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장.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1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전혀?”
“네.”
비서의 말에 총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엄청난 돈이 소요가 된다는 것을 이미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여론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단 위기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선입니다. 그곳에 대통령의 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구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총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 것인데 어찌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건 쉬운 것이 아니었다.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국민들은 왜 그리 아둔해. 그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데 그것을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행동을 할 수가 있단 말이야. 응? 그게 얼마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 그 돈이면 얼마나 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몇 천 억이 들어간다고!”
총리는 고함을 지르며 주먹으로 상을 내리쳤다.
“그런데도 다들 찬성인가?”
“네. 찬성 여론이 9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이게 무슨.”
총리는 침을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국민들이 단체로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거였다.
“그게 얼마나 아둔한 짓인지를 다들 모르는 것인가? 그래서 그들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
“구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갖는 모양입니다.”
“확신?”
“네.”
“도대체 왜?”
“문자가 전송이 되었다고.”
순간 총리의 눈이 반짝였다.
“다 되지 않지 않았는가?”
“네?”
“그것을 빌미로 삼아야겠군.”
총리는 느물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비볐다. 그리 멍청한 일에 수많은 나라의 돈을 쓸 수 없었다.
“곧 내가 준비를 해보지.”
“정말 아이돌 준비도 했다고요?”
“네. 몰랐어요.”
“응. 몰랐어.”
지아의 반응에 윤태는 아차 싶었다. 당연히 지아가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의 잘못이었다.
“그러니까.”
“그럼 춤이랑 노래도 곧잘 하겠네.”
“곧잘 못하니까 잘렸죠. 거기에 그냥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걸요? 기자님도 아시면서.”
“에이.”
지아는 윤태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씩 웃었다.
“보여줘.”
“뭘요?”
“춤이랑 노래.”
“아니요.”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바라는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은 절대로 아니었다.
“제가 연습생이던 시절에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는데요. 저 할 줄 아는 거 하나도 없다고 온갖 구박은 다 받았어요. 그런데 저보고 그걸 보여달라고요? 에이. 그건 아무리 기자님이라도 안 되는 거죠.”
“뭐야?”
“뭐가요?”
“치사해.”
지아의 말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가 볼까지 부풀리면서 이런 말을 하니 더욱 당황스러운 그였다.
“그러니까.”
“아니 내가 그때 이윤태 씨를 보지 못했잖아. 그래서 그 모습을 좀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두 사람 뭐예요?”
씻고 돌아가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지아는 볼을 부풀리고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 매니저. 이윤태 씨가 과거에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거. 그거 왜 말을 안 했어요? 그거 제대로 홍보 포인트일 텐데.”
“아. 그거요. 얘가 너무 못해서 그거 잘린 건데 뭐. 얘 얼굴로 최종 멤버까지 들어갔다가 밀려난 거잖아. 그런데 무슨 그런 걸 말을 해요. 그거 뭐 잘한 거라고. 얘가 정말 엄청난 음치거든요.”
“그래도 보고 싶잖아요.”
지아는 씩 웃으면서 눈을 반짝이며 윤태를 쳐다봤다. 윤태는 목을 가다듬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안 보여줄 거예요?”
“그게. 이건 진짜 아니죠. 제가 강지아 기자님에게 뭐 이런 거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 아이돌 연습생이 아니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지아의 대답을 듣고 나니 당황스러운 윤태였다. 지아도 그런 것을 했었다면 당연히 하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니 뭐. 그렇게 보이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놓고 막 연인이니. 그러는 거 좀 그렇지 않아요?”
“그러네.”
서준까지 보태기에 들어가자 윤태는 더욱 울상을 지었다.
“형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아니. 뭐 방송에서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 강 기자가 자기한테만 보여 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못 보여줘? 아니 뭐 그게 돈이 엄청나게 드는 것도 아니고. 이윤태 엄청나게 튕긴다.”
“그러니까.”
“미치겠네.”
윤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토해냈다.
