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새로운 섬 1
“정말 나쁜 사람이 맞다고요.”
“아직 모르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새로운 섬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과 한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이었다.
“우리들이 이 섬에서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요? 그때 배를 가지고 나타난 사람이 바로 임길석 씨입니다.”
길석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일단 여기 대표가 누구죠.”
“대표?”
“그래야 얘기를 하죠.”
“내가 나서지.”
길석이 음흉한 눈빛으로 앞으로 나섰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쪽은 뒤늦게 합류한 사람이잖아요. 처음부터 이 섬에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 말을 들을 거예요.”
“그건 모르지.”
“듣죠.”
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비행기에는 기장님과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이 넷. 일반 승객이 스물세 명이 있었습니다. 기장님과 부기장님은 바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무원은 저희 셋만 남았습니다.”
윤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지아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승객들은 여기에 있는 강지아 씨와 이윤태 씨. 그리고 다른 분들이 일곱 분 더 생존해 계십니다.”
어차피 들통이 날 거짓말을 왜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지아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군요.”
“저희 섬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량이 부족해졌고. 그래서 저희들이 이리 오게 된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쪽 이름은?”
“아.”
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문도혁입니다.”
“문도혁.”
“자세한 소개들은 내일 하죠.”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기쁨의 물음에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모든 정보를 저들에게 너무 쉽게 주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다들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죠.”
“임길석 씨는.”
“우리를 떠나고 열흘 넘게 지났습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들이 할 말은 없죠.”
“그건 그렇지만.”
“됐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들이 걱정한다고 해서 이것이 풀리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일단 이 섬에 온 거고요. 전화기는요?”
“아. 맞다.”
지웅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켜서 전원을 켰다. 그리고 기다림. 휴대전화의 액정이 밝아지고 잠시 후 로밍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미국?”
“미국인 거죠. 여기가?”
“미국령인 건가봐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섬이었다. 하지만 일단 미국령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지아는 지웅에게서 휴대전화를 받아서 구글 맵을 열었다. 그리고 곧 이곳의 위치를 파악하고 고개를 저었다.
“바다네요.”
“알고 있죠.”
“아니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지웅에게 그것을 건넸다.
“아무 것도 없어요.”
“네?”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섬처럼 보이는 게 없다고요. 그냥 바다에요. 바다. 아무 것도 없는 바다.”
“바다라니.”
지웅은 화면을 확인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구조가 되기 더 어려운 환경일 수도 있었다.
“일단 여기는 이게 터지는 거잖아요.”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일단 꺼요. 그리고 그거 저에게 주세요.”
“왜?”
“그들이 가져가지 못하게 챙겨놓게요.”
지웅은 잠시 망설이다가 지아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우리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세연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래도 불안하잖아요.”
“뭐가?”
“아니.”
“그럴 거 없어.”
세연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지아는 세연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였다.
“오히려 이 섬이 무인도인 편보다 낫잖아.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는 거고.”
“그렇지만.”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다면 그걸로 다행인 거야. 이 섬이 오히려 아무 것도 없는 섬이었다면 그게 더 막막할 거였어. 하지만 적어도 그렇지 않다는 것은 된 거니까. 이걸로 된 거지.”
“그래요.”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아를 향해서 몸을 돌려 모로 누웠다. 지아는 가만히 세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아요?”
“되죠.”
시안의 물음에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니까요.”
“가장 낫다.”
시안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닐 걸요.”
“라시안.”
“언니도 알아야지.”
“뭘?”
시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우리 다 죽을 수 있다는 걸.”
“뭘?”
“사실이잖아.”
시안의 말에 시인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소 쌀쌀한 분위기가 그들 사이에서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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