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장. 달이 뜨는 밤 1
“우와 이게 뭐예요?”
“강지아 씨. 이윤태 씨. 그리고 라시우 씨가 잡았어요.”
지웅의 말에 세연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도 박수를 쳤다. 새는 토종닭만한 크기였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반기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고기를 다 먹다니.”
“나 잘 했지?”
“그래. 잘 했다.”
윤태의 말에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고깃국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몸이 풀리는 거 같아.”
“그러게.”
윤태도 국물을 한 입 먹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선으로도 충분해지만 지금 보니 또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들 충분한 것 같은데 또 아닌 모양이야.”
“그렇겠지. 다들 물고기만 먹느라 다들 얼마나 고생이었어? 그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오늘 라면까지 먹고. 아주 특별한 날이지. 늘 이렇게 먹을 수만 있다면 여기 생활도 좋겠다.”
“에이.”
“말이 그렇다고.”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런 시간이 계속 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잘했죠?”
“네. 잘 했어요.”
윤태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었다.
“이윤태 씨가 뭐 쓸모도 있네.”
“에? 그 말은 뭐예요?”
“뭐가?”
“나는 늘 다 잘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 그래.”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는 입을 살짝 내밀고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줘서. 강지아 씨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사실이 그래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윤태가 이런 말을 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그녀였다.
“너무 그러지 마. 자기가 그러면 내가 뭐가 잘못한 거 같잖아. 그런 거 아닌 거 내가 더 잘 알고 있는데.”
“아니. 기자님이 잘 했다고요.”
“내가?”
“네. 그렇게 하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데리고 다녀주고 그러니까 알게 되는 거죠.”
“뭐라는 거야?”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지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지아도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좋다.”
“좋네요.”
달이 밝았다.
“그런데 올무는.”
“그만.”
지아가 다시 올무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일단 그런 이야기는 더 하지 말아요. 우리 지금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데요?”
“네?”
“데이트에요. 데이트.”
“데이트.”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얼굴이 순식가에 붉어졌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뭐야?”
“왜요?”
“그런 걸 그렇게 말하는 사람 처음인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면 듣는 쪽에서 당황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당황했어요?”
“당연하죠.”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그 말 좀 그만 하면 안 될까요?”
“뭘요?”
“마음에 안 든다는 말.”
“아. 그런가?”
지아는 그제야 자신이 꽤나 빈먼하게 마음에 안 들어. 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듣는 쪽에서는 은근히 서운할 수도 있는 말일 수도 있었다.
“미안해요.”
“사과도 하지 말고요. 사과를 들으려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니까. 그냥 우리가 지금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거. 이거 하나만 중요하다.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중요한 거니까.”
“그렇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롯이 서로를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시간이 소중한 거였다.
“이게 가장 소중한 거죠.”
“뭐 하고 있어요?”
“제가 쓴 거 다시 읽고 있어요.”
“나도 읽고 싶다.”
세연의 말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들었다.
“아직 안 돼요.”
“에이.”
“에이라뇨. 아직 교정도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차피 나 악필이라서 읽지도 못할 걸요?”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세연은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더 뭐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지아 언니 대단해요.”
“그렇죠. 그렇게 장군처럼.”
“멋있어.”
세연의 반응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맹세연 씨가 더 멋있는데요?”
“뭐예요?”
“이렇게 사람들을 칭찬만 하고. 그거 쉬운 거 아니잖아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요. 안 그래요?”
“아니에요.”
세연이 고개를 흔들면서 시선을 낮추자 윤한은 씩 웃으면서 그런 세연의 얼굴을 따라가서 가볍게 입을 맞췄다.
“뭐야?”
세연은 가볍게 윤한을 때리면서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좋다.”
“좋죠? 나 키스 잘 하죠?”
“네. 잘 해. 바람둥이인가 봐.”
“조금?”
윤한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세연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다들 오늘은 좋아 보여요.”
“그러게.”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사이에 어떤 활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올무가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공포로 다가가지 않는 거 같고. 특이한 거 같죠?”
“공포지.”
“네?”
“공포라서 이러는 거지.”
지웅의 말에 나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거야.”
지웅은 올무 세 개를 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발로 그것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뭐가?”
“사람들이 다들 싸우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렇게 그것을 티를 내거나 하지 않고 뭉치는 거잖아요.”
“그러게.”
지웅은 나라를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중요한 거였다.
“다들 선한 사람이라서 되는 거지.”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는 거래?”
세수를 하고 들어온 진아를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올무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그러게요. 그래도 그렇게 튼튼한 올무는 아닌 거 같아요. 가볍게 돌로만 찍어도 끊어졌다는 것을 보면.”
“그래도 계속 설치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섬에 뭐가 있기는 있는 거 같기는 한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설마 아니겠죠?”
“뭐가?”
나라는 입을 막고 어색하게 웃었다.
“임길석 씨.”
“아서.”
나라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런 무서운 말을.”
“죄송합니다.”
“아니야.”
사과를 하는 나라를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어쩌면 어렴풋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시신이 나온 것도 아니니까.”
“선배.”
“모든 가능성을 열어야지.”
“싫어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시 한다는 것은 너무 끔직했다.
“죽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사람이잖아.”
“사람이요?”
진아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사무장님. 그 살마은 차석우 씨를 죽였어요.”
“뭐. 그것도 모를 일이지.”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지웅과 싸운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까. 나라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을 보면서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을 돕기로 했습니다.”
당대표의 말에 총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대표.”
“그게 옳은 일입니다. 그리고 급히 조사된 여론 결과는 총리께서도 이미 확인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거야.”
총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국민들은 돈이 얼마나 들던 국민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국민들에게 돈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총리께서도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돈이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그것은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것이 국민이죠.”
“대표.”
“그래서 저는 국민들의 뜻을 따를 겁니다.”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국민들이 도대체 무얼 알 수 있다는 거야. 국민들처럼 아둔한 사람들이 또 없다는 걸 당신이 모르는 거요? 대표. 이리 하면 안 돼요. 이제 곧 다시 여론은 뒤집히게 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돈이에요. 돈.”
“사람이죠.”
“대표.”
“저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총리는 당대표를 노려봤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 성큼성큼 방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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