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고등어구이 2
“오늘 또 고등어를 사가게? 어제 넉넉히 줬는데?”
“일단 저희가 구워먹어 보고 손님도 한 분 드렸는데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가게에 냄새가 나는 거 빼고는 괜찮은 거 같아요.”
“하긴 그렇겠네.”
아주머니는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개 식당은 냄새가 나가기가 어렵지.”
“그래서 뭔가 좀 고민이 되기는 해요. 그렇다고 해서 따로 구울 수도 없고. 생선만 파는 곳이라면 괜찮을 텐데요.”
“그 전기 팬? 그런 거 있잖아. 거기에 구워보는 건 어때?”
“네?”
방송 같은 데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활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거 비싸고 안 되겠어요.”
“내가 줄게.”
“네? 아니요.”
“아니긴. 우리 며느리가 줬는데 우리는 쓰지도 않아. 그게 생선이 구워지지도 않는 거 같고 한참이나 걸려.”
“그래요?”
“그런데 신기하게 냄새는 하나 안 나더라고. 오래 걸리기는 하는데. 그리고 가만 둬도 타지도 않아.”
“그렇구나.”
“잠시만 있어봐.”
지우가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아주머니는 그대로 어딘가로 가시더니 커다란 상자를 두 개나 들고 나타나셨다.
“이게 뭐예요?”
“내가 말한 팬.”
“두 개 아니에요?”
“두 개 맞아.”
“아니.”
지우는 당황스러웠다. 자꾸만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아주머니는 또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들이 둘이라 며느리도 둘이야. 그리고 지우. 너 이제 우리 가게에서 생선 가져갈 거 아니야?”
“맞아요.”
“그러니까. 내가 싸게 줄게.”
“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자신의 노력이 아니었다. 모두 유정이 열심히 살아서 가능한 거였다.
“그럼 일단 고등어 열 마리만 주세요.”
한 마리에 4천원. 그리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고등어는 8천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거였다.
“2만 5천원.”
“네? 그게 무슨.”
“아이고. 내가 너한테 소매가로 팔까?”
“아니요.”
지우는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이건.”
“너 뭔가 잘못 생각을 하는 거 같아. 사장이라는 건 무조건 돈을 아껴야 해. 그렇게 돈을 아껴서 벌어야지.”
“아무리 아껴도요. 제가 아주머니께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제가 이러면 너무 죄송하고 그러잖아요.”
“우리 거만 먹으면 되지.”
아주머니의 미소에 지우는 입을 다물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고맙습니다.”
“그럼 자주 와.”
“네.”
지우는 묵직한 봉투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걸 받아왔어요?”
“네.”
태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미간을 모았다.
“이거 되게 안 구워져요.”
“그래도 타지는 않잖아요.”
“아니 타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해서 어떻게 하자고요?”
“생선을 아침에 다 굽는 거 어때요?”
“뭐?”
준재의 말에 태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루에 생선이 얼마나 나갈 줄 알고 그렇게 준비를 해? 꼬맹이. 너는 그게 그렇게 쉬울 거 같아?”
“아니 그러면 하루에 수량을 제한을 하면 되죠. 다음 날은 조금 줄이면 되는 거고. 생선이야 우리가 다 먹어도 되고.”
“그래.”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다면 다른 손님들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게 식은 걸 데우는 거랑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조리를 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두 사람 지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메뉴가 하나 추가가 되는 게 쉬운 게 아니라고요.”
“일단 해보라면서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야죠.”
“여기 생선구이 주세요.”
“죄송합니다.”
지우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생선이 다 나갔어요.”
“다 나가요?”
손님은 일행을 쳐다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식당이.”
“저희가 이게 오늘부터 생긴 메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일단 10마리만 준비를 한 거라서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대신 다음에 오시면 반값에 생선구이 백반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지우의 말에 손님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준재가 그녀를 봤고 지우는 눈을 찡긋했다.
“아까 진짜 능숙했어요.”
“그래요?”
태식의 칭찬에 지우는 우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뭐 지우개 식당의 주인이니까. 안 그래?”
지우개는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는 거 같아요. 혹시라도 다 안 팔리면 다른 것보다 재고 부담이 크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카레도 확실히 이제 덜 나가기 시작한 거 같아. 가정식 카레라는 게 은근히 안 먹히네.”
“워낙 다른 메뉴도 많으니까요.”
“그렇죠.”
그래도 조금 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즐거워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여전히 젊은 손님들 같은 경우에는 카레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고 카레를 주문하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서서히 부치기 시작했다. 저녁에 카레만 팔기 위해서 시간이 늦어지는 중이었으니까.
“카레 양을 좀 줄여야겠어요. 생선을 시키는 사람도 늘어나는 거 같아. 조개류도 좀 쓰고 그래야겠어요.”
“많이 달라졌어.”
“네?”
태식의 말에 지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가요?”
“아니 전에 장지우 씨는 그렇게 열심히 새로운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한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전에도 그랬거든요.”
“아닌데?”
“맞아요.”
지우가 입을 내밀고 대답하자 태식은 미소를 지었다. 준재는 그런 둘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그럼 내일은 다른 생선이 늘어나겠네요.”
“그래야지. 생선을 좀 늘리고. 달걀말이는 저녁에만 좀 나가는 건데 이제 메뉴에서는 빼도 될 거 같아.”
“왜요?”
“굳이 시키시는 분은 없으니까.”
지우의 말에 준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느 순간 달걀말이를 시키는 손님이 적었다.
“엄마는 그 동안 이걸 혼자서 어떻게 다 했나 몰라. 이거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건데 말이야.”
“큰 사장님이 대단하시죠.”
“그렇지.”
준재의 말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뭐야? 왜 이렇게 심각해?”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원종과 형진이 나란히 식당에 들어왔다.
“어떻게 같이 들어와?”
“이 앞에서 만났어.”
“그래? 그럼 카레 먹자.”
“좋지.”
“카레 좋죠.”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네 남자 덕분에 그래도 자신이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지우개. 나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지우의 물음에 지우개가 작게 짖었다.
“엄마가 할 때 옆에서 좀 도울걸 그랬어. 그랬더라면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조금은 알 수 있었을 텐데.”
지우는 지우개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물렀다.
“엄마. 보고 싶어.”
그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유정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사장님이 많이 달라졌죠.”
“뭐.”
준재의 물음에 태식은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가 조금은 달라진 것이 그 역시 느껴졌다.
“이제 뭔가 하려고 하지.”
“아직도 문을 닫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물론.”
태식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그게 당연한 거거든.”
“왜요?”
“이제 장지우 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거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준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과연 지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그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너무 많은 강요를 하는 거 같아요.”
“내가?”
“네.”
태식은 준재의 지적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살짝 몸을 뒤로 기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님은 지금 그곳에서 가장 행복할 수도 있는 거라고요. 어머니의 흔적을 느끼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처음부터 장지우 씨가 해야 했던 일이 아니잖아. 어쩔 수 없이 그걸 한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게 정말 장지우 씨를 위한 거야?”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정말 지우를 위한 일일까? 감히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거였다.
“그거 장지우 씨에게 폭력이야.”
“하지만 자꾸 그만 두라고 하지 마요.”
“할 거야.”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장지우 씨에게 접근한 목적이니까.”
준재는 아랫입술을 물고 태식을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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