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5장. 지우의 고민 1]

권정선재 2017. 4. 17. 22:21

55. 지우의 고민 1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거라고요?”

.”

 

지우의 물음에 태식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지우 씨가 조금이라도 더 바르게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아니라고요.”

장지우 씨.”

도대체 왜 내가 식당을 그만 둬야 하는 건데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 장소는 너무나도 소중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장소였다.

 

이곳이 없으면 나는 장지우가 아니에요.”

이곳이 아니라도 장지우 씨는 장지우 씨일 수 있습니다. 지금 식당이라는 공간에 매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잖아요. 정말 이런 것만 해도 괜찮은 겁니까? 이대로 머물러도 돼요?”

.”

 

지우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마요?”

내가 장지우 씨를 도와서 이 식당 운영을 시작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장지우 씨가 이곳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거요.”

나는 지금 자유로워요.”

아니요.”

 

태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우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릴 적 꿈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꿈이라고요?”

 

태식의 말은 아주 낯선 단어였다. 꿈이라는 것. 지우가 한참이나 잊고 지낸. 아니 한 번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게 꼭 있어야 하나요?”

당연하죠.”

왜요?”

왜라니.”

 

지우의 말에 태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는데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해요.”

장지우 씨. 말을 들어요.”

아니요. 그리고 주태식 씨 이럴 거라면 더 이상 식당에 오지 마요. 나 더 이상 주태식 씨를 보고 싶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러지 마요.”

아니요.”

 

지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 지금 해야 할 거 같아. 나 이제야 겨우 식당이라는 곳. 이곳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이제야 겨우 엄마가 뭘 원하는지.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해할 거 같거든요.”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요?”

이건 장지우 씨의 삶이 아니니까요.”

 

태식의 말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고 혀로 입술을 적신 후 고개를 저었다.

 

장지우 씨. 이 식당은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거잖아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엄마가요? 무슨.”

나중에 장지우 씨가 이 식당에 얽매이지 않게 해달라고. 자유로울 수 있게 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요.”

아니요.”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지우개 식당은 자신이 지킬 거였다.

 

나는 이곳에 있을 거예요.”

장지우 씨. 제발.”

이런 선택도 있다고요.”

 

지우는 고함을 질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원종과 준재가 놀란 눈으로 식당으로 들어왔다.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나가요.”

장지우 씨.”

나가라고요!”

 

태식이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원종이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준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우개가 지우에게 와서 그녀의 손끝을 핥았다. 지우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지우개.”

 

 

 

무슨 일입니까?”

식당을 그만 두라고 했어요.”

또 그 소리에요?”

 

원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은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이게 장지우 씨를 위한 거니까요.”

아니요.”

 

태식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원종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태식을 응시했다.

 

지우가 지금 식당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하잖아요. 나도 지우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거 본지 오래에요.”

정말 이게 장지우 씨를 위한 거라고 생각합니까?”

.”

 

태식의 물음에 원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지우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니요.”

 

태식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원종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태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요.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알고 있고. 또 지우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친구로 너무 고마운 사람이죠.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그쪽은 정말로 지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지우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몰라요.”

제가 뭘 모른다는 겁니까?”

전부 다요.”

 

태식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원종을 응시하고 고개를 한 번 크게 흔들고는 돌아섰다. 원종은 그런 태식을 잡으려고 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렸다.

 

 

 

원종이 아저씨가 케이크를 사왔어요. 이게 요즘 대세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오믈렛 형태로 해서.”

너도 내가 그만 뒀으면 좋겠어?”

 

지우의 물음에 준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죠.”

뭘 몰라?”

그건 사장님이 결정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떤데?”

몰라요.”

 

준재의 말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준재의 말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반대로 고마운 말이었다.

 

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어. 그런데 자꾸만 주태식 씨가 내가 뭔가를 하기 바라니까. 정말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는 건가? 내가 정말 그렇게 멍청한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사장님 멍청하지 않아요.”

거짓말.”

적어도 저 보다는 똑똑할 걸요?”

 

준재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자 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는 입을 막았다. 준재는 그런 지우를 보고 씩 웃었다.

 

그렇게 웃으면 되는 거죠.”

싫어.”

왜요?”

네가 이상하게 볼 테니까.”

아니요.”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은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알아요?”

내가?”

. 엄청요.”

나 생각 없어.”

많아요.”

 

준재는 이 말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원종이 사온 케이크를 가지고 지우의 앞에 앉았다.

 

사장님이 어떤 선택을 하건 저는 사장님의 선택을 응원할 거예요. 전에도 이미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다른 걱정은 하지 마세요. 사장님이 내리는 결정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장님을 위한 것일 테니까요.”

 

지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준재의 말이 옳았다. 이건 자신이 해야 하는 고민이었다. 식당의 운영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거야?”

?”

 

원종이 불쑥 말을 걸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들었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미안. 돌아가.”

돌아가기는.”

 

원종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장돼지 네가 이렇게 바보처럼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갈 수가 있어? 못 돌아가지.”

어머니 걱정하셔.”

나는 네가 걱정이다.”

뭐래?”

 

지우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원종에게까지 너무 많은 걱정을 건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돌아가도 괜찮아.”

나한테 말해도 괜찮아.”

?”

나한테 고민을 털어놔도 괜찮다고.”

 

원종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장지우 네가 나를 무시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나 생각보다 남의 고민 같은 거 잘 들어주는 놈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무슨 걱정이나 그런 거 있으면 나에게 틀어놔. 그게 옳은 거니까.”

모르겠어.”

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어.”

?”

나도 내 미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너만 모르는 거 아니야. 길을 걷는 사람들 다 물어봐. 다들 모를 걸?”

 

원종의 말에 지우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고마운 말이었다. 모든 사람이 다 고민하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게 고마웠다.

 

그래?”

당연하지.”

그렇구나.”

장지우.”

 

지우는 원종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네가 뭘 내리건 나는 너를 응원해.”

아무 것도 모르겠어서 그래.”

그 상황에서 내리면 되는 거야.”

?”

 

지우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결정을 내리라는 거지?

 

그러다가 틀리면?”

어때?”

틀려도 된다고?”

틀린 줄 모르잖아.”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틀린 줄 모른다는 말. 원종의 말이 너무 고마웠다. 틀린 줄 알 수 없는 거였다.

 

사람들은 살면서 모두 어떤 결정을 내려. 그리고 그 결정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걸 후회하는 건 결국 자신이야. 하지만 그걸 후회할 수는 없어. 다른 거 하나를 선택할까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드는 건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지.”

 

지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살짝 헛기침을 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그게 사실일 거였다. 그리고 자신이 오롯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거였다.

 

무서워.”

뭐가 무서운 건데?”

돌이키고 싶을까봐.”

그렇지 않을 거야.”

 

원종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결정을 내리건 그건 반짝거릴 테니까.”

뭐야.”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원종의 말은 그녀에게 어떤 힘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