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장. 섬의 모든 것 2
“동의했습니다.”
“이봐요!”
여당 대표의 말에 총리는 고함을 버럭 질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총리야 말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뭐라고?”
운동권 출신이었다. 여당 대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총리를 빤히 쳐다봤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겁니다. 국민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게 얼마나 큰 돈이 들어가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봐요. 대표. 그런 것 정도는 알아야지. 아니에요?”
“아무리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을 살린다고 하는데 반대하실 국민을 없을 겁니다.”
“그게 대통령 아들을 위한 개인의 사욕이라면 다르지.”
“총리님!”
여당 대표가 목소리를 키우자 총리의 눈썹이 움직였다.
“우리 대표는 너무 순진하게 생각을 해요. 이제 더 이상 운동권이 먹히는 시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이제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하는데 그런 구시대적인 생각은 버려야 하는 거죠.”
“총리님이야 말로 지금 구시대적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더 이상 국민의 목숨을 그런 정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겁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지 모르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뻔한 겁니다.”
“뻔한 거요?”
“반대할 겁니다.”
여당 대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당연한 거죠.”
“아무튼 탈당하실 겁니다.”
“그럼 우리가 공격을 해야죠.”
“뭐라고요?”
“이전 정부랑 다른 새로운 정부. 우리 당 안에서 만들면 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지금 대통령이 너무 무능해서 우리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그러니 이 기회에 죽이는 것도 좋죠.”
“지금 그게 무슨?”
“대표도 같이 죽고 싶습니까?”
능구렁이 같은 그의 말에 여당 대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총리는 씩 웃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는 대통령보다 총리가 좋아요. 대통령 자리는 이런 일들을 해낼 수가 없는 자리이니 말입니다.”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가 알아서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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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져 있었다고요?”
“네. 그 동안 넝쿨이 너무 많아서 지나가지 못했거든요. 진작 그것을 베어볼까 했는데 그러다가 그 밑에 어떤 구덩이라도 있으면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다행히 그런 게 없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지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섬을 제대로 알아내는 것이 탈출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전파는 좋은 날에만 잡히는 거 같아요. 지난 번에는 섬의 저쪽에서도 전파가 잡혔는데 지금은 잡히지 않더라고요.”
“전파가 잡힌다고요?”
“늘 잡히는 건 아니에요.”
시안의 날카로운 물음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무에 올라가야지 겨우 잡히더라고요. 하지만 그걸 가지고도 뭘 확인할 수는 없었고요. 그래도 일단 우리가 비행을 한 시간을 생각을 하면 태평양 어디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거고요. 다른 건 이제 차차 알아가면 되는 거죠. 이제 섬의 다른 부분들을 모두 찾아가면 되는 거니까요.”
지아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여러 말을 하면서도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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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아 기자님의 말씀이 옳았네요.”
“그렇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묘하게 불편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알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뭐라고 하기야 하겠어요?”
“모르죠.”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속였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속였다.”
지웅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한 거였다. 모든 정보를 다 공유한다고 해놓고서 지금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생각을 하기에 이건 거짓말이었다.
“일단 이런 올무가 더 있는지 그것을 찾아야겠죠.”
“내일 다시 가서 찾아볼게요.”
“내일은 다른 남자들도 같이 갈 겁니다. 표재율 군이라거나 라시우 군. 이 둘이 가면 힘이 좀 되겠죠.”
“네. 그렇게 하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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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말을 할 자격이 있나요?”
텐트를 나서면서 지아가 건넨 말에 윤태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그거야 강지아 기자님이랑 구지웅 사무장님이 다 정하는 거 아니었어요? 저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미간을 지푸렸다.
“뭔가에 대해서 불만이 있음녀 솔직하게 말을 해요. 그런 식으로 애매하게 빙빙 돌리지 말고.”
“불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제가 생각을 하기에 이런 식의 행동이 그다지 옳지 않다는 거죠.”
“그럼 다 말해요?”
“당연하죠.”
“말도 안 돼.”
