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장. 그래서 당신 1
“그래서 조사가 안 된다는 겁니까?”
“네.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대통령은 허망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한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이런 내가 그 정도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어려우실 겁니다.”
여당 대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누구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이 나라 국민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문자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이라면 충분히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닙니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우리가 움직이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문자 한 건은 수신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건 맞지만.”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는 문자가 한 건 수신된 것을 가지고 몰고 가려고 했지만 다른 이들은 다른 한 건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집중했다. 그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거였다.
“대통령 님 위험합니다.”
“도대체 뭐가 위험합니까?”
“지금 이 지지율인 상황에서 아드님을 찾기 위해서 국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아버지요.”
대통령은 힘을 주어 말했다.
“나는 그런 게 무섭지 않습니다.”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공세에 시달릴 겁니다.”
“그런 건 두렵지 않소.”
“대통령 님. 저는 두렵습니다.”
여당 대표의 말에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위험합니다. 게다가 국민들도 아무런 생존자도 확인이 되지 않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을 걱정합니다.”
“가지 않고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말입니다.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GPS에 있는 섬은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살 수도 있는 거죠.”
대통령은 진지한 눈으로 여당 대표를 응시했다.
“그 가능성에 걸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뜻이 확고하시군요.”
“확고합니다.”
“저희는 더 이상 대통령 님의 편이 아닐 겁니다.”
“좋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이 편이 그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탈당하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막을 명분이 적어지겠군요.”
여당 대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 님. 부디 아드님을 찾기 바라십니다.”
“고맙소.”
대통령은 그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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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 씨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어요?”
“어?”
텐트로 돌아오던 지아는 당황했다. 세연이 미소를 지은 채로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너는 뭘 하고?”
“궁금하니 그렇죠.”
“뭐가 궁금해?”
“언니랑 이윤태 씨요.”
“그러지 마.”
지아가 눈을 흘기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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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은 가실 거죠?”
“가야지.”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나라는 입을 내밀었다.
“위험해요. 그곳에 선배님께서 가시면 다른 사람들이 동요할지도 몰라요. 선배님은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서 가야 하는 거야. 그래야 내가 본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믿게 될 테니까.”
“믿는다.”
진아는 가만히 그 말을 되새겼다. 믿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누군가 믿어야 할 거였다.
“어려운 거 아니에요?”
“뭐가?”
“탐험.”
“어렵겠지.”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곳을 향해서 나아간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도 유쾌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강지아 씨에게 맡기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 거기에 도대체 뭐가 있는 지도 알 수가 없는 거고. 강지아 씨가 위험한 순간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은 내가 막아야 하니까.”
“선배 뭐예요?”
“뭐가?”
“좋아해요?”
“설마.”
진아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성진아 씨 촌스러워.”
“그래요?”
진아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내가 조금 촌스러워서 그게 궁금했어.”
“그냥 이게 내 마지막 비행이니까. 뭔가에 대해서 책임감 같은 것을 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책임감이라.”
“자기들에게까지 그러라는 거 아니야.”
“알아요.”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늘 다른 사람들을 우선 생각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냥 선배가 혼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 선배가 그러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러죠.”
“힘들지.”
지웅은 입을 내밀고 순순히 동의했다. 이게 힘들지 않다고 하면 그게 더 우스운 거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나를 의지하잖아. 그리고 내가 승무원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걸 부정할 수는 없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거 아니에요?”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진아는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감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도 선배처럼 강지아 씨가 너무나도 고마워요. 자기가 리더인 것처럼 나서서 그렇게 이것저것 다 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지아가 아니었더라면 더 힘들 상황이 많을 거였다. 지아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묶는 힘이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게요.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 조금 더 기대도 되는 거 아니에요? 선배가 괜히 나섰다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이제 조금은 우리가 모든 책임을 안 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그거 우리들에게는 괜찮지만 나라는 아니에요.”
진아의 말에 지웅은 나라를 응시헀다. 진아의 말이 옳았다. 나라에게까지 이 모든 것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
“나라는 아직 어려요.”
“저 괜찮아요.”
“괜찮기는.”
나라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 씨. 그거 아니야.”
“하지만 선배님.”
“알고 있습니다.”
지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이게 첫 비행이었고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한 거니까.
“처음 비행한 거라고 그렇게 배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비행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고요.”
“그래. 그래.”
나라가 발끈하자 진아는 씩 웃었다.
“아무튼 선배.”
“일단 생각을 해볼게.”
“고마워요.”
“고맙긴.”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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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밤에 온 거예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웅이 이 늦은 밤에 자신을 찾아온 것은 그럴 이유가 있는 거였다.
“당연히 제가 가려고 했어요.”
“위험할 겁니다.”
“그렇겠죠.”
“두 사람이 안 되면.”
“아니요.”
지웅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오롯이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거였다. 혼자서라도 가고 싶은 거였다. 여기에 윤태가 끼어준다면 너무 고마운 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한 순간을 감당하라고 할 수 없어요. 저는 제가 선택을 한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강지아 씨가 이 모든 걸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해야 하는 거고요. 우리는 이 섬에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상하잖아요.”
“뭐가요?”
“제 짐.”
지아의 말에 지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아의 말처럼 이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의 가방에는 마치 조난을 당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짐이 실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 강지아 씨의 탓을 하지 않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네.”
지웅이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죠.”
“다른 사람이 필요하면.”
“아니요.”
지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한 번 간 모험이 안전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이후의 탐험이 안전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이 상황에서 그 어린 친구에게 어떤 위험을 지라고 하는 거. 그거 너무 잔인하잖아요.”
“그걸 여성에게.”
“같은 사람이에요.”
지웅의 말에 지아는 입을 쭉 내밀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역시 강 기자님은 못 이기겠습니다.”
“당연하죠.”
“한국에 있을 때도 다시 뵈면 좋겠습니다.”
“그럴 거예요.”
“그럴 거 같습니까?”
“당연하죠. 저는 윤한이에게만 돈 벌 기회를 넘기지 않을 거예요. 저는 섬에서의 일을 가지고 소설을 쓸 거예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책 없는 낙천적인 말이라니.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따라 웃었다.
“그러니 미안하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애초에 제가 먼저 저만 갈 거라고 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요.”
지아는 밝은 목소리로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구지웅 사무장 님은 지금 제 부탁을 들어주신 거예요. 그러니까 미안하다거나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지아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재율 씨 말은 농담인 거 알죠?”
“네? 뭐.”
지아는 지웅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지웅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멀어졌다. 지아는 입을 살짝 내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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