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장. 또 하나의 선택 2
“또 다른 섬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지금 어떤 선택이 있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진아의 지적에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선택. 그것은 그리 쉬운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뭘 하자고 할 수는 없는 거고. 다들 위험할 수도 있는 거니까.”
“위험이라.”
지웅의 말에 나라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럼 안 갔으면 좋겠어요.”
“그럼 평생 여기에 있을래?”
“네? 설마요.”
진아의 지적에 나라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여기에 있던 게 얼마나 지난 건데요? 설마 아무도 찾지 않을까요? 누군가 찾으려고 하겠죠.”
“아니.”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가 우리를 찾으려고 하면 진작 찾았을 거야. 우리가 비행한 위치 같은 것은 정확할 테니까.”
“그래.”
지웅도 진아의 말에 보탰다.
“섬이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망망대해에 두 개의 섬이 붙어있는 거니까요.”
“그런가?”
나라는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올무가 발견이 된 건 누군가가 올 수 있는 거리에 육지가 있다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저 다른 섬이 더 큰 섬이라는 거고. 정말 운이 좋으면 육지일 수도 있다. 뭐 그런 이야기인 거죠?”
“그건 아닌 거 같아.”
진아의 물음에 지웅은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거라면 지아가 바로 이동하자고 했을 거였다.
“일단 저 곳도 섬인 거 같아.”
“섬이라.”
진아는 혀로 이를 훑었다.
“그럼 가서 거꾸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네요.”
“그렇지. 여기는 먹을 것도 많으니까. 저 섬은 먹을 게 없는 섬인 거잖아. 그러니까 여기까지 와서 올무를 놓는 거고.”
“그런 걸까요? 그냥 고기가 먹고 싶어서.”
“그러니까.”
나라의 물음에 진아는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간단한 거. 그 간단한 것을 다들 모르는 거니까. 그 간단한 것을 제대로 생각을 하자는 거지. 그 다른 섬에는 여기 만큼 먹을 게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고. 우리는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거고.”
“그렇구나.”
나라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섬의 존재가 무조건 반가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어렵네요.”
“그렇죠.”
지웅은 손뼉을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니까.”
“살아남는다.”
“이대로 죽기는 아깝잖아.”
지웅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러기 아쉬웠다.
“세랑 한기쁨 씨에게는.”
“세라한테는 선배가 말해요.”
“알겠습니다.”
진아의 날카로운 반응에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사람이 한기쁨 씨에게 잘 말을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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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네. 오늘은 늦어서 제대로 회의를 할 수 없으니까. 내일 아침 바로 할 거예요. 어떻게 할지는 그때 정하겠죠.”
“어떻게 할지.”
지아의 말에 기쁨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어떻게 할지 정했어요?”
“아니요.”
기쁨의 물음에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다른 섬이 얼마나 큰 건지 우리의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까.”
“그럼 우리도 가죠.”
“네?”
“그럼 뭔가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곳에 가서 같은 것을 본다면 같은 생각을 하기 더 쉬울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는 그저 그 사람들이 해주는 말만 듣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죠.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죠.”
“그럼 내일 말해봐요.”
나라의 밝은 목소리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밝아요.”
“고맙습니다.”
나라는 혀를 매리고 더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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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무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건지는 내일 아침에 정하려고.”
“그래요.”
진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고맙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선배가 아니면 누가 먼저 나한테 와서 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누가 말을 하려고 하겠어요.”
“다들 너에게도 말을 할 거야. 당연한 걸 가지고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바보도 아니고.”
“그렇죠. 저는 바보죠.”
“성진아.”
“알았어요.”
지웅이 목소리를 키우자 진아는 양손을 들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지웅을 이런 식으로 자극할 이유는 하나 없었다. 그들은 같은 곳을 보는 것이고 같이 가야 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제 고집에도 저를 안 미워해서.”
“내가 자기를 왜 미워해?”
“그러니까요.”
지웅은 가볍게 진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실컷 생각하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네. 들어가세요.”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이런 행동에 그에 대한 약간의 앙금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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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언니가 말하는 건데?”
“그럼 누가 말해?”
시인의 반문에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은 있었다.
“시우는 좀 괜찮아?”
“응. 많이 걸어서 피곤해 하는 거 빼고.”
“속상해.”
“뭐가 속상해?”
“자꾸 시우를 끌고 다니고.”
“남자들 다 갔어.”
“다 가기는. 구지웅 씨도 안 가고 서준이라는 사람도 안 갔어. 언니는 도대체 왜 남들 편만 들어.”
“그 사람들은 다르지.”
“뭐가 달라?”
“됐다.”
시안과의 대화가 길어질 것 같자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튼 내일 아침에 의견을 물을 거래.”
“그래.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뭘?”
“다른 섬에 가자고 할 거야?”
“모르지.”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더 고민을 해야지.”
“그래.”
시인은 시안에게 무슨 말을 더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대를 나가버렸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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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지.”
“어디를?”
“다른 섬.”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서준의 반응에 윤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반대야.”
“왜 반대야?”
“형은 어차피 물을 싫어하잖아. 그래서 바다를 건널 수가 없는데. 가자고 의견을 내면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여기에 있으면 오히려 구조가 될 가능성이 바닥인 거 아니야? 무조건 다른 곳으로 가야지.”
“아니.”
서준의 대답에도 윤태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형. 그러면 형도 배를 타고 가야 해. 형 어릴 적에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 해서 그거 절대 안 된다며.”
“그건.”
서준은 대답이 궁했다. 윤태의 말처럼 그는 바다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무서웠다.
“특히나 지금 이안류야. 다른 바다로 가는 게 쉬울 때 가는 것도 무리인데 지금은 더 무리일 거야.”
“그럼 어떻게 해?”
“일부만 가야지.”
“일부?”
서준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네가 가려고 하는 거지.”
“당연하지.”
“미쳤어.”
“뭐가 미쳐?”
“네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야?”
“뭐?”
윤태의 반응에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윤태가 가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나는 반대야.”
“형.”
“너무 위험해.”
“안 위험해.”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서준을 달래려고 했지만 서준의 표정은 너무나도 단호하고 차가울 따름이었다.
“너 정말.”
“형. 지금 내가 형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모르는 거야? 나는 형이 걱정이 되어서 이러는 거야. 알잖아.”
“그건 알지만.”
윤태가 낮으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서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는 날 좀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럴 리가.”
“그래서 어떻게 할 거 같은데?”
“나는 가고 싶어.”
“간다고?”
“응.”
윤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에 계속 머무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희망도 선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정말로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빠르게 이 섬을 벗어나는 게 우선인 거니까.”
“그게 쉬울까?”
“어렵겠지.”
“그런데?”
“어렵다고 안 해?”
“그러네.”
윤태의 물음에 서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누가 우리를 찾고 있기는 할까?”
서준의 말에 윤태는 힘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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