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장. 새로운 탐험 2
“내려갈 수 있을 거 같죠?”
“그러게요.”
지아의 말에 재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의 말처럼 계곡 아래로 쉽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려갈 수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이리로 가면 될 거 같아요.”
“그런데 이쪽보다 저쪽은 길이 좀 나있네요.”
“아마 넝쿨 식물이 없어서 그럴 거예요.”
지아는 자신들이 지나온 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걸 뚫고 왔다는 것이 대단했다.
“일단 이쪽에는 아무 것도 없군요.”
GPS를 확인하던 시우는 입을 쭉 내밀었다.
“이쪽에서도 다른 섬이 보이면 배를 타고 어떻게 해서라도 시험을 해볼 텐데. 저쪽은 해변도 일단 없는 거잖아요?”
“자세히는 모르죠.”
윤태는 말을 받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싶었지만 저쪽 바다로는 쉬이 배가 갈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단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섬 전체를 다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계곡은 이상하게 물이 불어나지 않고요.”
“그러네요.”
엎드려서 절벽을 만진 재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기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이끼와 비슷한 것도 저 아래 보일 따름이었다.
“물은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요?”
“그러게요.”
네 남자는 더 높은 곳을 쳐다봤지만 딱히 물이 생겨날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일단 저쪽으로 건너가죠.”
지아가 손뼉을 치고 먼저 내려갔다. 윤태는 그런 지아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위험하게.”
“위험하면 안 해요?”
“누가 안 한다고 했습니까?”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간을 찌푸리고 지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어서 재율과 시우 그리고 윤한이 차례로 절벽을 내려왔다. 계곡은 꽤나 깊었다. 여기에서 떨어진다면 살아남기 힘들 거 같았다.
“그래도 저 밑에서 시도해서 다행이에요.”
“그렇죠.”
“아 긴 줄.”
절벽을 보던 지아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게 있으면 더 수월할 수도 있었는데.
“다시 가지고 와야겠어요.”
“일단 섬의 저쪽에 뭐가 확실히 있다고 하면 가지고 오죠.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요.”
“그러죠.”
재율의 제안에 지아는 반대쪽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런 지우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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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는 우리가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네요.”
“그렇죠.”
섬의 끝자락은 쉬이 갈 수 없었다. 섬의 반대편은 점점 더 높아지고 산이었다. 물은 아마도 여기에서 흐르는 거였다.
“그래도 이쪽에 산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그냥 숲의 연속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이렇게 높아보이지 않았는데요.”
“그러게요. 그리 높지 않은 구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끝으로 오니 더 높아지네요. 나무가 키가 큰 줄 알았어요.”
높은 곳으로 올수록 나무의 키는 점점 작아졌다. 그런 만큼 그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는 숲이 우거진 것으로 보이는 거였다. 특히나 그들이 있는 쪽의 숲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들이 많았으니까.
“아주 신기한 섬이네요.”
“그렇죠.”
지우는 바닥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기에서 버섯을 딸 수 있을 거 같아요.”
“버섯이요?”
“이거요. 표고 같죠?”
“표고. 같네요.”
옆에서 보던 재율도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 잘 알아요?”
“뭐 그럭저럭 알아요. 혹시라도 독버섯일 수도 있으니까 바닷물로 푹 끓여서 버섯 속에 있는 즙을 다 짜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몇 번 더 하면 괜찮다고 책에서 봤으니까요.”
“책이라.”
윤한은 미간을 모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책만 믿었다가는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는데요? 나는 그 책이라는 거 별로 믿고 싶지 않은데요?”
“그럼 믿지 마세요.”
윤한의 말에 재율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는 먹어볼 테니까.”
“아직 버섯을 먹을 일은 없을 테니까 그만해요.”
“그래도 좀 가져가죠.”
재율은 버섯 몇 개를 따서 웃옷 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식량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사인인 거니까요. 이것만 있다면 다행인 거죠.”
“그렇죠.”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GPS에서는 다른 섬이 보였다. 조금 더 커다란 것을 보니 섬 같았다. 하지만 섬의 가장 높은 곳은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다에는 이상하게 해무가 짙었다.
