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장. 섬의 모든 것 1
“결국 대통령이.”
“네.”
총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그래도 아직은 힘을 가지고 계시니 말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고 하는데 누가 말릴까요?”
“그건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총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이런 식으로 여론이 바뀌는 것은 좋지 않았다.
“아들이 있는 것을 터뜨리지.”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가 어려워?”
“증거가 없습니다.”
“증거?”
총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런 증거 같은 것 만드는 것 일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그런 거 만드는 것 힘들지도 않아.”
“이제 총리께서 하시던 그 시절하고 다릅니다. 자칫하다가는 역풍이 심하게 불 수도 있습니다.”
“젠장할.”
총리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이대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켰다는 그림이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어도 좋아. 그래야 지금 우리에게로 정권이 넘어온단 것을 모르나?”
“알고 있습니다.”
총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로 가면 더 이상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건 안 될 일이었다.
“대통령이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탈당까지 감수한답니다.”
“탈당?”
총리는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통령도 머리를 쓰는군.”
“어떻게 할까요?”
“당대표랑 원내대표를 만나야겠군.”
“알겠습니다.”
총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턱을 어루만졌다.
“대통령이 아무리 머리를 써도 나를 이길 수는 없지. 내가 지금 정치를 몇 년을 했는데 나를 이기겠다는 거야.”
총리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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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섬이 확실한 거 같죠.”
“그러게요.”
GPS를 나란히 보던 두 사람은 한숨을 토해냈다. 확실히 다른 섬이 있는 거였다. 그것도 꽤 가까운 거리에.
“이걸 말을 할 거예요?”
“모르겠어요.”
지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그 섬의 존재에 대해서 뭐라고 느낄지.”
애매한 부분을 섬의 조금 더 북쪽까지 가보니 자락이 보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가지 않고서는 그저 돌덩이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섬의 한 부분인 건지 그냥 암석인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에서는 알 수가 없겠네요.”
“그렇죠.”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 가야 하는 건데.”
“그럴 이유는 없을 겁니다. 일단 배를 타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 다들 불안함을 느끼는 거니까. 배를 타지 않는다고 하면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일단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럼 갈래요?”
“아니.”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을 거 같아요. 일단 돌아가. 그게 우리의 약속이었으니까. 그렇게 하죠.”
“알겠습니다.”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순간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곧바로 그녀를 붙잡았다.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허리가 한 줌이야.”
“성희롱이에요.”
“칭찬이에요.”
“그거 칭찬 아니거든요.”
지아가 미간을 모으자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사나워요?”
“내가 사나운 게 아니라 이윤태 씨가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는 거예요. 세상에 그걸 칭찬이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아니 여자가 무슨 상품이에요? 그 순간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에이. 너무 예민하다.”
“예민해야죠.”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예뻐.”
“그것도 능력이네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윤태는 곧바로 그녀를 따라 잡아 옆에 나란히 섰다.
“칭찬 고맙습니다.”
“칭찬 아니거든요?”
“칭찬으로 들으면 칭찬이죠.”
“뭐래.”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윤태는 순간 그녀의 가방을 휙 가져갔다.
“뭐 하는 거예요?”
“들어줄게요.”
“됐어요.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무거운 것도 아니니까 생색을 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강 기자님. 그냥 저에게 맡기세요.”
“이윤태 씨!”
윤태가 멀어지고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순간 뭔가에 발이 부딪친 것을 느꼈다.
“뭐지?”
올무였다. 지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윤태 씨!”
윤태가 고개를 돌렸다.
“이리 와봐요.”
윤태가 재빨리 다시 지아에게 다가왔다. 지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올무를 가만히 만졌다. 낡았다.
“이게 뭐예요?”
“올무요.”
“올무? 그 멧돼지?”
“네. 뭐 산짐승을 잡는 건데. 이건 사람이 설치하는 거잖아요.”
“그럼 이 섬에 사람이 있는 건가요?”
“모르겠어요.”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녹이 슬고 그랬으니까 오랜 시간 여기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상태는 아닐 테니까.”
“그런가. 그럼 여기에 멧돼지 같은 게 있다는 건가?”
“모르죠. 하지만 없을 거예요. 있다면 우리가 진작 만났을 테니까. 아마 이 섬에 더 이상 그런 큰 짐승이 없어서 떠났을지도 몰라요. 일단 이 올무. 가지고 가야겠어요. 뭐 자를 거 있어요?”
“아니요.”
“도움이 안 돼.”
지아는 윤태를 밀어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올무의 끝을 발로 잡고 올무를 열심히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올무가 끊길 리가 만무했다. 윤태는 돌을 어딘가에서 들고 와서 열심히 내리쳤다.
“힘들어요.”
“가져가야 한다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해야죠.”
윤태는 지아를 보고 씩 웃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그런 윤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윤태는 올무를 끊어냈다.
“됐다.”
“잘 하는 게 있기는 하네요.”
“그럼요.”
윤태가 밝게 웃어 보이며 엄지를 들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올무를 가방에 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섬이 우리가 처음 온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네요. 이 섬에 누군가가 왔었고 오고 있다는 거죠.”
“그렇죠.”
지아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일단 또 다른 뭔가가 발견된 느낌이었다. 이게 좋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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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기다렸어?”
“그게.”
해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세연이 나오자 지아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다들 언니가 탐험을 간 거 알았어요.”
“어?”
뒤따라 온 윤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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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무네요.”
“네. 누군가가 있었다는 거죠.”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요?”
“모르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야겠죠.”
“그렇겠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아니요.”
지웅의 사과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지웅이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 막아주셨잖아요. 그리고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말을 했어야 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정확히 거기에 어떤 게 있는지도 모르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였는데 난감한 거였죠.”
“그래도 이게 있잖아요.”
윤태가 올무를 가리키자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이걸 말을 하는 게 더 문제죠.”
“왜요?”
“왜라뇨?”
“오히려 사람들을 뭉치게 할 걸요?”
“하지만.”
지웅과 지아는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일단 이런 걸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사람들 사이에서 의심이 생길 거예요. 윌끼리 뭔가를 갖고 있다고 하겠죠.”
“그렇죠.”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차라리 지우가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다행일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일 다시 탐험을 가지 못할 거였다.
“말을 해야겠군요. 다른 게 없으니.”
“다른 게 있어요.”
“네?”
지아의 말에 지웅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뭐죠?”
“계곡의 상류로 올라가면 건너편으로 갈 수 있어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넝쿨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지나가지 못했던 곳을 지나면 그럭저럭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지웅은 혀로 이를 어루만졌다.
“그 이야기는 일단 올무는 숨겨도 된다는 거군요. 어차피 녹이 슨 거니까 이걸 굳이 말을 할 이유는 없죠.”
“그렇죠.”
지웅은 올무를 자신의 가방 가장 깊숙이 넣었다.
“일단 이건 숨기죠.”
“네. 그렇게 하죠.”
윤태는 가볍게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과 지아가 결정한 것을 굳이 그가 흔들 이유는 없었다.
“일단 이거라도 말하죠.”
지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술을 혀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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