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장. 또 하나의 선택 1
“섬이군요.”
“네.”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이 섬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거였다.
“그곳을 어떻게 해야 하죠?”
“가야 하는 거죠.”
“아니.”
나라의 말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왜요?”
“그곳에 있는 섬이 어떤 곳인지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 어차피 배를 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니까.”
“아예 못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떤 해답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거였다.
“강지아 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할 건 아니죠.”
“그렇죠.”
지아의 말에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같이 정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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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고?”
“응.”
시우는 텐트 벽에 살짝 몸을 기댔다.
“섬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네.”
“그렇지.”
“그럼 나머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건가?”
“그건 모르지.”
“그러게.”
시인은 입을 쭉 내밀었다. 다른 섬이 있다는 것은 또 어떤 상황이 되는 건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올무도 애매하네.”
“그러게.”
시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시안이한테는 말을 했어?”
“아니. 이제 가야지.”
“내가 갈게.”
“어?”
“내가 가야지 대화가 될 거야.”
“그래.”
시인의 말에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도 그게 더 편할 수도 있겠네. 나는 좀 잘게.”
“응.”
시인은 시우를 한 번 더 흐뭇한 눈으로 보고 텐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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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윤한의 대답에 세연은 입을 쭉 내밀었다.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을 하고 싶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다른 섬이 있기만 하다면 그래도 뭔가 확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그래도 일단 그 섬에 가면 다른 길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럼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사람이 적잖아.”
텐트로 돌아온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남자가 둘이나 사라졌어. 이 상황에서 새로운 섬으로 가는 것은 어떤 위험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섬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맞아요.”
지아의 지적에 윤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거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어떤 일이라뇨?”
“전쟁.”
“말도 안 돼요.”
세연은 눈웃음을 치면서 입을 쭉 내밀고 무릎을 안았다.
“현대인인데요.”
“자기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
“네?”
“여기 지도에도 없는 곳이야.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도 제대로 없다고. 무인도 옆에 있는 섬에 누가 사는지 어떻게 알아? 뭐 올무를 만들 줄 알았으니까 아주 미개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 사람이 뭐 범죄자이거나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지도에도 없는 섬에 사는 사람인데 말이야.”
“그건.”
세연이 쉽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세연의 곁에 조금 더 붙어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나도 너무 그러지 마요.”
“뭐가?”
“아니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위험한 순간만 생각을 하잖아요. 너무 그렇게까지 생각을 할 게 없는데.”
“너 뭐야?”
“네?”
지아의 반응에 윤한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요?”
“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누나.”
지아가 갑자기 자신에게 이러자 윤한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너 도대체 표재율 씨에게 왜 그래?”
“아니.”
지아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알게 된 윤한은 어색하게 웃었다.
“나이도 어린 게 자꾸만 끼어들잖아요. 된다. 안 된다. 자꾸만 그런 말을 하고. 그런데 뭐라고 해요?”
“너는 많이 알아?”
“뭐. 저야.”
“나는 표재율 군이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거 같아. 버섯에 대한 것도 그러고. 그 대처하는 거 봤어?”
“뭐.”
지아의 말에 윤한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너는 왜 공연히 만들지 않아도 되는 적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을 하는 거야? 안 그래도 되는 거잖아.”
“적이라뇨.”
“아니야?”
“아니에요.”
윤한은 힘을 주어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누나야 말로 이상한 거 아니에요?”
“내가? 내가 뭐가 이상한 건데?”
“됐습니다.”
윤한은 무슨 말을 하려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그 녀석 마음이 안 들어요.”
“왜 네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건데?”
“누나.”
“너의 모든 게 다 내 마음에 드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야. 너도 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그래도 나는 너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아. 그건 아닌 거니까. 그러면 안 되니까.”
“아니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그냥 말을 해요. 혼자서 그렇게 잘난 사람처럼 말하지 말고요.”
“뭐라고?”
“혼자 잘났어.”
“윤한 씨!”
세연은 고함을 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지금 심했어요.”
“세연 씨.”
“지아 언니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 데요? 지금 아무도 지아 언니처럼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다들 이 섬에 대충 적응하고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지아 언니가 아니고는 뭔가 제대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하나 없는데. 도대체 윤한 씨는 왜 지아 언니에게 뭐라고 하는 건데요?”
“됐어요.”
세연의 말에 지아는 고가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혀로 입술을 적시고 고개를 저었다.
“나가.”
“누나.”
“여기 여자 텐트야.”
윤한은 무슨 말을 하려다 텐트를 나갔다.
“미안해요.”
“세연 씨가 왜.”
“그냥요.”
세연의 사과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세연이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과 윤한이 더 나눠야 하는 대화였다.
“나도 윤한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건 아닌 거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알아요.”
세연은 입을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윤한 씨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지.”
“그렇죠.”
세연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지아가 하는 말이 옳았다.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언니가 이해를 해야죠.”
“그래. 이해를 해야지.”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 누웠다.
“나 지금 냄새 많이 나지?”
“아니요.”
“그래도 미안. 오늘은 너무 힘들다.”
“네. 쉬세요. 저는 윤한 씨에게 다녀올게요.”
“그래.”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세연은 그런 지아를 한 번 보고 텐트를 나섰다. 세연이 나가자 지아는 눈을 떴다.
“도대체 나 왜 이러는 거니?”
하루하루 화가 더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기분일 거였다. 그리고 이 기분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거였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알고 있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나 정말 어떻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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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아. 네.”
세연이 텐트로 오자 윤한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언니가.”
“알아요.”
세연이 지아의 편을 들려고 하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왜 그러는지.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그러게요.”
윤한은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이유가 없는 건데. 이상하게 마음이 초조하고 그래요. 내가 뭘 할 수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다 그래요.”
“다 그럴까요?”
“당연하죠.”
세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고 윤한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윤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언니가 혼자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언니처럼 움직이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렇죠.”
“그러니까 재율 군이랑도 싸우지 말고.”
“알겠습니다.”
윤한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 씨 너무 똑똑한 거 아니에요?”
“내가 원래 현명하거든요.”
“그렇네요.”
윤한은 어색하게 웃고 목을 가다듬었다.
“키스해도 돼요?”
세연은 고개를 돌려 윤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윤한에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뜨겁게 서로를 찾았다. 오랜 시간 갈망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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