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65장. 다정한 연인들 1]

권정선재 2017. 4. 3. 22:34

65. 다정한 연인들 1

고마워요.”

아니요.”

 

세연의 인사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도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약간 걱정이 되고 그랬을 뿐이니까.”

그래도 제가 설득해서 그렇게 해준 거 아니에요?”

그렇게 믿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

 

윤한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세연은 입을 내밀고 가볍게 눈을 흘겼다. 윤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걱정이에요.”

뭐가요?”

사람들이 또 다른 희망을 가지게 되면 다른 곳에 가서 아무 것도 없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기죠.”

뭔가 있을 거예요.”

?”

 

세연의 확신에 찬 말에 윤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내가 그렇게 믿으니까.”

 

잠시 멍하니 있던 윤한은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세연을 가리켰다.

 

그게 뭐예요?”

왜요?”

 

세연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자신의 어깨를 쓸었다.

 

내가 육감의 여신이거든요.”

육감의 여신. 그게 뭐야?”

왜요? 나는 처음부터 권윤한 씨가 나를 좋아할 거라고 믿었는데? 그래서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닌가?”

그런가?”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가볍게 윤한에게 몸을 기댔다.

 

 

 

미안해요.”

아니요.”

 

지아의 사과에 윤태는 고개를 저었다.

 

강지아 씨가 나에게 사과를 할 일이 뭐가 있어요?”

혼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심하게 행동을 해서? 이윤태 씨는 분명한데 내가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러지 마요. 나도 그랬으니까.”

 

윤태는 가볍게 발을 움직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너무 겁이 났으니까.”

우리 뭐야?”

뭐가요?”

애들 같아.”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 유치하잖아.”

너무 유치할 건 뭐야.”

 

윤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렇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뭐가 그렇게 망설일 게 많고 고민할 게 많은지 모르겠어. 그냥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해야 하나?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게 어른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강지아 기자님 생각이 되게 많구나.”

당연하죠.”

 

지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생각이 많았다.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건. 그건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어떤 영향.”

이윤태 씨는 안 그래요?”

그러네요.”

 

지아의 물음에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영향이 가는 거구나.”

쉽지 않죠?”

.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고마워요.”

?”

 

지아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돌렸다. 지아는 윤태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이윤태 씨가 그렇게 계속 그렇게 용기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힘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럼 내가 고백을 해서 나를 보게 된 거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럼 막 첫눈에 반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뭐라고요?”

 

지아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는 거예요?”

아니 나 같은 사람을 보고 안 반하는 사람도 있나?”

뭐라는 거야?”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뒤로 몸을 젖히며 하늘을 쳐다봤다.

 

여기가 익숙하죠?”

그러게요. 익숙해지네요.”

이 익숙함이 어떤 건지. 그게 참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내가 이곳에서 너무 편안한 거 아닌가? 내가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막 그래서요.”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

당연하죠.”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윤태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렇게 좋아지니까?”

그래도 내가 진 기분이에요.”

나 처음부터 좋았어요.”

?”

뭐야?”

 

지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윤태 씨 처음부터 내가 좋았어요?”

뭐 신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막 좋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강지아 씨가. 나 혼자 있는 그곳으로 와줬을 때. 그 순간부터 아. 좋아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건.”

알아요.”

 

지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윤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선한 마음이었겠지요. 기자님에게는 그게 아무 것도 아니었겠지만 그걸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이상해.”

 

지아는 가볍게 몸을 떨며 팔을 문질렀다.

 

막 이상해요.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까.”

고백하는 거예요.”

고백 그만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좋아한다는 말은 계속 하고 또 해야 해요. 이렇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요? 누가 말을 해줘야 아는 거죠. 그러니까 강지아 씨도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나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면 그대로 말을 해줘요.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하여간 바람둥이.”

? 바람둥이라니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울상을 지었다.

 

내가 바람둥이라는 거 뭐 증거라도 있어요?”

내가 기자에요. 기자. 이윤태 씨는 잘 나가는 배우고. 그런데 뭐 내가 소문 하나 모를까 그래요?”

소문은 소문이에요.”

그래도요.”

소문은 소문이라니까요.”

 

윤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지아를 조심스럽게 끌어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만들었다.

 

뭐 하는 거야?”

이대로 있어요.”

나 냄새 나.”

나도 나요. 안 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여기에서 지금 얼마인데? 그것까지도 다 좋다고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튼 소문은 소문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막 스캔들이 나고 그랬을 테니까요. 오히려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편하게 대하곤 하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사람들이 다 좋거든요. 정말 좋아. 그런데 친구로 지내고 싶어도 막 스캔들이 나더라고요.”

자랑 같은데?”

그럼요.”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쭉 내밀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어릴 적에 꿈을 꾸던 배우라는 삶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결국에는 하나하나의 행동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기더라고요.”

그렇겠죠.”

그래서 가볍게 행동해야 했어요.”

 

지아는 몸을 일으켜서 윤태의 얼굴을 쳐다봤다. 윤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야 사람들이 내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그렇게 넘어가게 되는 거였거든요.”

힘들었구나.”

그렇죠.”

 

지아는 손을 뻗어 윤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태는 아이처럼 웃으면서 지아의 손길을 느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

설마요?”

자격지심이겠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손을 거두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나보다 돈을 쉽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렇기도 하죠.”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 싶었어.”

에이.”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런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거였다.

 

그러지 마요.”

.”

 

윤태는 조심스럽게 지아의 손을 잡았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요?”

그냥 기자님이 그러면 내 기분이 나쁘니까.”

잠깐.”

 

지아는 손을 빼고 윤태의 눈을 쳐다봤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호칭이 그게 뭐야?”

뭐가요?”

아니 기자면 기자. 강지아 씨면 강지아 씨. 그거 하나로 딱 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뭐야? 호칭을 둘 다 쓰고.”

그러는 강지아 씨는요?”

내가 뭐요?”

반말이랑 존댓말.”

?”

 

지아는 그제야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두 가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러니까요.”

 

윤태는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그런 거 지금 바로 정하지 말자고요.”

그럼요?”

차근차근 되지 않겠어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묘하게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