓을 한 것 때문에 강 기자님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하는 거구나. 좋아한다고 해야 하는 거구나.”
윤태의 미소는 마치 고등학생의 것처럼 순수했다. 윤태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워 하는 느낌이었다.
“좋아해요.”
“됐어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저 순진해 보이는 미소에 넘어가면 안 되는 거였다. 저건 위험한 거였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강지아 씨.”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요.”
지아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텐트로 향했다. 윤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이거 폭력이라고.”
“과일 가지고 가라고요.”
“네?”
“과일 가지러 왔다면서요.”
“아.”
지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로 바닥을 쳐다봤다. 과일을 가지고 간다고 해놓고 그걸 그대로 바닥에 둔 채였다.
“이렇게 충격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나는 강지아 씨가 좋아서 고백을 한 거거든요.”
“도대체 왜 내가 좋아요?”
“다 좋아요.”
“무슨.”
지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다 좋다고 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걸까?
“알고 있어요. 서준이 형도 이상한 말을 했고. 내가 그리 믿음을 주는 타입도 아니라는 거. 그래서 말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진지하게. 몇 번이나 비슷한 말을 반복을 하면서. 이러는 거라고요.”
“이윤태 씨.”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답답했다. 자신도 윤태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흥미롭다고 해서 단순히 만날 수 없는 거였다. 더군다나 이곳은 생존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장소였다.
“나는 일단 여기에서 나가는 게 우선이에요.”
“나가면 만날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지아는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잔인하네.”
“네. 나 잔인해요.”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씩 웃더니 팔짱을 끼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좋아해요.”
“이윤태 씨.”
“그래도 좋아한다고요.”
윤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렇게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그게 무슨?”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고백하지 않으면 강 기자님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요.”
윤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과일을 들고 돌아섰다.
“좋아합니다!”
뒤에서 윤태의 말이 꽂혔다.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나를 왜 좋아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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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네가 뭐가 미안해?”
“나 때문이야.”
시우의 사과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라시우 너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시안이 누나 편을 들었야 했어.”
“네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그래야 누나가 나가지 않았을 테니까.”
“아니.”
시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었다. 때로는 이런 일이 그냥 일어나야 할 수도 있는 것을 알아야 했다.
“시안이 누나가 이기적이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더 잘 했어야지. 누나가 뭔가를 하기 전에 내가 막았어야지.”
“됐어.”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안이도 뭔가 생각을 해야지.”
“누나는 시안이 누나에게 너무 단호해.”
“그래야 애가 어른이 되지.”
“너무 그러지 마.”
시우는 입을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나 때문에 시안이 누나는 너무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 버린 거니까. 나 때문에 뭔가를 얻지도 못하고. 늘 양보해야 하고.”
“그건 나도 그랬어.”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시우의 사과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 섬에서 나가고 싶어.”
“그렇게 되겠지.”
달은 유난히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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