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새로운 섬 2
“언니는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뭐가?”
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지금 위험해.”
“뭐가 위험한 건데?”
시인도 시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아와 세연, 그리고 기쁨과 진아 나라까지.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이건 아니지. 지금 우리가 이 섬에 와서 무슨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데? 그리고 한기쁨 씨는?”
갑자기 말의 방향이 자신에게 오자 기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왜?”
“남편을 죽인 사람이 저기에 있잖아요.”
“야!”
“안 그렇겠냐고!”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저 미친 새끼가 살아있을 거라면. 그럴 거라면 이 섬에 오지 않았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하는 거라고.”
“그만 둬.”
“뭘 그만 둬?”
“라시안.”
“됐어.”
시안은 머리를 헝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 섬은 너무 위험했다.
“돌아가.”
“뭐라고?”
“다시 돌아가자고.”
“안 돼요.”
지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겨울이라서 다시 이안류가 시작이 되었어요.”
지아의 말에 시안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쳐다보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아까 그 생각을 했어요. 이럴 바에야 돌아가자. 돌아가자. 그게 낫겠다. 그런데 바다가 돌아갔어요.”
“그게 무슨?”
“방법이 없어요.”
지아의 대답에 시안은 이마를 짚었다.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 다른 섬으로 함부로 가는 거. 이거 너무 위험하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 불편한 거 안 보여?”
“언니 눈에 나는 안 보이니?”
“뭐?”
“됐어요.”
세연은 자매를 말리려고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런 말을 해서 뭐할 건데요? 그래도 이 섬에 무사히 온 거잖아요. 그럼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
“라시안. 너 정말.”
“우리가 다 죽으면 저 여자 탓이야.”
시안이 자신을 가리키자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거잖아. 그 섬에서 문제가 없던 거 이렇게 한 거잖아.”
“말씀이 심하시네요.”
듣고 있던 나라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그 동안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신 건데요? 왜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듣고 있던 건데요?”
“뭐라고요?”
“그쪽이 생리 때문에 죽어갈 때. 그때 나선 거 강지아 씨에요. 강지아 씨 아니면 어떻게 할 거였는데요? 임길석 씨를 쫓아준 것도 이 사람이고요.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요?”
“무슨?”
“맞아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나는 강지아 씨에게 고마워요.”
“한기쁨 씨.”
“괜찮아요.”
지아가 자신을 부르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할 때. 그때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해준 사람이 바로 강지아 씨에요.”
“이게 무슨?”
시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다들 자신만 문제가 있다는 눈으로 보는 거였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들 이 여자 말을 듣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을 한다고요?”
“그래.”
시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너무 고마웠다. 지아가 아니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우리 다 죽었을 거야. 강지아 씨가 없으면. 남자보다도 더 멋지게 모든 것을 해준 사람이잖아.”
“언니. 애초에 이 여자가 아니었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거 모르는 거야? 게다가 이 여자 지금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어. 그 섬에 아무도 없다고. 그렇게 말을 했다고.”
“그건 그래야만 했어요.”
“왜요?”
“그래야 우리가 한 달 후에 그리로 돌아가죠.”
지아의 말은 어떤 울림이 있었다. 모두 당황한 눈으로 지아를 쳐다봤다. 지아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도 결국 무인도에요.”
“그걸 어떻게 알죠?”
“무인도가 아니라면 이 사람들이 있을까요?”
지아의 말에 다들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아의 말이 옳았다. 무인도가 아니라면 이들은 없을 거였다.
“이 사람들이 여기에 남아있다는 거. 그거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예요. 우리의 방법으로.”
“그게 무슨?”
“그리고 여기에서 메시지도 받았어요. 문자가 받았다는 기록만 있으면. 수신이 있으면 분명히 확인을 할 거예요.”
지아의 단호한 말에 시안은 침을 삼켰다.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륾 믿어요. 적어도 그 나라라면. 그 나라라면 우리를 구하려고 할 거예요.”
“무슨?”
시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라시안.”
“진작 왔어야죠.”
“증거가 없잖아요.”
“무슨 증거요?”
“아까 봤잖아요. 구글에 아무 것도 뜨지 않는 거. 우리는 지금 바다 한 가운데에 있어요. 누구도 여기에 섬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요. 그런데 이 섬에 누군가가 온다고요?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우리 중 한 사람 전화기로 수신이 되었어요. 그 이야기는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그건.”
“그러니까. 된다고요.”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아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그녀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다들 자신을 너무나도 차가운 눈으로 보고 있기에 더욱 당황스러운 그녀였다.
“다들 나한테 왜 그래?”
“네가 이상해서 그래.”
“내가 뭐?”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지금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다고. 너는 그런 사람을 자꾸만 몰아가는 거야.”
“그럼 누구 탓인 건데?”
“누구 탓도 아니에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섬에 누가 있을 줄 누가 알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이 섬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일단 하나의 선택지는 지워진 거예요. 어떤 커다란 땅의 끝이라는 거. 그리고 거꾸로 안전할 수도 있죠.”
“안전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원주민의 땅이 아니잖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곳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원주민의 땅이라면.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거 알고 있죠?”
“그건.”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둬.”
“언니.”
“다들 피곤해.”
시안은 그제야 사람들을 쳐다봤다. 다들 지쳐서 아무 말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그제야 보였다.
“다들 쉬어야 해. 네가 그런데 자꾸만 이 사람들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어. 그러니 쉬게 해줘.”
“그래.”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물러나야만 하는 거였다.
“대신 앞으로 나대지 마요.”
“라시안.”
“이 대답은 들어야겠어.”
“아니.”
시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자격 없어. 우리는 물을 자격이 없어.”
“왜 없어? 왜 없는 건데. 우리에게 있어. 그럴 자격.”
“앞으로도 나댈 거예요.”
지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거든요.”
“뭐라고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죽어요. 우리는 살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더 나대고 또 나댈 거예요.”
“그게 무슨.”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헛기침을 했다.
“그럼 다들 잘까요?”
지아가 먼저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세연이 눕고, 그 뒤를 따라 기쁨이 누웠다. 나라와 진아는 서로를 본 채로 누웠다. 그리고 시인은 시안을 보고 숨을 한 번 크게 쉰 후 자리에 누웠다.
“다들 뭐야? 뭐 하자는 거야?”
“너도 누워.”
“다 말할 거야.”
“뭘?”
“생존자가 있다는 거.”
시인은 그 순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시안의 뺨을 세게 때렸다.
“언니!”
“너 그러면 내가 너 가만히 안 둬.”
“무슨 자격으로!”
“네가 그러면 시우도 죽어.”
시인의 말에 순간 시안이 굳었다.
“시우가 위험한 일. 그거 만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 함부로 나대지 마. 시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너 가만히 안 둘 거니까.”
시인은 이 말을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시안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뒤돌아 누웠다.
“이게 흔적인 거죠?”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SOS 명확한 거죠?”
“예.”
“좋습니다.”
이걸로 된 거였다.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그들이 더 이상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가죠.”
“하지만 예산은?”
“그냥 처리하세요.”
“대통령님.”
수석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 증거입니다. 국민들도 이것을 보고 믿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당장 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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