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장. 태식의 고백
“고백을 했구나.”
“아저씨도 한 거 아니에요?”
“뭐.”
태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이 한 것은 제대로 된 고백 같은 게 아니었으니까.
“꼬맹이 과감해.”
“당연하죠.”
“뭐가 당연해?”
“사장님을 좋아하니까.”
준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며 입에 밥을 넣었다. 그런 준재를 보며 태식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꼬맹이 대단해.”
“뭐가요?”
“나는 그런 말 못 하겠거든.”
“왜요?”
“그러게.”
태식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아무 것도 아닌 말인데.
“혹시라도 거절을 당할까? 그게 겁이 나고 그러는 거지. 그게 겁이 나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무조건 사장님이 아저씨의 고백에 대해서 오케이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 그거 좀 아닌 거 같은데?”
“그러니까.”
준재의 지적에 태식은 혀를 살짝 내밀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씩 웃었다.
“그만 하자.”
“아저씨.”
준재는 태식은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유치한 거 알죠?”
“알아.”
태식은 준재의 머리를 가볍게 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머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저씨 같이 좋은 사람이 라이벌이 된다는 게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사장님에게 고백을 했으면 좋겠어요.”
“왜?”
“사장님이 좋아할 테니까.”
“어?”
“나 같은 사람보다 사장님 같은 사람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주면. 그걸 더 좋아하지 않겠어요?”
“뭐래?”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꼬맹이 네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도 어렴풋이 느낄 텐데?”
“아니요.”
“뭐가 아니야?”
“아저씨 좋은 사람이에요.”
준재는 힘을 주어 말하며 태식의 눈을 바라봤다.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 않거든요.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고 자꾸만 거짓말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 그게 아닌 것만으로도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꼬맹이.”
“그리고 아침부터 이러면 늦거든요?”
“그래. 알았어.”
준재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태식을 보고 밥그릇을 개수대에 넣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저 꼬맹이는 못 당하겠다니까.”
“죄송합니다. 저희 식당에서는 생선 구이가 한정된 수량으로만 준비가 되어서 소진되면 더 이상 판매가 어렵습니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손님이 버럭하자 준재와 태식은 그리를 쳐다봤다.
“여기 사장 어디 있어!”
“제가 사장입니다.”
“어린년이.”
태식이 나서려고 했지만 지우는 이전과 달랐다.
“그러게요. 어린 제가 여기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여러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원하시는 메뉴를 드시지 못해서 화가 나시더라도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 언성을 낮춰주세요.”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여기. 카메라들 보이세요?”
지우는 가게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리고 식당의 다른 손님들을 보며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분들은 소중한 고객이고 저를 위한 증언을 해줄 직원도 저기 둘이나 있어요. 욕은 자제하고 말씀하시죠.”
“뭐 이런 미친!”
손님이 손을 들자 지우는 그 손을 잡았다.
“뭐 하는 거야?”
“손님은 뭐 하시는 건데요?”
“뭐, 뭐야?”
“나가주세요.”
“뭐?”
“손님 같은 분에게는 음식을 서비스하지 않겠습니다. 나가주세요. 태식 씨! 준재 군. 여기 손님 나가신대요.”
“네.”
“알겠습니다.”
준재와 태식은 그대로 손님을 잡았다. 그리고 손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대로 식당 밖으로 쫓아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손님들은 그런 지우를 보며 박수를 쳤다. 지우는 혀를 살짝 내밀고 허리를 숙였다.
“아까 멋있었어요.”
“멋있기는.”
준재의 칭찬에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
“에이.”
“정말로.”
지우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지금 한낮이니까 괜찮은 거지. 남자랑 그런다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은 거거든. 정말 힘들어.”
“그러게요. 우리 진짜 태권도 다녀야 하나?”
“가자니까요.”
준재의 채근에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태식과 준재가 곁에 없는 상황도 생각해야 하는 그녀였다.
“이제 곧 형진이는 학교에 가겠네.”
“그렇죠.”
준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아직도 생각 없어?”
“네.”
준재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지우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쪽 볼을 부풀렸다.
“아직 네가 뭐 하고 싶은 건지 모르면 적어도 남들 다 하는 거는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안 그래?”
“남들 다 하는 거 하면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지 못하죠. 그건 뭔가 재미가 없는 일이니까요.”
“재미가 없어도.”
“장지우 씨야 말로 학교에 가는 게 어때요?”
태식의 말에 지우는 침을 삼키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왜요?”
“학교 포기한지 오래에요.”
“왜요?”
“내가 학교에 가느라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더 중요한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거죠.”
“에이.”
지우의 대답에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왜요?”
“장지우 씨. 아직 어린 나이에요. 아직 학교를 가도 되는 나이고.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요.”
“나는 이 식당을 하는 게 좋아요. 이 나이에 식당 주인이 되어서 이렇게 매출을 올리는 집이 많아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지우개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좋아요.”
“장지우 씨.”
“그만.”
준재는 태식이 더 말을 하려고 하자 그의 말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는 사장님에게 자꾸.”
“왜?”
“잠시만.”
지우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준재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나갔다가 올 수 있어?”
“네? 왜요?”
“아니 원종이가 뭐 이것저것 샀대.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들고 오기 힘들다고 너 좀 부르래.”
“왜 저요?”
“태식 씨는 나이가 좀 있어서?”
태식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준재는 이해를 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갈게.”
“아니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은 제가 가야죠. 나이가 많은 아저씨는 쉬세요.”
“야 꼬맹이.”
“아. 지우개 산책도 할게요.”
“응.”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준재에게 지우개 목줄을 챙겼다. 지우개는 익숙한 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뭘 사오려나.”
“장지우 씨는 식당 일이 좋아요?”
“네?”
갑작스러운 태식의 물음에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한 그녀였다.
“왜요?”
“장지우 씨가 지금 이대로 안주하는 것 같아서요.”
태식의 말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이제 식당 나에게 넘기라고요.”
“네?”
지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우의 당황스러움과 다르게 태식은 꽤나 덤덤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전에도 내가 이미 말을 한 것 같은데요?”
“그러긴 하지만.”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처음부터 태식이 이걸 바란다고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런 식은 아니죠. 제가 더 이상 운영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할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렇죠.”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걸 잊고 있는 거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이죠?”
“장지우 씨 그냥 이거 할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식당 주인으로 만족해요?”
지우는 물끄러미 태식을 응시했다. 태식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아주 어렴풋이 손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건가요?”
“내가 장지우 씨를 좋아하니까요?”
“됐어요.”
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농담 듣고 싶지 않아요.”
“농담이 아닙니다.”
“주태식 씨.”
“정말로 장지우 씨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지우 씨가 조금이라도 더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바라요.”
“뭐가 바른 건데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지금 주태식 씨가 하는 말은 내가 당신이 좋아할 수 있는 자격을 갖기에 부족하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거잖아요.”
“더 행복하라는 겁니다.”
지우는 입을 꾹 다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물을 한 잔 하고 태식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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