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장. 설렘
“꼬맹이 너 뭘 한 거야?”
“뭐가요?”
“장지우 씨가 하루 종일 이상하잖아.”
태식의 말에 그제야 준재는 지우가 있는 쪽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요.”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준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장지우 씨가 왜 저래?”
“저도 모르죠.”
준재는 이렇게 말을 하고 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장지우 씨 오늘 왜 그래요?”
“네?”
지우는 놀란 눈을 하고 태식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침에 꼬맹이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요.”
준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 일단 새로 직원을 뽑기는 해야 할 거 같아요. 손님이 줄어드는 거 같으면서도 늘어나니까요.”
“뭐. 그렇기는 하죠.”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생선 메뉴를 좋아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잘 나갈 줄 알았으면 생선도 낼 걸 그랬어요.”
“엄마도 백반에 생선을 내곤 했었는데 이상하게 그때보다 더 잘 나가는 거 같아요. 이유가 뭐지?”
“냄새가 안 나잖아요.”
“어?”
준재의 말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답이었다. 지금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게 답이었다.
“그렇구나.”
“사장님.”
“어?”
“왜 이러실까?”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지우는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선 더 사올게.”
“아침에 스무 마리만 굽고 말기로 했잖아요.”
“더 팔릴 거 같아서요.”
“장지우 씨!”
지우가 그대로 나가버리자 태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야?”
“생선을 더 가지러 왔어?”
“네. 다 팔려서요. 이렇게 잘 팔릴 줄 몰랐어요. 돈 벌어서 굽는 거 사면. 새 걸로 사서 드릴게요.”
“아유.”
생선 가게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한 동네 장사가 이렇게 잘 되면 좋은 거지. 지우네 가게가 잘 되고 나서. 이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 거 알아?”
“그래요?”
“그럼.”
“맞아.”
옆집 과일 가게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모르겠어. 지우개 식당 하나로 이럴 줄이야.”
“아.”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말들이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이곳이 달라진다는 거니까.
“그나저나 우리 지우는 연애 안 하나?”
“연애는 무슨요.”
“가게에 두 남자 일하는 거. 그거 신랑감들 아니야?”
“맞네.”
“아니에요.”
지우는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두 사람 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저는 이렇게 뚱뚱한데요.”
“누가 너보고 뚱뚱하대.”
“네?”
갑자기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언성을 높이자 지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줌마가 네가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 너 하나도 안 뚱뚱해. 너 예쁘기만 해.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오는 남자 막고 있는 거면 절대로 그런 생각 하지 말아. 요즘 것들 그냥 빼싹 마르기만 해서 아무 소용도 없다.”
“맞아.”
과일 가게 아주머니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너 지금도 너무 예뻐. 그 나이에 그렇게 통통하고 그래야 예쁜 거지.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고맙습니다.”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에게서 이렇게 응원의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었다.
“갈 거죠?”
“아니.”
준재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나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네.”
준재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야?”
“네?”
지우의 반문에 준재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우는 재빨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내일 봐요.”
“내일 뵙겠습니다.”
“들어갈게요.”
두 사람이 나가고 지우개가 들어왔다. 지우는 문을 닫고 불을 껐다. 여덟 시. 오늘은 조금 늦게 끝났다. 원종도 오지 못한다고 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거였다.
“지우개 산책 갈래?”
지우개가 꼬리를 흔들었다.
“내가 예쁘다고?”
지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이렇게 진지하게 해준 적이 없는 말이었다.
“정준재 도대체 뭐야?”
하여간 사람 마음을 이상하게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순간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왜 걔 생각만 나?”
지우는 눈을 깜빡였다.
“주태식 씨 생각이 안 나네.”
지우는 숨을 내뱉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지. 묘한 기분이었다.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이게 도대체 뭐냐고?”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 지금 뭐하는 거야?”
지우개가 지우를 올려봤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지우개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심장이 미친 듯 뛰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나 미쳤나봐.”
“꼬맹이 너 장지우 씨에게 뭐라고 한 거야?”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맥주를 마시던 태식이 씻고 나오던 자신에게 묻자 준재는 까칠하게 대답했다. 그런 준재의 대꾸에 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 그렇게 유치하게 나오면 안 되는 거지. 그래도 내가 네 보호자인데 그 정도는 들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저씨가 지금 제 보호자로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 라이벌로 들으려고 하니까 그러죠.”
“빙고.”
태식이 손가락을 튕기며 자신을 가리키자 준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 하지 않을 거예요.”
“왜?”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요? 그러다가 괜히 사장님에 대해서 아저씨가 이상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나 그런 거 절대로 원하지 않아요.”
“치사해.”
“하나도 안 치사해요.”
준재는 단호히 말하며 물을 꺼냈다.
“마시지 마.”
“에?”
“마시지 말라고.”
“치사해.”
“나 치사해.”
태식의 말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준재가 다시 물을 넣으려고 하자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마셔.”
“노총각 콤플렉스에요?”
“뭐래?”
“아저씨 정도면 노총각 아닌가?”
“아니야.”
태식은 힘주어 말하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태식의 앞에 앉았다.
“좋아한다고 고백했어요.”
“어?”
“아저씨가 자꾸만 사장님 곁에 있으면 그 말을 할 시간을 얻기가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백했어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준재가 고백을 했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울림 같은 것을 줬다.
'☆ 소설 창고 > 지우개 식당[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5장. 지우의 고민 1] (0) | 2017.04.17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54장. 태식의 고백] (0) | 2017.04.13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2장. 데이트 2] (0) | 2017.04.10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1장. 데이트 1] (0) | 2017.04.07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0장. 고등어구이 2] (0) | 2017.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