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새로운 섬 3
“아들.”
대통령은 아들의 사진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여보.”
“부인.”
“정말이에요?”
영부인은 평소에는 집무실에 잘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찾았습니다.”
“그렇군요.”
영부인의 표정에 대통령은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건.”
“알고 있었어요.”
“뭐라고요?”
“어머니께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영부인의 대답에 대통령은 멍해졌다. 그 동안 아내를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을 하던 그였다.
“그런데 왜 그 동안 말을 하지 않았소? 당신이 알고 있다고. 당신이 이미 그걸 알고 있다고.”
“그걸 말을 할 이유가 있나요?”
“그게 무슨?”
“당신이 그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올까 무서웠어요.”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 사고가 났겠죠.”
“부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도 집으로 오는 것은 반대였다.
“그 아이의 엄마가 있었어요. 그 동안은 그 사람이 아이를 잘 키웠는데. 이제 그 사람이 사라졌어.”
“꼭 찾아요.”
“응?”
“그리고 집으로 데리고 와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후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 아이.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해요.”
“하지만.”
“그리고 안 데리고 오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당신이 이미 전국민에게 당신의 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는다면 다들 내 욕을 하고 뭐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요.”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다가와서 그의 넥타이를 만지고 씩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그의 뺨을 만졌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고마워요.”
“그래도 실망이에요.”
“응?”
“나는 당신이 나에게 언제 진실을 말해줄까.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도 말을 하지 않고.”
“그건.”
“알아요.”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영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쉽지 않았겠지. 세상에 자신의 아들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아내에게 할 사람이 또 어디에 있어?”
“미안해요.”
“당신 어머니에게 고마워해요.”
“응?”
“평생 미안하다 하셨어.”
“어머니가?”
“그럼.”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손을 내리고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정신이 아니면서도 내 손을 잡고 그러더라고요. 우리 재식이 잘못이 아니다. 우리 재식이 잘못이 아니야. 그더라고요.”
“그러셨나?”
대통령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모친이 정신을 놓으면서까지 그런 말을 할 것을 할 줄은 몰랐던 그였다.
“그렇구먼.”
“그러니 꼭 찾아요.”
“그래.”
“우리 애도 형이 생겼다고 아주 좋아해.”
영부인의 말에 대통령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찾겠소.”
“그래요.”
영부인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허리를 꼭 안았다. 대통령도 그런 영부인을 꽉 안았다. 순간 영부인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이 몸을 떨어뜨릴 때 영부인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있었다.
“그래도 왔네요.”
“그러게요.”
윤태의 물음에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애초에 다른 섬으로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신기한 일이에요.”
“위험하긴 하죠.”
“그렇죠.”
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길석이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 사람이라니.”
“위험하죠.”
재율은 한 마디 보탰다.
“그 말도 안 되는 인간이라니.”
“그러게.”
“그래도 다행입니다.”
“네?”
“안 죽었으니까요.”
지웅의 말에 모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지만 현실일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면 그 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거잖아요.”
“그런 건가요?”
“그렇죠.”
지웅이 순순히 대답하자 시우는 입을 내밀었다.
“그런 거군요.”
“적어도 우리가 이 섬에서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그 섬에 가지 못한다는 거. 그거 그 섬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다는 걸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만 불안하게 느껴도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윤한은 텐트를 보며 입을 내밀었다.
“너무 작잖아요.”
“어쩔 수 없죠.”
“사무장님은 사람이 너무 좋아요.”
“그렇습니까?”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떄로는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보다는 마냥 사람이 좋은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들이 이 섬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입니다. 그 섬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요.”
“그렇죠.”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도가 꽤 심했어요.”
“그러게요.”
윤한은 가볍게 몸서리까지 쳤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바다는 거칠고 또 거칠었다.
“옆에 있는 섬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거리도 멀 줄 몰랐고. 정말 우리 큰일이 날 뻔 했어요.”
“큰일은.”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죠.”
“에이.”
“에?”
“자기 너무 막 하는 거 아니야? 형이 말을 하면 뭔가 좀 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파도가 심했어요.”
“형이요?”
윤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순간에서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금 형 대접을 받고 싶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됐습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치면 내가 가장 먼저 형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겁니까?”
“맞네.”
윤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저는 벌써 형이라고 부르는데요?”
“뭐라고요?”
그때 재율의 말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맞죠? 형.”
“뭐.”
지웅은 이를 드러내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꾸 사무장님. 사무장님 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여기는 기내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듣는 게. 그리고 평범한 승객 입장에서 직급으로 부르는 게. 보통 캐빈 크루. 뭐 그냥 승무원이라고 하니까요.”
“그래도요.”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형이라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경계 가득한 표정은 짓지 마요.”
“누가 뭐래요?”
“뭐.”
“지금 다 그런 표정이었는데.”
재율의 말에 두 사람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형이라고 부를게요.”
시우는 밝게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그 동안 누나 둘만 있어서 형이 있는 애들이 부러웠거든요. 그리고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것도 인연인데 계속 만나게 될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저도 이제부터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뭐. 부르고 싶다면야.”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한과 윤태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입을 내밀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형이라고 부르죠.”
“오케이.”
두 사람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이윤태 씨도 권윤한 씨에게 형이라고 하죠.”
“네?”
“그게 맞잖아요. 시우 씨가 제일 어리고. 그 다음이 재율 군. 그리고 윤태 씨 윤한 씨 순이니까요.”
“뭐.”
윤태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멍청한 사람에게 형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형이라고 불러드리죠.”
“그게 뭐요?”
“됐습니다.”
윤한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된 거예요.”
“형님이 그러시다면야.”
“그렇지.”
지웅이 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시간들이 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들 입조심.”
“네.”
“그럼요.”
다들 입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했다.
“저기에는 임길석 씨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러니 조심해요.”
“네.”
지웅의 표정은 어두웠다.
“임길석 씨가 죽지 않았다는 거. 그리고 이 섬에서 봤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처럼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이 섬의 사람들도 모르니까요.”
“그렇죠. 그러니 우리는 더 뭉쳐야죠.”
다섯 남자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석은 거꾸로 그들이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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