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9장. 고등어구이 1]

권정선재 2017. 4. 3. 22:39

49. 고등어구이 1

이게 뭐야?”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본 지우는 울상을 지었다. 집에 들어와서 한참을 또 울고 났더니 얼굴이 부어있었다.

 

한심해.”

 

그래도 괜찮다고. 준재를 위로하는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또 이런 순간을 보늬 어른이 되지 못했다.

 

나 뭐하는 거니?”

 

지우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우리 산책이나 갈까?”

 

지우개가 어디로 가더니 자신의 산책 줄을 가지고 왔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어구이.”

 

시장에서 이른 시간에 연 식당에서는 고등어가 좋아보였다. 고등어구이 같은 것은 평소에 잘 먹지 않았다.

 

어머. 유정 언니 딸 아니야?”

안녕하세요.”

 

생선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엄마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웬 생선? 가게에 생선 안 팔지 않아?”

제가 먹으려고요.”

그래?”

그런데 식당에서 구워도 되나 모르겠어요. 저희 원래 생선은 안 내놓으니까 손님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한 번도 생선을 안 먹었어?”

? .”

 

지우는 이렇게 말을 하고 순간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엄마가 죽고 나서 생선을 한 번도 안 구웠었다.

 

그래.”

 

아주머니는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지우는 괜히 죄송했다. 아주머니에게 뭔가 민폐를 끼친 거 같았다.

 

고등어 세 마리만 주세요.”

할 줄 알아?”

뭐 구우면 되겠죠?”

그래. 구우면 되지.”

 

아주머니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인지 생선을 세 마리 가져가서 손질을 했다. 그리고 봉투에 담아 지우에게 건넸다.

 

얼마에요?”

그냥 가져가.”

?”

 

지우는 놀란 눈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내가 언니 죽었을 때 장례식에도 못 갔어. 바쁘다는 이유로. 뭐 돈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게 어디 그런 거야. 그리고 이거 내가 서비스로 준다고 생각을 해. 나중에 생선구이를 낼 거면 우리 가게에서 받아서 쓰라고. 내가 아주 싸게 줄게.”

고맙습니다.”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여 가. 얼른 구워 먹어. 그거 물 되게 좋은 거야.”

. 고맙습니다.”

 

지우는 다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고등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웬 고등어에요?”

싸더라고.”

?”

 

식당에 출근한 준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맛있게 먹어야지.”

그렇죠. .”

 

태식은 소매를 걷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린내를 좀 제거를 할까요?”

 

 

 

쌀뜨물에 넣는 것은 간 고등어 같은 것만 넣는 거 아니었어요? 짠기 같은 거 뺀다고 그런 줄 알았는데.”

보통은 그렇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린내도 없애주거든요. . 어차피 남는 쌀뜨물이니까요.”

뭐 그렇기는 하죠.”

 

지우는 입을 내밀고 동의했다. 태식은 가볍게 팬에 기름을 한 번 둘렀다. 그리고 바로 불을 올렸다. 그 다음 고등어를 꺼내서 면보에 물기를 짜낸 후 바로 불에 올렸다. 치이익 하는 소리가 맛있게 났다.

 

소리부터 맛있네.”

그렇죠.”

둘 다 고등어만 구울 거예요!”

 

밖에서 준재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거 안 다듬어요?”

기다려!”

 

태식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어제 재미있었어요?”

? .”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영화를 보는 거였는데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될지 몰랐다.

 

그 동안 왜 이 좋은 것을 하지 않고 지냈나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혼자서 바쁘게 지냈나 모르겠어요.”

그렇죠.”

 

태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장지우 씨에게 이 식당을 빨리 넘기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잖아. 내 말을 왜 안 들어?”

그쪽 때문에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요?”

?”

맛있는 냄새 난다.”

 

태식이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태식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대박.”

맛있겠지?”

.”

 

준재는 젓가락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유정이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살을 발라 준재에게 건넸다.

 

먹어봐.”

저부터 먹어도 돼요?”

그럼.”

 

지우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가 고등어를 입에 넣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기분이 좋았다.

