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장. 누군가가 걱정될 때 2
“뭐 하는 거에요!”
윤태를 밀어내고 지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미쳤나봐.”
“왜요?”
윤태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거 지금 성희롱이에요. 여자들 그런 식으로 하는 키스 하나도 좋아하지 않아. 그거 되게 불쾌하다고요.”
“그래서요?”
“뭐라고요?”
“이런 식으로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강지아 기자님이 몰라주니까. 그러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윤태의 말도 안 되는 대답에 지아는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그러지 마요.”
“강지아 씨.”
“그냥 이러면 되잖아요.”
“뭐가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인정을 하고. 그냥 이러면 되는 거잖아요. 꼭 뭔가 확실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이렇게. 그냥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을 지내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서 어색하게 입술을 축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왜요?”
“그건 아니니까.”
“이윤태 씨.”
“나라고 쉬운 줄 알아요?”
윤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너무 힘들어요. 나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나 이렇게 고백을 해본 거 그리 많지 않다고요. 내가 하는 말 뭐로 듣는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받아들이라고요?”
“그런 게 아니라.”
지아의 답변에 윤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알아요. 왜 그러는 건지도 알고 있고. 내가 왜 미더운 건지도 알고 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내가 그렇다는데.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되는 거예요?”
“네.”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답을 하는 윤태에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서 모든 표정을 지운 후에 무표정한 눈으로 윤태를 쳐다봤다.
“애도 아니고.”
“나를 걱정했잖아요.”
“그래서 호감이 있다고요.”
“그럼 사귀자고요.”
“아니요.”
자아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전혀 다른 문제에요.”
“강지아 씨!”
지아는 그대로 윤태를 두고 멀어졌다. 윤태는 잠시 그런 지아를 보다가 재빨리 쫓아와서 그녀의 앞에 섰다.
“비켜요.”
“이대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왜 안 되는 건데요?”
“그건.”
윤태가 쉽게 할 말을 찾지 못하자 지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윤태는 다시 그런 지아의 앞을 막아섰다.
“이윤태 씨.”
“이러지 마요.”
“한국에 돌아가면 이윤태 씨에게 온갖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쓸 거야. 이러면 안 되는 거 모르는 거 알아야 하는 나이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죠.”
“알아요.”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밉을 꾹 다물고 머리를 긁적이고 이내 아랫입술을 물고 씩 웃었다.
“그런데 자꾸 웃음이 나와요.”
“뭐라고요?”
“자꾸만 웃음이 스멀스멀 나와.”
윤태의 말에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알고 있어요. 나도 내가 멍청이라는 거. 너무나도 멍청하다는 거 알고 있기는 한데. 이상하게 강지아 씨만 앞에 있으면 웃게 되고 그래요. 내가 되게 한심하고 멍청한 거 아는데 그래요.”
“그게 무슨.”
지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고백을 받아봤지만 이런 식의 고백은 처음인 그녀였다.
“좋아한다고요.”
“아니.”
“이상하게 좋아하면 웃음이 나오잖아요.”
윤태의 고백에 지아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그냥 농담으로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래요?”
“뭐가요?”
“내가 이러면 웃겨요?”
“아니요.”
지아의 반응에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요?”
“그런데 왜 사람을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어요?”
“안 그랬는데요?”
“뭐라고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는 지금 그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는 건가봐요. 나는 지금 하나도 괜찮지 않거든요. 그냥 나를 가지고 노는 거 같아요. 내가 이렇게 싫다고 하는데도 말이에요.”
“싫은 게 싫은 게 아닌 거 같아서.”
“싫은 건 싫은 거예요.”
지아는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분명히 말했어요. 나는 다른 거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고. 나는 이윤태 씨가 누구인지 그런 거 하나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냥 이 섬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인 사람이고. 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누구라고 하더라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내 말을 알아요? 나는 살 거라고요.”
“나도 살 거에요.”
“그러니 이런 건 필요없어요.”
지아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여기에서 연애라니.”
“좋아해도요?”
“네.”
지아는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좋아해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무슨.”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윤태를 두고 지아는 그대로 돌아섰다. 윤태는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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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래 있다가 들어왔어요?”
“들렸지?”
“뭐.”
세연의 반응에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진짜.”
“왜 그래요?”
“뭐가?”
“너무 밀어내기만 하니까.”
세연의 물음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밀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옳은 일이었다. 당연한 거였다.
“이윤태 씨가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나에게 저런 고백을 했을 거 같아? 아니.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지금 여기에 와서 여자가 없어서 나에게 고백을 하는 건데 받아들이라는 거야? 아니지.”
“그건 아니죠.”
세연은 곧바로 입을 쭉 내밀었다.
“이 섬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됐어.”
세연의 말에 지아는 곧바로 말을 끊었다.
“그걸 지금 위로라고.”
“위로하는 거 아닌데요?”
“뭐?”
지아의 날카로운 반응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생각을 말을 하는 거예요. 언니.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마요. 왜 그러는 거야?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그러면 안 되는 거에요? 왜 그렇게 어려워요?”
“어렵다니.”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은 그저 현실적인 것 뿐이었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그래야만 하는 거였다.
“자기 너무 꿈에서만 사는 거 같아.”
“여기는 뭔데요?”
“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언니 여기는 현실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여기가 꿈 같아요.”
세연은 가만히 팔을 벌려서 한 바퀴 돌았다.
“이 섬이라니 말이 되는 거 같아요?”
“그건.”
지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세연의 말이 옳았다.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섬이라니. 너무나도 우스운 거고 너무 이상한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할 수도 없는 거였다. 이곳은 섬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현실이었다.
“돌아갈 거잖아.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하는데.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 되잖아.”
“한국에 간다고 해서 사람들이 변해요?”
“맹세연 씨. 어차피 나는 이윤태 씨랑 만나지 못할 사람이야. 그런데 여기에서의 로맨스라니 너무 우습잖아.”
“그러니 된 거잖아요.”
“뭐라고?”
세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만나지 못할 사람을 여기니까 만날 수 있게 된 거라고요. 인연인 거고. 그거 아무나 될 수 없는 거예요.”
“아무나 될 수 없는 거.”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려워.”
“언니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당연하죠.”
지아가 자신을 가리키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언니. 그렇게 어려울 거 하나 없다고요. 그냥 편하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예요. 힘들고 복잡하게 느끼지 마요.”
“힘들고 복잡한 거.”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그런 건 싫었다. 하지만 그게 싫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는 거였다.
“나 정말 뭐하는 거라니?”
“그러게요.”
세연은 갑자기 지아를 안았다. 지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세연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세연은 허리를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언니는 사랑 받은 적이 없구나?”
“어?”
세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아를 놓아주었다.
“언니. 이런 것에 그렇게 예민하게 생각을 하고 겁을 내지 마요. 그럴 이유 하나도 없는 거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대충 윤한 씨에게 들었어요. 언니는 이윤태 씨가 걱정이 됐다면서요. 사람이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인다는 거. 그거 좋아한다는 거잖아요. 이윤태 씨가 여기에서 포기하면 어쩔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언니 좋아한다고 하면 그때는 그냥 모른 척 해줘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도 윤태가 좋았다. 하지만 모든 현실을 넘어서 그래도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멍한 표정을 짓는 지아를 바라보며 세연은 그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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