지아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 나를 좀 따라와요.”
지아는 윤태를 끌고 해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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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거지?”
“당연하지.”
시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시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우리가 이 섬을 알아야 뭔가 더 생존을 하거나 떠날 수 있는 거잖아. 섬의 남은 부분을 알 수가 있다는데 피할 이유가 뭐가 있어?”
“그래도.”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해변이야 뭔가 문제가 생길 일이 드물지만 산은 달라. 벌레가 있을 수도 잇고.”
“죽을 거면 진작 죽었을 거야.”
“야!”
시우의 말에 시인은 놀라며 가볍게 그의 팔을 때렸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에이 퉤퉤퉤.”
“하여간 미신 좋아해.”
“미신이래도.”
시인이 미간을 찌푸리자 시우는 웃으면서 시인을 달랬다.
“알았어. 누나. 너무 그러지 마. 나도 그냥 좋으려고 하는 말이니까. 무슨 일이 있을 게 뭐가 있어?”
“그렇겠지.”
시인은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에서 사고라는 건 사람에 의해서만 일어났으니까.
“그래도 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어쩔 수 없잖아. 늘 그 두 사람에게만 가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아무래도 남자가 가는 게 낫겠지. 힘 같은 것도 쓸 일이 생기면 아무래도 남자가 쓰는 게 더 편할 거 같고 말이야. 안 그래?”
“힘은 나도 써.”
“그래?”
“당연하지.”
시인은 팔을 두드리며 눈썹을 찡긋했다.
“얼른 이 섬을 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게.”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은 점점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또 다른 미션을 전해주는 곳이었다. 시인은 먼 바다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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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어요?”
“무슨 생각이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가 뭘 발견했는지 모든 것을 그대로 말하면 어떤 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고 믿는 건 아니죠? 그런 거라면 이윤태 씨는 되게 문제가 많은 거예요.”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서 숨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왜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그렇게 행동을 하시는 거죠?”
윤태의 지적에 지아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는 지금 뭔가 자신의 생각고 다른 믿음을 갖고 있었다.
“나는 지금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안하다고요?”
“당연하죠.”
지아는 무릎을 안았다.
“라시안 씨는 혼자 지내고 있고. 이세라 씨도 혼자서 지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하나하나가 되고 있다고요. 아직 임길석 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는 이 상황에서 올무라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 공유를 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사람들이 더 뭉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요.”
유태의 지적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더 흩어질 거예요.”
“뭐라고요?”
“다들 무섭다고 생각을 할 테니까요. 사람은 공포를 느낄 때 주위를 둘러볼 여유 같은 것은 없어요.”
“너무 못 믿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죠.”
윤태의 말에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사람들을 너무 믿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건 간에 저는 일단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게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편리한 것만 말을 하는 것.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고요.”
“어떻게 말을 하건 상관 없어요. 나는 그저 이 섬에서 하루라도 빠르게 나가고 싶은 것이 전부인 사람이니까.”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저도 이 섬에서 나가고 있어요. 강지아 기자님하고 같은 생각이라고요. 하지만 그 방향을 가기 위한 방법이 다른 거죠. 일단은 기자님을 믿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고요.”
“나를 믿어요?”
“네.”
윤태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미쳤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나를 왜 믿어요?”
“믿는 게 나쁜 겁니까?”
“나쁜 게 아니라. 아무튼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나를 믿어요? 이윤태 씨 나를 알아요? 이윤태 씨는 그저 나를 사나운 기자로만 알고 있잖아. 그런데 나를 뭘 믿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해요.”
“그러게요.”
윤태는 미소르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데 어떤 이유가 필요한 건가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튼 나는 됐어요.”
“그래요.”
“뭐가 또 그래요야?”
“말하지 않기로 한 거.”
윤태는 입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했다.
“그대로 한다고요.”
“마음에 안 드는 거 알죠?”
“강지아 기자님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거 알죠?”
“미쳤어.”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멀어졌다.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지아의 뒤를 보고 행복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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