 

이거 더 연마해서 우리 식당에 내도되겠죠?”

뭐 백반이니까요.”

 

태식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새로운 메뉴가 곧 하나 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뭔가 제대로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여기 생선은 없어요?”

? 죄송합니다. 아직 저희가 생선 메뉴가 없어요.”

봐봐. 없잖아.”

 

여자 손님은 남자 손님을 보며 눈을 흘겼다.

 

죄송해요.”

아닌데. 생선 냄새가 나는데.”

.”

 

지우는 놀라서 남자 손님을 쳐다봤다.

 

그게. 저희가 이제 고등어구이를 메뉴에 넣으려고 아침에 저희끼리 해서 먹었거든요. 그래서 냄새가 났구나. 죄송합니다.”

너는. 왜 그런 말을 해서.”

아닙니다.”

 

남자 손님은 지우의 사과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잠시 뭔가 고민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희가 다 먹지 못해서 아직 고등어가 남았거든요. 먹다 남은 걸 드리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 생선 구이도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드려도 될까요?”

?”

 

남자 손님은 여자 손님을 바라봤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우는 이들에게 고등어구이를 주고 싶었다.

 

그냥 드리는 거예요. 돈 받는 거 아니고.”

.”

 

남자 손님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주세요.”

 

여자 손님이 답을 줬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가지를 한 기분이었다.

 

 

 

고등어구이 아주 맛있었어요.”

정말요?”

.”

 

남자 손님은 밝은 표정을 지은 채 답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맛있었어요. 비린내도 하나 안 나고. 생선구이를 먹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요?”

아무래도 집에서 하면 냄새가 나죠.”

 

크게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안녕히 계세요.”

 

지우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 더 찾은 기분이었다.

 

 

 

그게 쉽지 않을 걸요?”

그래?”

 

준재의 대답에 지우는 볼을 부풀렸다. 생선을 구우려면 확실히 홀에서 전담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서빙하면서 계산하고. 이게 힘이 든데. 한 사람이 주방에만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렇게 잘 팔릴까요?”

잘 안 팔려도 보고 있어야 할 걸요?”

그래요?”

 

태식의 말에 지우는 미간을 모았다. 생선을 굽는다는 것은 다른 요리를 준비하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미리 구워놓고 그러면.”

비린내가 납니다.”

그렇구나.”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맛있는 걸 손님들하고 나누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까 정말로 좋아하셨어요. 집에서는 냄새가 나서 생선 구이를 잘 먹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좋다고요.”

후드를 잘 하면 냄새가 덜하지 않을까요?”

 

태식은 두 사람을 보고 입을 내밀었다.

 

일단 조금 더 고민을 해보죠.”

 

 

 

그러네. 집에서도 잘 안 먹네.”

그래?”

 

원종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그 손님의 말이 맞았다. 생선 구이는 그리 편한 음식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다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같은 곳에서 사니까. 냄새가 나고 그러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지.”

그렇구나.”

 

일단 새로운 메뉴를 해봐도 될 것 같았다.

 

너 이거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아.”

?”

 

원종의 말에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전에는 식당 일이라는 거. 뭔가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거든?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말이야.”

내가 그랬어?”

.”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장 자신을 많이 보는 원종이 그리 말을 하니 신기했다.

 

그랬구나.”

지금은 좋아 보여.”

그래?”

 

별 것 아닌 일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거였다. 그게 지금의 자신을 만드는 거였을 테니까.

 

그래서 어때 보여?”

좋아 보여.”

정말?”

. 정말.”

 

원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우가 구운 생선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그냥 하는 말 아니야?”

그냥 하는 말 아닙니다.”

 

원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언제 그냥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어?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말을 해서 너에게 스트레스지.”

그렇지.”

 

지우는 볼을 부풀리고 원종을 흘겨봤다.

 

뭔가 맛이 비었다는 말이나 하고 말이야.”

사실이니까.”

사실이래도.”

친구. 나는 모든 걸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거다. 장돼지. 내가 이렇게 나오는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 .”

 

지우는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원종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원종은 진짜 자신의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