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장. 데이트 2
“잘 된 거네.”
“뭐가 잘 돼!”
원종의 말에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야.”
“왜?”
“도대체 왜 나를 좋아하는 건데?”
“어?”
“아니 내가 도대체 뭐라고? 내가 도대체 뭔데? 도대체 내가 뭐라고 나를 좋아하는 거냐고. 이상하잖아.”
“진정해.”
원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우에게 물을 한 잔 내밀었다.
“일단 이거 마시고 진정해.”
“너라면 진정을 할 수가 있어? 도대체 두 사람 다 나에게 왜 그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그럼 나도 너한테 만만해서 그런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원종이 갑자기 잊고 있던 것을 말하자 지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원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잖아. 장지우. 네가 매력적이어서 그런 거야. 다른 이유 하나도 없어.”
“아니 도대체 내가 뭐라고 매력 같은 것을 느끼는 거냐고. 말이 안 되는 거니까. 그냥 이상해서 그러는 거지.”
“뭐가 이상해?”
“그러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상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벗었다. 그런 부분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냥 갑자기 그럴 수 있어?”
“갑자기가 아닐 걸?”
“어?”
“내가 너에게 고백했던 거. 두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눈치를 보여서. 그래서 고백을 한 거였는데?”
“뭐라는 거야?”
지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원종은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러니까.”
“진짜로.”
원종은 입을 꼭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내뱉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갑자기 지우개 식당에서 일을 한 거라고 믿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우개 식당. 그런데 원종의 말을 들으니 두 사람이 일을 한 것도 이상했다.
“그러니까 최원종.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두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뭐 그래서 식당 일을 돕는 거라고?”
“당연하지.”
“아니 돈도 주고.”
“형진이 봐.”
“어?”
형진이. 잊고 있었다.
“그 녀석은 자기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오니까 바로 가잖아. 그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게 당연한 거라고. 솔직히 지우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그렇지.”
지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두 사람이었지만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 원종의 말을 들으니 두 사람의 이유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 거구나.”
“하여간 답답해.”
“뭐가?”
“눈치도 더럽게 없어.”
“뭐래?”
지우는 남은 물을 모두 마시고 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콱 하고 막히던 것이 아주 조금은 내려간 기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뭘?”
“두 사람.”
“네가 정해야지.”
“어?”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그런 것을 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런 선택권 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누가 딱 정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따름이었다.
“내가 뭐라고 골라?”
“말 했잖아. 두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고?”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 네가 고르는 거지.”
“아니.”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절대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건 너무나도 잔인한 거고 우스운 거였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을 거야.”
“누가 듣는 건데?”
“누가 듣건.”
“아무도 안 웃어.”
원종은 몸을 살짝 기대고 지우개의 목덜미를 문질렀다. 지우개는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들다 원종의 무릎에 올라왔다.
“너도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런 건 모르겠어.”
“그럼 이제라도 알아야지.”
“어?”
“꼭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고를 이유는 없어. 두 사람 다 싫을 수 있는 거니까. 적어도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건 두 사람에게 말을 해줘야 할 거야. 그게 고백을 받은 사람의 의무니까.”
“도대체 뭐냐고.”
지우는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같이 식당 일을 하고 좋았다고.”
“그러니까.”
“어?”
“너도 생각을 해봤을 거 아니야.”
“아니.”
지우는 침을 삼켰다. 그 동안 원종과 이 비슷한 얘기를 했을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본격적인 고백 같은 것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미치겠네.”
“진지하게 생각해.”
원종은 눈을 찡긋하며 씩 웃었다.
“오직 너만 정할 수 있는 거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우는 지우개를 품에 꼭 안고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갑자기 나에게 왜 이러는 거냐고? 그 동안 티를 내지 않던 사람들이 왜 이러는 걸까? 응?”
지우개는 지우의 품을 파고들었다.
“지우개. 누가 더 나은 사람 같아?”
지우는 두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준재는 조금 더 편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식은 달랐다. 태식은 그녀가 편하게 대할 수는 없는 사람이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사람이었다.
“알고 싶은 사람.”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자신의 마음도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난처한 순간이었다.
“뭐야. 장지우. 나 지금 양다리니?”
지우는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우는 울상을 지으며 돌아누웠다.
“사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 어.”
준재가 식당에 들어오자 지우는 도망을 치듯 주방으로 달아났다. 준재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뭐야?”
“너 까인 거네.”
“아니거든요.”
태식의 빈정거림에 준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아니에요.”
“아니긴.”
“아니라고요.”
준재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주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하여간 쟤 은근히 미련이 많다니까.”
태식은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장님 뭐예요?”
“어?”
준재가 주방까지 따라오자 지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왜 사람 인사를 무시를 해요?”
“그게.”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준재는 살짝 벽에 기대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눈으로 지우를 바라봤다.
“내가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래요?”
지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사장님 좋아해요.”
“정준재.”
“좋아한다고요.”
준재는 예의 그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지우를 맑은 눈으로 응시했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나이 차이 많이 나.”
“얼마 안 나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 좋아해요.”
지우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말 하지 마.”
“왜요?”
“그러니까.”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왜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이런 고백이 이상한 걸까?
“그러니까.”
“사장님은 설마 아직도 제가 사장님을 좋아한다는 이 말을 그저 장난으로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준재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 연애는 어울리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연애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럴 시간 없어.”
“무슨 시간이요?”
“연애 같은 거.”
“연애 같은 거라니.”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장님이 그렇게 말을 하면 되게 서운한 거 알아요? 이쪽에서는 나름 진지하게 말을 한 건데요.”
“이쪽에서도 진지한 거야.”
“그래요?”
“그래.”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재를 보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왜 저렇게 빤히 보는 거야. 그런 지우를 보고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 살짝 고개를 꺾었다.
“사장님 왜 나를 안 봐요?”
“뭐가?”
“좋아해요.”
지우는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준재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거였다.
“그러니까.”
“좋아한다고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준재는 방금 전 그 모습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는 채로 씩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지우 씨. 좋아합니다.”
장지우 씨.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가 그냥 텅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데이트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지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준재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우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서 벽을 짚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준재가 뭐라고 하고 간 건지 뒤늦게 머리에서 재생되었다. 그리고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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