“내일 또 와야 할까봐요?”
“일단 이쪽을 모두 살피죠.”
“그래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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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거예요?”
“뭐가?”
“올무.”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런 말을 해서 뭘 어떻게 하자고?”
“아니 나는 그냥 걱정이 되어서 그렇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먼저 발견을 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요.”
“그럼 다행이지.”
“네?”
“우리가 숨긴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거니까. 하지만 나오지 않으면 문제인 거지.”
“그런 거예요?”
“그럼.”
“그래요?”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발을 슬쩍 치웠다. 윤태의 발밑에 있던 것을 본 지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거?”
“맞아요.”
“또 있어?”
“게다가 이건 조금 더 새 거에요.”
“새 거라고요?”
지아는 윤태의 발밑을 쳐다봤다. 확실히 전날 발견한 올무는 녹이 슬어있었는데 이것은 깨끗한 생김이었다.
“누군가가 이 섬에 올 수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 이야기는 우리도 갈 수 있다는 거죠?”
“모르죠.”
“뭘 몰라?”
“그 사람이 우리에게 호전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다정할 사람일지.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
“에이.”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쓸 줄 아는 사람인데 우리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있겠어? 이건 좋은 징조인 거 같은데?”
“아니요.”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윤태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야겠죠?”
“그렇죠.”
지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여기에 온 사람들하고는 나눠야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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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필요도 없는 버섯을 따고 있네.”
재율이 버섯을 채취하자 윤한은 미간을 모았다.
“그거 따봐야 쓸 때도 없다니까.”
“버섯을 쓸 곳이 있을지. 쓸 곳이 없을지. 그쪽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쪽?”
윤한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그쪽이야?”
“그럼 권윤한 씨라고 부르죠.”
“나 참.”
재율의 반응에 윤한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표재율 군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아무 감정도 없는데요.”
“뭐라고?”
“제가 왜 감정을 가져야 하죠?”
“그건.”
윤한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재율은 이 말을 남기고 그대로 버섯을 따러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저 녀석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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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럴 이유 없잖아요.”
“그렇죠.”
시우의 물음에 재율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 거 같아요.”
“뭐가요?”
“아는 사람도 없고.”
“아. 그건 괜찮아요.”
시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제 성격을 보시는 것처럼 한국에 있을 때도 별로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뭐. 이렇게 혼자 지낸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생기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건 형이 선택을 한 거잖아요. 하지만 여기에서의 일은 선택을 한 게 아니니까 다를 거 같은데.”
“아니요.”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시우를 쳐다보고 미간을 모았다.
“지금 뭐라고?”
“형이요. 싫어요?”
“아니요. 뭐.”
재율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 다시 고개를 숙여서 버섯을 찾았다. 시우도 버섯을 따서 재율에게 건넸다.
“이거.”
“그건 못 먹을 거 같은데.”
“네?”
“딱 봐도 독버섯이잖아.”
“아.”
시우는 그제야 자신이 딴 버섯을 쳐다봤다. 알록달록한 버섯. 확실히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네요.”
“버리고 손 줘요.”
시우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내밀자 재율은 가방에서 깨끗한 물을 꺼내 시우의 손에 부어주었다.
“씻어요.”
“씻어야 할까요?”
“모르죠. 그리고 여기.”
시우는 재율에게 손수건을 받아서 손을 닦았다. 그리고 재율에게 다시 건넸지만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그건 시우 씨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돌아가서 줘요. 바닷물에 씻어야 할 거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시우는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 잘 아시네요.”
“무인도 관련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아. 아까 말한 책이.”
“쓸모가 있는 책이죠.”
별 것 아닌 것처럼 넘긴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요?”
“아니.”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재율이 들으면 그다지 좋아할 이유가 없는 말이었으니까.
“고맙습니다.”
“아니요.”
시우의 인사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는 같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렇죠.”
재율의 말에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에서는 모두 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곳이었다.
“여기에서는 같이 살아야 하는 거죠.”
그때 그들을 지아가 불렀다.
“뭔가 발견한 모양이네요.”
“발견이요?”
시우가 놀란 눈으로 재율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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