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4장. 임길석 1]

권정선재 2017. 4. 17. 22:35

4. 임길석 1

괜찮으십니까?”

미친!”

 

비서의 물음에 그대로 영부인은 뺨을 때렸다.

 

너 뭐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여기로 데리고 왔는데 그거 하나 몰라.”

죄송합니다.”

 

영부인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내가 그 사람 하나 보고 지금 버틴 줄 알아? 아니야. 영부인 하려고 버틴 거야. 이 나라가 여자는 원하지 않으니까. 어떤 멍청한 년이 여자 대통령 소리만 나오면 치를 떠니까 내가 영부인을 한 거라고.”

죄송합니다.”

그런데 뭐?”

 

영부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감히 나를 두고 그런 장난을 치는 사람을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용서를 하고 봐주고 있었다는 게.”

죄송합니다.”

먼저 찾아야 해.”

 

영부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아버지 쪽 사람들을 만나지.”

?”

 

비서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내가 그 동안 잘 닦아놓은 사람들이야. 반질반질 윤이 날 거야. 그 사람들을 내가 만나야겠어.”

알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숙였다. 영부인은 팔짱을 끼고 기다란 손톱으로 가만히 억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나를 속였으면 그 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겠지. 설마 아무 생각도 없이 나를 속이려고 들겠어.”

.”

얼른 가서 연락을 해.”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영부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아주 재미있을 거 같아.”

 

영부인은 낮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위험한 사람들입니까?”

그렇대도.”

 

도혁의 물음에 길석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못 믿는 겐가?”

아닙니다.”

 

길석의 반문에 도혁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길석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이미 위험했을 거였다.

 

아저씨가 오시지 않았으면 우리 모두 다 위험했어요.”

그렇지.”

아저씨가 그 배를 가지고 오지 않으셨으면. 모두 큰일이 났을 겁니다. 그래서 모두 감사하게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길석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놈들은.”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나를 내쫓았네.”

내쫓다니.”

 

길석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굳었다.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위험한 놈들이야.”

그렇습니까?”

아주 나쁜 놈들이지.”

 

길석의 눈이 순간 서늘하게 빛났다.

 

 

 

이곳에 온 이유가 뭡니까?”

살려고요.”

 

지아의 덤덤한 대답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우리가 있는 섬에서는 아무 것도 지나가지 않았거든요. 비행기도 지나가지 않고 배도 지나가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 다른 섬으로 와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해서 오게 된 거예요.”

그게 무슨?”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그 이유로 왔다고요?”

.”

말도 안 되는 거 모릅니까?”

뭐가요?”

당신들이 온 곳은 파도가 아주 거칩니다.”

 

도혁의 말에 지아는 전날 자신들이 도착했던 바다를 쳐다봤다. 그의 말처럼 파도는 아주 거칠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무슨 문제가 되느냐니.”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럼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겁니까?”

파도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어차피 그 섬에 있어서 죽나 이 섬에 와서 죽으나 그게 마찬가지이니까요.”

거짓말.”

 

그때 도혁의 뒤로 온 길석이 단호히 말했다.

 

그 섬에서 왜 죽어?”

무슨 말이죠?”

먹을 게 그리 넘쳐나는데.”

뭐라고요?”

 

길석의 말에 도혁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 섬은 먹을 게 넘친다고요?”

그렇다네.”

 

길석의 대답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먹을 것이 가득한 섬. 그곳은 모두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런 곳에서.”

아무도 모를 일이지. 다만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될 거야. 저 여자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머리가 좋아요?”

그래. 머리가 좋아.”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지금 너무나도 제대로 길석을 믿고 있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단 저랑 단 둘이 이야기하시죠.”

안 돼.”

 

지아가 도혁을 보고 말을 하자 길석이 앞을 막아섰다.

 

그게 무슨?”

제가 하죠.”

 

그러자 도혁을 두고 다른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사내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정태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강지아라고 합니다.”

 

지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태욱의 손을 잡았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길석의 말에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태욱이 녀석이 얼마나 영리한 녀석인지는 아저씨도 알고 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믿으면 되는 거고.”

아니.”

 

길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는 뱀이야.”

?”

얼마나 영리한 여자인데. 아마 그 새치 혀로 그 녀석을 모두 다 꾀어내고도 남을 수 있는 재주를 지녔어.”

 

길석의 유난히 날이 선 반응에 도혁은 묘한 반응을 보였다. 단 한 번도 길석이 보인 적이 없던 모습이었다.

 

아저씨를 보면 무슨 원수라도 진 거 같아요.”

원수지?”

하지만.”

나를 내쫓았어.”

뭐 그렇죠.”

 

도혁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정도 이유만을 가지고 무조건 적대시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야 한다는 거. 그거 우리들보다 아저씨가 더 잘 아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생존 전문가라면서요.”

.”

여자들 쑥도 가져다주시고. 고마웠어요.”

그렇지.”

 

길석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먹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거야.”

 

 

 

이 섬에 왜 온 겁니까?”

살려고요.”

 

태욱의 날이 선 물음에 지아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우리는 그저 살기 위해서 여기에 온 거예요.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요. 다른 이유는 없으니까.”

다른 이유가 없다니.”

 

태욱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지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름이?”

강지아요.”

아 맞다.”

 

태욱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임길석 씨가 우리의 무리로 들어온지 일주일도 넘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 사람은 온갖 것을 우리에게 해줬고요. 배까지 가지고 왔어요. 우리의 편인 거죠.”

고작 일주일이요?”

고작이라뇨.”

너무 짧아요.”

아니요.”

 

지아의 반문에 태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 기간은 누군가를 신뢰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미 식량도 우리에게 가지고 왔고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뭡니까?”

뭐가요?”

그 경계심.”

 

태욱의 눈빛이 순식간에 묘하게 변했다.

 

뭔가 경계를 품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됐습니다.”

 

윤태가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건 우리가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마 그쪽은 임길석 씨에게 믿음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게 어떤 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만 바보가 될 테니까요.”

나는 들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태욱은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윤태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정태욱입니다.”

 

윤태는 그 손을 잠시 보더니 마지못해 잡았다.

 

이윤태입니다.”

여기에 이윤태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뭐라고요?”

망나니 스타.”

 

윤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이죠?”

 

하지만 지아가 빨랐다.

 

아니.”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 너무 우스운 일 아니에요? 같은 생존자들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쪽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

 

태욱은 두 사람을 보더니 입맛을 다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양손을 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태욱은 곧바로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래서 임길석 씨는 왜 싫어하는 겁니까?”

그게 왜 중요하죠?”

왜 중요한가.”

 

태욱은 아랫입술을 물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도 그 사람이 싫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