“내일 보여줄게요. 내가 지금 춤이랑 뭐 하나도 생각이 안 나니까. 내일. 내일 꼭 보여줄게요.”
“그래요.”
지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준은 킬킬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는 간다.”
“밤에 보자고.”
“나중에 보자는 놈 하나도 안 무섭다.”
윤태는 모래를 흩뿌렸지만 바람이 자신에게로 불어서 그대로 다 뒤집어섰다. 지아는 그런 윤태를 보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바보도 아니고.”
“좀 도와줘요.”
“미련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윤태의 몸에서 모래를 털어줬다. 윤태는 자신을 보고 웃는 지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너무 예쁘다.”
“닭살이야.”
“알아요. 그래도 하고 싶어. 너무 예뻐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윤태의 뺨을 만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그에게서 모래를 털었다. 윤태는 이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하고 지아를 응시했다.
“뭐해요?”
“아니 대답을 안 해주는 겁니까?”
“무슨 대답이요?”
“이거 서운하네.”
윤태의 반응에 지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돌아섰다. 윤태는 그런 지아의 손을 잡았다.
“같이 걸어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윤태는 조금 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윤태가 손에 힘을 주는 만큼 지아도 손에 힘을 주었다.
“미안해.”
시안의 갑작스러운 말에 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그냥 다 미안해.”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둘 중 누구 하나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었다.
“네가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 그런 거면 나도 그래야 하는 건데. 나도 너한테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는데. 나도 너무나도 유치했어.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내가 언니로 더 잘 해야 하는 건데.”
“아니.”
시안은 혀를 내밀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언니라고 해도 나 같은 동생 하나도 반갑지 않았을 거 같아. 어쩌면 그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알아?”
“알지.”
“그럼 됐어.”
시우는 텐트로 돌아오며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 뭐야?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
“네 욕했다.”
“어?”
“맞아. 네 욕했어.”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키득거리는 것을 보고 시우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모았다.
“두 사람 뭐야?”
시인과 시안은 그런 시우의 모습이 귀여워서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시우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거라도 해야 해서요.”
몇 마리 잡지 못한 물고기를 손질하는 기쁨의 곁에 서준이 앉았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런 거 보면 옆에서 좀 돕고 그래야 하는데. 제가 원래 이런 거 잘 만지지를 못해서요.”
“괜찮아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을 해서 배를 좍 벌려서 옆으로 두었다.
“이런 거 저는 잘 하거든요.”
“그러게요. 엄청 잘 하시네요.”
“고향이 바닷가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서준은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은 대화를 하면서도 쉬지 않고 생선의 배를 가르기를 반복했다.
“대단하시네요.”
“대단하기는요.”
기쁨은 소매로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해야지요. 그 동안 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많이 답답했어요. 이렇게라도 제가 어떤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너무나도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그럼.”
서준은 눈을 질끈 감고 배를 가른 물고기들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바다로 들고 갔다.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 무서워요?”
“아니 뭐. 그냥 촉감이.”
“아무렇지도 않던데. 그리고 말린 생선 제일 잘 드시는 분이 그쪽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뭐. 그렇게까지.”
서준이 목소리를 높이자 기쁨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리 주세요.”
“아닙니다.”
서준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기쁨에게 생선을 넘겨주지 않았다.
“이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요?”
“네. 정말로 할 수 있습니다.”
“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서준이 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막을 이유는 없었다.
“가볍게 바닷물에 씻으면 되요.”
“이렇게요?”
“네. 그렇게요.”
서준은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물에 흔들었다. 속에 있던 핏물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조금 더 반짝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바닷물로 씻어서 말리게 되면 더 쫄깃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소금물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요?”
“네. 아무튼 남은 것도 잘 부탁해요. 저는 남은 생선들을 마저 손질해야 할 거 같아서요. 물에 빠뜨리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준은 멀어지는 기쁨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씩씩한 기쁨의 모습을 보는 것이 묘한 기분이 드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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