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그래서 당신 2
“싫으면 안 가도 괜찮아.”
“싫을 리가 있어요?”
“왜 없어?”
“왜요?”
“싫을 수도 있지.”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싫을 리는 없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으니까.
“기자님은 지금 뭔가 착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무슨 착각?”
“내가 기자님을 좋아한다는 걸 잊고 있어.”
갑작스러운 윤태의 고백에 지아는 사례에 걸렸다. 지아가 기침을 하자 윤태는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습니까?”
“그쪽 때문에 그렇잖아요.”
“뭐가요?”
“됐어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강 기자님의 반응을 보면 강 기자님도 되게 좋아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내가 틀린 거 같지 않은데.”
“완전 틀렸어요.”
“그래요?”
“당연하죠.”
윤태는 입을 쭉 내밀었다.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텐트로 돌아갔다. 윤태는 씩 웃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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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어디 다녀와요?”
“아. 내일 내가 가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이윤태 씨에게 같이 가달라고 이야기를 좀 하고 왔어.”
“언니 이상해요.”
“뭐가?”
“나나 윤한 씨가 가도 되는 건데.”
“아니.”
세연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언니는 언제 인정할 거예요?”
“어?”
갑작스러운 세연의 말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세연은 입을 내밀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니도 좋아하고 있잖아요. 그런 거면서 왜 자꾸 그렇게 아닌 척. 그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니니까 그러지.”
지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세연의 말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연은 지아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 말처럼 우리가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금방인 거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언니랑 이윤태 씨랑 제대로 만날 날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거잖아요. 그거면 더 붙어 있어야죠.”
“내가 왜?”
“좋아하니까요.”
“아니야.”
세연의 팔을 풀어내며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신기한 사람이라서 그래.”
“신기해요?”
“뭐. 좀.”
지아의 말에 세연은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거 보통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인데.”
“아니라니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밤이 늦었다. 내일은 이른 아침 출발해야 했다.
“나 이제 잘게.”
“언니.”
세연이 뒤에서 몇 마디 더했지만 지아는 들은 척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뭔가를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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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강지아 씨 뭐야?”
“형 안 자고 있었어?”
“내가 없는데 어떻게 자?”
서준의 말에 윤태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내일 섬의 저 편에 가는 거.”
“그거 또 네가 가는 거야?”
“뭐.”
“왜 네가 가?”
“왜라니?”
서준의 반응에 윤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차피 한 번 간 사람이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였다.
“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배우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
“위험할 게 뭐가 있어?”
“왜 없어.”
윤태의 느긋한 반응에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윤태. 네가 지금 뭔가 잘못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리는 지금 여기에 캠핑을 온 게 아니야. 분명히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그리고 네가 지금 나를 네 매니저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거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제대로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거든. 그리고 나는 너에게 내 입장에 대해서 말하고 지금 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말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알기 쉽게 말을 해.”
“가지 말라고.”
서준의 간단한 말에 윤태는 미간을 모았다.
“형 도대체 왜?”
“너 지금 그거 강 기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윤태는 단호히 끊었다. 단순히 그런 것이라면 가지 않을 거였다. 차라리 지아를 가지 못하게 막을 거였다.
“내가 가야 할 거 같아서 가는 거야.”
“네가 왜 가야 하는 건데?”
“한 번 다녀온 사람이 더 제대로 탐험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나는 이 섬이 이제 지겨우니까.”
“그럼 내가 갈게.”
“형은 물을 무서워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윤태의 지적에 서준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섬의 저 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바다를 가야만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거야.”
“다른 사람이 가도 되잖아.”
“구지웅 씨가 가면? 여기 누가 책임을 질 건데. 라시우 씨는 가면 또 그 여자가 난리를 칠 걸?”
“그 표재율.”
“안 그래도 혼자 온 사람이야. 아무 것도 의지할 수도 없는 사람인데 그런 거 하라고 하면 우습잖아.”
“미치겠네.”
서준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윤태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서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씩 웃었다.
“형 고마워.”
“미친.”
“형이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게 되게 좋다.”
“시끄러워.”
서준은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윤태는 그런 서준을 보며 숨을 한 번 내뱉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그래서 나를 그런 눈으로 본 사람들에게 말을 할 거야. 나 그렇게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 그 섬에서 살아나오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고 말할 거야.”
“그거 누가 말해줄 거 같아?”
“내가 하려고.”
윤태의 대답에 서준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거 내가 할 거야.”
윤태는 서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거 증명하고 싶어.”
“자라.”
“나는 나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멍청하게 여자만 밝히는 어쩌다가 스타가 아니라고.”
윤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자 서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윤태의 책임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이내 침묵만이 흘렀다. 윤태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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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다녀와요. 그리고 강지아 씨. 혹시라도 다른 게 뭔가 있더라도 오늘 돌아와요. 내일 또 가면 되니까.”
“네.”
지아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윤태를 노려봤다. 윤태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그런 모양이네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강지아 기자님 성격을 생각을 하면 그럴 거 같아서 그랬거든요. 역시 기자는 다르긴 다르네요.”
“기자라고 해도 그런 기자가 아닌 걸요.”
지아는 이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지아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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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한 거 아니야?”
“아닙니다.”
지아의 채근에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강 기자님의 성격을 며칠 동안이나 봤는데요. 그런 미친 짓을 쉬이 할 사람은 아니 거죠.”
“그렇지.”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가볍게 바다에 손을 담갔다.
“뭐 하는 거야?”
“모아나에 보니 그렇더라고요.”
“이윤태 씨가 무슨 길잡이야?”
“따뜻한 해류는 없네.”
윤태는 손을 가볍게 털며 씩 웃었다.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윤태 씨 애니?”
“동심을 가지고 있죠.”
“동심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지아는 혀를 끌끌 차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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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 잡히는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세연의 걱정스러운 말에 윤한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이 잡아오는 물고기의 양이 이제 형편없어 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계절이 바뀌는 만큼 바다에서도 어떤 변화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걱정이네요.”
“겨울이 길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게요.”
지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단 아예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제대로 말려야죠. 지금까지 말린 것도 잘 마르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지웅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다를 쳐다봤다. 바다는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있네.”
“그러니까요.”
윤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계절이 당연히 변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바다이니 만큼 더 빠르게 변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비는 안 오니까.”
“하지만 묘하게 춥죠.”
세연은 윤한을 살짝 흘겨봤다. 윤한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럼 사랑 싸움 계속 하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지웅과 재율이 멀어지자 세연은 윤한을 가볍게 때렸다.
“뭐 하는 거예요?”
“뭐가요?”
윤한은 세연의 손을 꼭 잡았다.
“좋다.”
“치. 좋기는 하네.”
세연의 말에 윤한은 조금 더 손에 힘을 주었다.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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