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장.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3
“달라지셨습니다.”
총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찌 이리 영리해지셨습니까?”
“다 잘 배운 덕이지요.”
대통령의 대답에 총리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제가 대통령을 그 자리에 오르게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이러시는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그만 부르시지요.”
대통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전 총리를 부를 호칭이 마땅치가 않아요.”
“전 총리라니.”
총리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한쪽 눈으로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후회를 하실 겁니다. 국민들이 돈을 쓰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지 모르십니까?”
“거듭 말씀을 드리지만 이것은 돈을 쓰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구하는 일입니다.”
“아니요.”
총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배 한 척을 건지는 데도 사람들이 욕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이 나라의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그리 냉정하게 바라보는 국민들입니다. 돈 때문이라고 그리 아귀다툼을 하면서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욕을 하던 이들이에요.”
“극히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를 보고 움직인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은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들까지 말을 해야 할 정도로 지금 총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아무런 자신이 없습니까?”
“대통령이 가여워서 그렇지요.”
“뭐라고요?”
대통령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옳게 생각을 한다고 해도 이건 옳은 일이 아니에요. 결국 국민들은 돌아서게 될 겁니다.”
총리는 이를 드러내며 이죽거렸다.
“그걸 모르십니까?”
“총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지도 못할 것을 가지고 마치 자신의 손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돈이 마치 자신의 것인 것처럼 행동을 하며 잔인하게 굴 것입니다.”
“그 뒤에 그대가 있겠지요?”
“그럼요.”
총리의 대답에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대통령의 여유로운 표정에 총리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무엇입니까?”
“고맙습니다.”
“예?”
총리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그게 무슨?”
“뭐. 몰래카메라가 범죄이기는 하나. 뭐. 이렇게 공개된 방송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은 대답을 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인터넷 방송 앱을 켠 후 총리에게 건넸다. 총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았다.
“이게 무슨?”
“이 상황입니다.”
총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을 보고 얼굴이 곧바로 하얗게 질렸다.
“이게 무엇입니까?”
“내 방법입니다.”
“이봐요!”
총리는 악을 쓰며 휴대전화를 집어던졌다.
“이것은 범죄입니다.”
“범죄입니까?”
“당연하지요!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그 전에 국민들이 그대에게 물을 겁니다. 총리. 그대의 정치에 대해서. 그 방법에 대해서 물을 겁니다.”
대통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어떤 식으로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모든 것을 고백을 할 것입니다. 세월호 앞에서 사진을 찍던, 온갖 부정을 일삼던 이들을 어떤 식으로 용서했는지 모두 말할 것입니다.”
총리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대통령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총리만 둔 채로 돌아섰다가 걸음을 멈췄다.
“아.”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다시 돌아섰다.
“얼굴 찌푸리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별로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얼굴 그러면 더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총리가 뒤에서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는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이게 뭐야!”
총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감히. 감히.”
총리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힘이 아니었더라며 대통령이 되지 못할 일이었다.
“감히 지금 누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이런 더러운 짓에 내가 당할 거 같아? 말도 안 되지.”
하지만 총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방송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순간 그의 전화가 울렸다. 보좌관이었다.
“뭐야?”
“큰일이 났습니다.”
“뭐라고?”
“검색어 1위. 온 포털이 다 총리님입니다. 일단 그 장소에서 나오세요. 거기에서는 계속 방송이 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총리는 그제야 아직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방을 벗어났다.
“고맙습니다.”
“아니야.”
윤한에게 펜을 건네며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는 필요도 없는 걸.”
“하지만.”
“이곳의 상황에 대해서 모두 다 기록을 하려는 거 아니야? 그런 거라면 펜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지.”
“그렇죠.”
윤한은 어색한 미소를 징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가볍게 윤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입을 내밀었다.
“왜 그래?”
“정말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지아의 대답에 윤한은 어색하게 웃었다.
“지치지 않아요?”
“뭐가?”
“다요.”
“뭐. 지치지.”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여기에 있었는데 지치지 않는다는 것은 우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다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거 너무 유치하고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런가요?”
“응.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한다는 거 너무 이상하잖아. 포기하려고 하면 진작에 했어야지.”
“아. 그래요?”
윤한이 미소를 짓자 지아는 볼을 부풀리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윤핸의 어꺠를 두드렸다.
“알고 있어. 다들 여기에서 지치고 있다는 거.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 거.”
“한 달이라니.”
“겨우 그렇지.”
“길지 않아요. 그리고 길죠.”
“그래. 길지 않으면서 길지.”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고, 기적을 바라기에는 짧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잖아.”
“그게 대단한 건가요?”
“당연하지. 우리는 맑은 물을 가지고 있고 식량도 갖고 있어. 이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야.”
“그렇기는 하죠.”
윤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그런데 권윤한 뭐야?”
“뭐가요?”
“난 네가 늘 밝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어떻게 늘 밝아요?”
“그럴 수도 있지.”
지아의 말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는 그 순간 그의 어깨를 다시 두드렸다.
“그렇게 웃어.”
“네?”
“그래야 웃는 일이 생겨. 그럼 나는 간다. 이렇게 너랑 오래 있으면 세연이가 이상하게 볼지도 몰라.”
“아.”
“아. 그게 다니?”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텐트를 나갔다. 윤한은 펜을 쳐다보면서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낯설었다.
“한 달. 살아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적이었다. 그들은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건 대단한 거였다.
“그러네.”
대단한 게 맞았다. 윤한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무슨 말을 해요?”
“아. 아니에요.”
세연은 텐트 안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설의 제목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요?”
세연은 손뼉을 치면서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뭔데요?”
“어쩌다 우리.”
“네?”
“어쩌다 우리요.”
“그게 뭐야?”
세연은 미간을 모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상하잖아요.”
“이상해요?”
“조금?”
세연은 엄지와 검지를 벌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그래야 맞아요. 그 모호하고 약간 이상한 느낌? 우리가 어쩌다 이런 곳에 온 것인지 모르니까.”
“뭐.”
세연은 입을 내밀고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제목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죠?”
“네. 그래요.”
세연의 대답에 윤한은 기분이 설렜다. 뭔가 이것만으로도 어떤 문제가 해결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아 언니가 대단해요.”
“네? 그게 무슨?”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윤한 씨 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되게 우울한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아 그랬어요?”
윤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늘 밝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럴 수도 있죠.”
“신기해.”
“지아 누나가 신기하죠.”
“뭐든 다 하는 사람 같아요.”
“그렇죠.”
윤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의 사람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어쩌면 강지아일 수도 있었다.
“지아 누나가 아니었으면 더 문제가 생겼을 거예요.”
“질투나.”
“네?”
“그런데 또 안 나는 거 있죠?”
세연은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언니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니 덕을 본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누구나 그렇겠죠.”
“그래서 화가 나.”
“그게 뭐야?”
“그렇다고 미운 건 아니에요.”
세연이 재빨리 덧붙이자 윤한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솔직한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정말이죠?”
“당연하죠.”
윤한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윤한의 말에 세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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