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장. 위기 2
“바다는 여전하네요.”
“네. 그러네요.”
날이 바뀌었지만 바다의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섬의 저쪽에 가보려고 해요.”
“왜요?”
“뭔가 더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의 말처럼 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주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게 어떤 위험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강지아 씨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못해요.”
“제가 가는 거예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이렇게 말을 하는데 굳이 가지 못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오늘 오셔야 합니다.”
“당연하죠.”
지아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 가려고요.”
“이윤태 씨는 안 가도 괜찮아.”
“당연히 가야죠.”
지아의 말에 윤태는 앞으로 나섰다.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윤태까지 어떤 부담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가 바라는 방향이 아니었다.
“나 혼자서 갈 수 있는 곳을 굳이 같이 갈 이유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나 혼자서 갈 수 있어요.”
“에이. 혹시 무슨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여기에 있어도 다른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같이 가요.”
“그러던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윤태가 이렇게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준비를 하고 올게요.”
“알았어.”
“또 간다고?”
“응.”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야?”
서준의 반응에 윤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자주 가야지. 어차피 바다를 갈 수는 없으니까. 일단 이 섬 안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야지.”
“하지만 위험하다는 게 달라지는 게 없잖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가능성도 생긴 거 아니야?”
“에이.”
서준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지. 그럼 우리도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 거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잖아. 우리도 나갈 수 없는데 누군가가 우리 섬으로 올 일이 있겠어?”
“모르지.”
서준의 대답에 윤태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니까.”
“어차피 내가 안 가도 강지아 씨는 갈 걸?”
“역시나.”
“뭐가?”
“아니다.”
서준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면 윤태와 다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위험한 일이니까 그러는 거야. 알고 있지. 내가 너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더 조심하려고 하는 거고. 더 안전하게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거야.”
“그래.”
윤태의 대답에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그가 더 뭐라고 할 것은 없었다.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지.”
“당연하지.”
서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는 뭔가를 시키려고 하면 그렇게 고생을 했어야 하는 건데. 겨우 여자 하나로 이러는 거야?”
“겨우 여자 하나라니? 강지아라는 여자는 전혀 다른 여자라고. 그건 형도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네. 네 알겠습니다.”
윤태의 반응에 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태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올게.”
“알겠습니다.”
서준은 가볍게 경례를 붙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같이 가줄 필요가 없다면 굳이 방해를 할 이유는 없었다.
“시우 씨도 가려고요?”
“네. 당연하죠.”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아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나 자기 누나 무서워.”
“뭐. 제가 알아서 가는 건데요.”
“그래.”
윤태는 시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만 가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더 가는 게 낫잖아요. 안 그래요? 이게 더 나을 거예요.”
“그거야 그렇겠지만.”
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다는 사람을 막을 자격 같은 것이 그녀에게 없었다.
“그럼 갈까요?”
“확실히 계절이 달라지기는 했나 보네요. 이전이라면 바로 풀이 무성하게 다시 자라났을 텐데요.”
“그렇죠?”
그들이 지나갔던 길은 아직 채 풀이 자라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겨울하고 다르기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자주 가면 이곳을 길로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섬의 저쪽은 이곳보다 먹을 것도 많으니까.”
“그렇죠.”
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닭과 비슷한 새가 있었다.
“고기다.”
“뭐라는 거야?”
지아는 윤태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저거 잡죠.”
“에이. 우리 먹을 거 많은데 굳이 쟤를 잡느라 고생을 할 이유가 있어요? 그거 바보 같은 일이지.”
“에이. 저건 전혀 다른 고기라고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두 남자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지아는 혀를 끌끌 찼다.
“언니는 시우가 걱정도 되지 않아?”
“뭐가?”
시안의 말에 시인은 미간을 모았다.
“시우가 굳이 갈 이유도 없는 거잖아.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왜 자꾸 걔가 거기에 가려는 건데?”
“시우가 애야?”
“그럼 애지.”
“라시안.”
시우의 말에 시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도대체 왜 그렇게 유치하게 생각을 하는 거야? 시우가 우리 애도 아니고. 자기가 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막을 수가 있다는 거야? 우리는 그저 시우가 하겠다는 것을 하게 하면 되는 거야. 우리는 시우에게 뭐라고 말을 할 자격이 없어. 그건 시우의 선택인 거야.”
“걔는 이 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너는 알아?”
“알지.”
시안의 대답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애가 혼자서 살려고 나가?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데? 일단 시우 두 사람하고 같이 갔어.”
“하지만.”
“바다로 간 것도 아니야. 그리고 우리의 행동이 시우를 여전히 아이로 묶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나는 우리 시우를 믿어. 시우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건 그렇겠지.”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시인의 말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포스러웠다.
“이 섬은 이상한 곳이잖아.”
“누구나 마찬가지야.”
“언니. 언니는 너무 태연한 거 같아. 이곳이 아무렇지 않은 거 같아. 뭔가 너무 편안한 거 같다고.”
“나도 힘들어. 나도 지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리고 이미 가서 안전한 것이 확인이 된 곳에까지 못 가게 할 이유는 없어. 그건 네가 해. 네가 이 텐트에 같이 있었으면 네가 시우에게 직접 말할 수 있었을 거 아니야?”
시인의 말에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시인의 말이 옳았다.
“알았어. 다시 옮길게.”
시안이 너무 쉽게 동의하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총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게 정말 대통령의 답이랍니까?”
“네. 그렇습니다.”
총리실 직언의 말에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총리의 행동은 너무나도 아둔한 행동이었다.
“국민들이 뭐라고 할 줄 알고.”
“반응은 좋습니다.”
“뭐라고?”
총리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그게 말이 되나?”
“그게.”
총리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건 절대 그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왜 다들 대통령의 말을 들어주는 것인가? 그가 지금 자신의 아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을 하는 것인데. 숨겼다는 것을 말을 하는 것인데. 도대체 왜 다들 그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야?”
“그게 솔직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솔직?”
총리의 이마에 주름이 더욱 깊게 새겨졌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나?”
“그래도 이미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젠장맞을.”
총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의 전술이 통하지 않을 거였다.
“돈이 얼마나 들지 말하게.”
“그건 통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이미 사람들은 엄청난 돈이 들더라도 구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론이 기울고 있습니다.”
“계속 때리라고 해!”
총리가 고함을 지르자 총리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뭐하고 있어? 당장 하게.”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나가자 총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를 줄 알았던 대통령이 이런 걸 한단 말인가.”
총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도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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