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새로운 탐험 1
“언니 잘 다녀와요.”
“어제 미안.”
“아니요.”
지아가 사과하자 세연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지아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종류의 반응이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을 한 거였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캠핑을 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죠.”
“뭐야?”
윤한은 두 사람을 보더니 미간을 모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그게.”
“아니에요.”
지아가 말을 하려고 하자 세연이 지아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윤한 씨는 우리 두 사람이 사이가 너무 좋아서 부럽죠?”
“네. 너무 부럽습니다. 아니 나랑 같이 텐트를 쓰자니까.”
“어머.”
윤한의 말에 세연은 몸에 엑스를 그리며 입을 쭉 내밀었다.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죠.”
“왜 말이 안 되는 겁니까?”
“남녀칠세부동석.”
“얘 뭐라니?”
윤한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연을 보고 씩 웃고 고개를 저었다.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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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갈 거야?”
“그럼.”
시우의 말에 시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섬의 저편을 완벽하게 탐사하기 위해서 오늘 돌아오지도 않을 수 있다는 말에 더욱 심란해지는 그녀였다.
“아니 매일 오지.”
“들었잖아.”
“들었지.”
하루에 돌아오려고 마음을 먹으면 제대로 섬을 둘러볼 수 없다는 것. 그녀 역시 동의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더 속상했다.
“조명탄이라도 쓰고 싶어.”
“나도 그래.”
“조심해.”
“네.”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였다. 시인은 그런 시우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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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 이제 멍청하게 행동하려고.”
“더?”
“응. 더.”
윤태의 경고에 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미친 짓.”
“하지 마.”
“왜?”
“너 배우라고.”
“알아.”
서준의 지적에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형이랑 더 이상 이 문제를 갖고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지금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 나 강지아 기자가 진짜로 좋거든. 정말로 놓치고 싶지 않아.”
윤태의 진지한 고백에 서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윤태가 이렇게까지 그에게 말을 한 적이 없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아니.”
서준은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
“그래도 이건 안 되는 거잖아.”
“뭐가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보면 볼수록 강지아 씨가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주저하는 거 없이. 늘 자신이 먼저 다 하려고 하고.”
서준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가방을 맸다.
“형. 나를 믿어.”
“믿지. 그런데.”
“그럼 된 거야.”
서준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그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말릴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너는 정말 고집이 엄청나다.”
“이 고집으로 이 자리에 온 거지.”
“그렇지.”
윤태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서준은 미소를 지었다. 윤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배우가 된 것은 모두 스스로의 고집과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니까.
“네 마음대로 해.”
“고마워.”
“고맙긴.”
서준은 윤태를 향해서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텐트를 나갔다.
“하여간 더럽게 말도 안 들어요.”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차라리 마음 한 구석이 후련하기도 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서준은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더 이상 윤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잘 할 거야.”
서준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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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아니야.”
윤한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니야.”
“누나가 그렇게 말을 하는 거 보니까. 있는 건데?”
“뭐래?”
지아는 대충 이렇게 넘기려고 했지만 윤한은 다른 때와는 다르게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오늘 따라온다고 해서.”
“또 막 돌직구 날렸죠?”
“아니.”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너한테 한 소리 들으려고? 그냥 세연 씨가 와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말을 한 거지.”
“그게 잔인한 게 아니면 도대체 뭐가 잔인한 거예요? 누나의 사고방식하고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은 다른 거 알죠?”
“그래?”
지아가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윤한은 웃음을 터뜨렸다.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일단 이 섬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 섬을 벗어난다.”
윤한의 말에 지아는 텐트들을 돌아봤다. 그리 넓지 않은 해변에 옹기종기 모인 텐트들이 낯설게 보였다.
“우리 정말 가깝게 사는 구나.”
“그렇죠.”
“신기해.”
그러면서도 전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거였다. 서로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아무 것도 알고 있지 못하다니. 그러니 이렇게 서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네가 부러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지아는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혀를 내밀었다.
“나도 너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그냥 쭉 나갔으면 좋겠어.”
“그럼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뒤에서 불쑥 끼어든 목소리에 지아는 기겁을 하며 돌아봤다. 윤태는 씩 웃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하여간 우리 강 기자님이 이런 매력이 있으시다니까.”
“뭐라는 거예요?”
“제가 좋으면서 아닌 척 하시는 거잖아요.”
“아니거든요.”
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먼저 걸어갔다. 윤태는 윤한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 기자님 귀엽죠.”
“저랑 안 친하시잖아요.”
“친해지면 되는 거죠.”
“아니요.”
윤한은 윤태의 팔을 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별로 이윤태 씨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요. 그리고 친해질 자신도 없고요. 그럼 가볼게요.”
“뭐야?”
윤태는 입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하면서 멍청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강 기자님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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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아니요.”
지웅의 사과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그녀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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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길이 있었네요.”
“그러게요.”
넝쿨을 베고 나니 길이 났다. 진작 이리로 갈 생각을 왜 안 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아는 남자들을 돌아봤다.
“왜 여기를 몰랐어요?”
“그게.”
모두 윤태를 쳐다봤다. 윤태는 침을 삼키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떨어지고 나서 아무도 절벽으로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남자들이란.”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남자들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그런 지아의 뒤를 따랐다.
“다들 왜 그렇게 멍청하게 굴어요?”
“네?”
지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네 남자는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지아가 앞서 나가자 다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누나는 대단해.”
“그러게요.”
윤한의 말에 윤태가 어색하게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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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과일도 줄어드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나라와 세연은 과일을 따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계절이 달라지는 거라면 당연히 과일의 수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했다. 과일이라고 늘 있을 수는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다른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준비는 무슨 준비?”
장대를 준비한 진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우리가 여기에서 준비를 한다고 해도 섬은 우리에게 쉬이 아무 것도 내주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지금까지 우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다행이죠. 가을이었으니까 가능한 거예요.”
“그럴까요?”
“이 겨울에 무조건 나가야 해요.”
진아의 말에 세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왜요?”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먹을 것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리고 날이 더워지면 질병도 생길 거예요.”
“또 무서운 소리.”
물고기가 담긴 주머니를 내려놓으며 지웅은 인상을 찌푸렸다.
“성진아 씨 너무 그러지 마요.”
“아니.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요.”
진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슥하고 돌아섰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주머니를 어깨에 짊어졌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리고 지웅은 민물로 향했다. 세연과 나라는 서로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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