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60장. 누군가가 걱정될 때 1]

권정선재 2017. 3. 24. 15:08

60. 누군가가 걱정될 때 1

   


역시 오늘도 나와 있구나.”

 

몸을 돌린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뭐예요?”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윤태의 사과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뭐예요?”

내가 강지아 씨를 되게 걱정하게 만들었다는 거. 그거 알고 있으니까. 이거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뭐가요?”

도대체.”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이윤태 씨에게 그런 사과를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사과하지 말래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서 화가 난 것을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과를 하고 싶어요.”

이윤태 씨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강지아 씨가 나를 좋아하니까요?”

아니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었다. 자신이 화를 낸 것은 그래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를 좋아하잖아요.”

그게.”

 

뭐라고 말을 해야 했다.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은 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했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거짓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있어서 강 기자님이 왜 화를 낸 건지 알고 있어요. 내가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거기에 올라가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을 게 없었잖아요. 다른 사람드렝게 그 위험한 상황을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안 그래요? 내가 하는 게 당연한 거지.”

정말. 됐어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랑 이런 식의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우스웠다.

 

내가 왜 이윤태 씨랑 이런 종류의 얘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요?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내가 강지아 기자님을 좋아하거든요.”

미쳤어!”

 

윤태의 목소리가 크다고 생각했는지 지아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뭐 하는 거예요?”

왜요?”

아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내 걱정을 하는 거네.”

? 그게 무슨.”

 

지아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은 윤태를 걱정하는 거였다. 다시 또 걱정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좋다.”

 

윤태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강지아 기자님을 나 혼자서 좋아하면 어떻게 하는 건가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서로 좋아하는 거죠?”

아니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윤태의 장난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유쾌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좋아하니까요.”

미쳤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윤태 씨. 배우잖아. 이러고 한국에 돌아가면. 그때 이 모든 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건데요? 이거 혼자서 다 감당할 수 있어요? 없잖아. 그리고 서 매니저가 이걸 알면 뭐라고 할 거 같은데요?”

형이랑 다 말했어요.”

뭘요?”

강지아 씨 좋아한다고.”

 

윤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소년처럼 순수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하는 게 사실이니까.”

미쳤어.”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런 식의 행동은 안 되는 거였다.

 

지금 나 혼자 이윤태 씨 걱정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좋아요.”

변태에요?”

.”

미쳤나봐.”

 

윤태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지아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해변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이윤태 씨 어린 아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하는 건데요? 이건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이윤태 씨. 내가 이윤태 씨를 걱정하는 거. 정말 그걸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치고 싶은 거예요? 이윤태 씨를 위해서 내가 이런다는 거. 생각이 안 들어요?”

들어요.”

 

 

윤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지아의 곁에 앉았다.

 

그래서 좋다고요.”

이윤태 씨.”

누가 그렇게 나를 걱정해준 적이 없거든요. 강지아 기자님이 나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알겠지만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연예인이었으니까. 스타가 된 건 최근이었지만 말이에요.”

그러니 더 조심해야죠.”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태의 행동은 그가 평생 만들어온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는 거였다.

 

그 동안 쌓아온 거 아깝지 않아요?”

.”

뭐라고요?”

 

그거 별 거 아니더라고요.”

 

윤태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강지아 기자님의 실수로 인해서 밝혀진 그 기사를 통해서 알았어요. 사람들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바로 사라지더라고요. 인기가.”

 

지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쓴 기사가 문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요.”

에 기자님 사과를 들으려고 한 거 아닌데?”

 

지아의 사과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연예인의 인기라는 거 그리 오래 가지 않잖아요.”

이윤태 씨는 더 갈 거였어요.”

알아요.”

 

윤태가 곧바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슴을 두드리자 지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윤태는 그런 지아를 가리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웃었다.”

아닌데요.”

웃었잖아요.”

정말.”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좋아하니까.”

그만 둬요.”

 

윤태의 고백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윤태가 이런 말을 해줘도 고맙거나 반갑지 않았다.

 

나도 이윤태 씨가 좋아요.”

오케이.”

아니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것과 사귀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더 이상 어리지 않았으니까.

 

나 이제 그런 멍청한 거 믿지 않아.”

뭘요?”

사랑.”

뭐라고요?”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걸 믿지 않을 수가 있어요?”

이윤태 씨는 그걸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요?”

? 그러니까.”

 

지아의 단호한 물음에 윤태는 침을 삼켰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걸 왜 안 믿어요?”

뭐라고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안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내가 본 세상에서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건 의미가 없어.”

강지아 기자님.”

그만.”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는 이윤태 씨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내가 그래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을 해주는 거 같으니까.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전혀 다른 거예요.”

뭐가 다른 겁니까?”

잘 알지 않아요?”

 

지아의 물음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나는 이런 관계가 좋아요. 억지로 뭔가를 한다는 게 더 우스운 거잖아요. 우리 두 사람은 그럴 사이도 아니고. 이곳은 섬인데 그런 것을 한다는 건 너무나도 이상한 거야. 위험한 거고.”

뭐가 그렇게 복잡합니까?”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강지아 기자님 지금 되게 이상한 거 알아요? 도대체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을 하시는 건데요? 그냥 조금 더 간단하게. 그렇게 쉽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잖아요. 뭐 그러라고 함부로 행동하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죠. 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이럴 이유 하나도 없잖아요.”

세상 일이 다 쉬워요?”

아니요.”

 

지아가 목소리를 키우자 윤태는 더 키웠다.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윤태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이래요?”

그걸 아는 사람이니까 이러는 겁니다.”

뭐라고요?”

세상 일이 쉽지 않으니까. 세상 일이라는 게 너무나도 어려우니까. 견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러는 거라고요. 세상 일이 힘든데 사람 사이의 감정도 이렇게 힘들게 풀어야 하는 겁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쉽게 생각을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다른 것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오롯이 서로만 봐도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느끼는 겁니까?”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세상이 너무나도 힘드니 그러지 말라는 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

미쳤어.”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윤태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왜 자꾸 피하기만 하는 건데요?”

내가 피한다고요?”

그럼 아니에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멍해졌다. 자신은 지금 피하는 거였다. 달아나고 주춤거리고. 그냥 그러고 있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강지아 기자님은 세상을 왜 그렇게 피하려고 하는 건데요?”

그게 무슨.”

나는 강지아 씨가 좋아요.”

 

윤태의 말은 그대로 두 사람 사이를 얼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더 이상 아무런 대화도 없이 파도가 쳤다.

 

미쳤어.”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그리고 지아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윤태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