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그들의 선택 1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총리의 말에 대통령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대통려이 되어서 국민들을 지킨다고 하는데 그 어떤 대통령이 그것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게 아니시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총리의 말에 대통령이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단순히 아들의 문제 아닙니까?”
“총리님!”
“그리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아요.”
총리의 목소리는 느물거렸다.
“그 동안 대통령께서 얼마나 혼자서 다 하셨습니까? 그러다가 이 정권을 빼앗기는 거 모르십니까?”
“언제까지 그리 하실 겁니까?”
“무얼요?”
“뒤에서 하시는 정치.”
대통령의 말에 총리의 얼굴이 묘하게 균열이 갔다가 풀렸다. 총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 대통령께서는 그리 보실 수도 있지요.”
“총리!”
“이건 그리 간단한 게 아닙니다.”
총리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테이블을 어루만졌다.
“왜 내가 대통령을 안 하는지 아십니까?”
“못 하시는 거겠지요.”
“아니요.”
총리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 정도 자리 내각제 개헌을 하면 내가 총리도 될 수 있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그럼요.”
총리의 미소에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자리가 너무 좋습니다. 모든 것을 다 보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자리. 그러면서도 드러나지 않아도 되는 자리지요.”
“그거 후회하실 겁니다.”
“아니요.”
총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한 발 다가서며 이리저리 목을 풀고 이를 드러냈다.
“그러니 엄한 짓은 하지 마세요.”
“할 겁니다.”
“우리는 탄핵을 할 겁니다.”
“뭐라고요?”
“탄핵안을 가결시킬 겁니다.”
총리의 말에 대통령은 침을 삼켰다.
“그게 무슨?”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서. 그것도 평생 자신의 아들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자를 위해서 그 많은 돈을 쓴다고 하면. 과연 누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까?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총리의 기름진 얼굴에 서늘함이 어렸다.
“그러니 괜한 행동은 하지 마세요. 그건 대통령과 우리 정당이 모두 망하는 지름길이니 말입니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거든요. 그런 것을 하는 것이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보다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어리석은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침을 삼켰다. 총리의 여유로운 얼굴과 그의 긴장된 얼굴은 전혀 다른 모양새였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습니까?”
“안 됩니다.”
“총리.”
“절대로 안 됩니다.”
총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엄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총리. 도대체 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총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 경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런데 그런 교통사고나 당한 이들을 위해서 국가가 그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 겁니까?”
“교통사고요?”
대통령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여객기 사고를 통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이.”
“그래서 교통사고 피해자가 중하지 않다는 겁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 말입니다.”
총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적시며 가만히 대통령을 응시했다.
“그 자리에 가신 것이 정말로 모든 것이 다 본인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인 아니겠지요?”
“그게 무슨?”
“제 덕입니다.”
총리의 노회한 눈이 순간 반짝였다.
“설마 대통령 혼자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너무 순진하십니다.”
“순진하다니.”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제대로 행동하세요. 제대로 생각을 하세요.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대통령이 움직이면 우리도 움직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뭔가를 해볼 겁니다.”
“잔인하시군요.”
“고맙습니다.”
대통령은 총리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이제 총리의 손에 달린 거였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겁니다.”
“그래 보세요.”
총리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대통령께서 가진 모든 걸 망가뜨릴 겁니다.”
대통령은 목이 뭔가에 단단히 막힌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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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들 생각은 하셨습니까?”
지웅의 물음에 모두 눈치를 살폈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쉬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는 일단 그 섬을 가는 것을 반대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쉬이 말을 할 것 같지 않자 지웅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섬에 간다고 해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또 다른 것들. 저는 그것들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도 아깝고. 뭔가를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아는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이 섬에 있으면 우리는 안락할 거예요. 그리고 이 섬을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하겠죠. 하지만 그게 거꾸로 우리들을 망가뜨리게 될 거에요. 우리는 이 섬에 너무 익숙하고. 이 섬에 너무 편안할 거예요.”
“그게 나쁜 건가요?”
“나쁘죠.”
지웅의 반문에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무도 없는 거 아닙니까?”
윤한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만일 다른 섬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 섬에서 우리를 찾아서 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있잖아요. 그 말은 다른 섬에는 아무도 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닙니까?”
“모를 일이죠.”
지아는 가볍게 대꾸를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에게 배가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 절대로 어떤 확신을 가지면 안 되는 거죠. 그걸로 인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최대한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는지를 해봐야 하는 거죠.”
“일단 저는 모르겠습니다.”
윤한은 심호흡을 하고 다른 곳을 쳐다봤다.
“가지 않았으면 해요.”
이어서 말을 받은 것은 시우였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위험하다뇨?”
“혹시라도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런 건 너무 위험해요.”
“우리도 지킬 수 있어.”
“누나.”
시인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보이며 씩 웃었다.
“그러니 그런 건 고려하지 마.”
“하지만.”
“저는 갔으면 해요.”
시인은 시우의 말을 막고 자신의 말을 이었다.
“우리가 적어도 이곳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적어도 이 섬에서는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게 분명하잖아요. 우리는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해요.”
“구해줄 수 있는 곳.”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반대.”
시안은 이어서 손을 들었다.
“그거 너무 위험해.”
“라시안.”
“혹시 거기에 배는 없지만 남자들만 한 가득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데? 거기에 갔다가 우리 다 죽을래?”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
“사실이 그렇잖아.”
시안의 말에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시안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뭐라는 거야? 언니야 말로 너무 쉽게 생각을 하는 거 아니야? 거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다물었다. 잘못했다가는 싸움이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든 분들이 동의하시지 않으면 그 섬으로 가는 것은 걱정이니 다소 미루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너무 위험한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거니까. 위험한 것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의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고자 합니다.”
지웅은 시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웅은 손뼉을 쳤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죠. 저녁에 다시 이야기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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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겠다는 거야?”
“당연하지.”
시인의 물음에 시안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그런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갈 수 있다는 거야?”
“우리 이 섬에서 배 하나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어. 그 말은 이 섬에서는 우리가 구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거야. 그러니까 떠나야 하는 거야. 이 섬에서 우리는 어떤 가능성도 보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거야. 적어도 이 섬은 아니라는 거지.”
“그 섬에 가면 뭘 찾을 수 있니?”
“모르지.”
시인의 대답에 시안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물끄러미 시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는 너무 이상적이야.”
“라시안.”
“조금 더 현실적이야 할 거 아니야. 이 섬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희망을 찾아서 움직여. 그거 미친 거잖아. 그렇게 희망을 찾는다고 해서 희망이 어디에 있대?”
“그건 모르지.”
“나는 무조건 반대야.”
시안의 말에 시인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시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안이 누나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섬으로 가지 않아. 그거 너무 이기적인 거잖아. 너로 인해서 다들 겁을 내야 하는 거니?”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도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오히려 언니야 말로 너무 밀어붙이기만 하는 거 아니야?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않아.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여기에서 무조건 나가는 거 아니잖아.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조금 더 주의해야 하는 거 몰라?”
“그래. 알아.”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안을 진정시켰다.
“다만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변화하는 건 없어.”
시우의 말에 시안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건 그녀가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시우의 말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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