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1장. 섬의 사람들 2]

권정선재 2017. 4. 22. 07:00

11. 섬의 사람들 2

그래서 네 누나 말이 맞아?”

? .”

그래?”

 

영부인은 영식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왜요?”

내가 학교에 가지 않은지 꽤나 오래된 거 같아서. 네가 나중에 그 학교의 주인이 될 사람이야. 그런데 도대체 그 학교 사람들은 주인이 될 아이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주는 게 없어. 안 그러니?”

엄마.”

뭐가?”

 

영식이 미간을 모으자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 엄마는 말이야. 아들을 위해서 다 해줄 거야. 네 누나는 뭐 해줘봐야 딸이잖니? 안 그래?”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다 줬잖아.”

아니란다.”

 

영부인은 낮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네 외할아버지도 네 외삼촌들에게 다 주고 싶어했단다.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니.”

그래?”

그러니까. 아들도 잘 해. 네 누나가 엄마를 닮아서 아주 머리가 좋아. 네가 똑바로 하지 않으면 다 누나가 가질 걸?”

그거 상관 없어요.”

 

영식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대답하자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 엄마 말 들어.”

엄마.”

핸드폰 집어 넣고.”

 

영부인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영식은 긴장된 표정을 하며 휴대전화를 끄고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학교에 가.”

하지만.”

가서 더 당당히 굴어.”

 

영부인은 서늘하게 웃었다.

 

나중에 다 네 밑에 있을 애들이야. 선생들이 고깝게 굴면 거기에 대고 그냥 한 번 웃어줘. 너는 그 학원 재단의 손자야. 그리고 이사장의 아들이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다 무시해도 좋아.”

 

영부인의 여유로운 표정에 영식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너야 말로 왜 이래?”

 

지웅은 재율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에 모든 게 다 망쳐질 수도 있어.”

아니.”

너도 알잖아.”

 

지웅의 반문에 재율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자 지웅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해.”

아니요.”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웅이 왜 이러는 것인지 다른 사람보다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지키려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하고 싶어요.”

아니요.”

 

뒤에서 나타난 기쁨은 고개를 흔들었다. 재율은 미간을 모았다. 기쁨은 팔짱을 끼고 벽에 살짝 기댔다.

 

그쪽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곘지만. 그 카드가, 한 장이건 두 장이건 다 숨기고 있어요.”

저기.”

그게 뭔지 나는 궁금하지 않아요.”

 

재율이 말을 하려고 하자 기쁨은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씩 웃었다.

 

때로는 사람들이 모든 걸 다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하는 거예요. 스스로에 대해서 모든 걸 밝히면 그 순간 바보가 될 수도 있거든요. 조금 더 당신을 지키고 챙겨요. 그래야 하는 거예요.”

.”

 

재율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괜히 왔어.”

?”

답답해.”

 

시우의 말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너무 눈치를 보는 거잖아. 우리가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도 아니고 이래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러니까.”

 

시안도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이 섬에 오자고 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런 대우를 받고 그래야 하는 건데? 안 그래?”

라시안.”

언니. .”

 

시인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시안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답답한 마음이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우리가 모두 같이 정해서 이곳으로 온 거야. 누구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었다고. 그런데 자꾸만 그렇게 남 탓을 하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을 안 해?”

그렇지. 우리 모두가 정한 거지. 하지만 다른 의견을 낼 수나 있었어? 아니잖아. 그래놓고서 그게 지금 옳다는 거야?”

뭐라니?”

누나도 남을 수 있었어.”

 

시우의 덤덤한 말에 시안은 그를 노려봤다.

 

너도 언니 편이야?”

편이 어디에 있어?”

여기에 있지.”

라시안.”

알았어.”

 

시안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도 남을 수 있는데 굳이 이 섬으로 온 것이었으니까.

 

그냥 답답해서 푸념을 한 거야. 푸념. 그런데 이 정도 말도 못 하게 하면 사람이 살 수가 있어?”

다들 그런 생각을 하거든. 그렇지만 그걸 말로 하지 않아. 그런데 네가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거야. 정말로 그런 걸까? 그렇게 되어버리는 거라고. 알아?”

.”

 

시인이 이렇게 말을 하자 시안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 나서게 된다면 그게 물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왜 그러는 건지 너는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다 잘 하려고 한 거니까.”

그렇지.”

 

다 잘 하려고 한 거였다. 비록 그 결과가 이렇지만.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을 발견한 것도 다행이야. 우리 비행기. 기장하고 부기장이 죽은 것을 빼고는 비행기가 추락할 때 아무런 사고도 없었어. 그리고 차석우 씨도.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러네.”

 

신기한 일이었다. 비행기가 추락을 했는데 이렇게 피해자가 적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준 운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고. 우리 정말 행운이야. 이렇게 살아남은 일에 감사만 해도 부족해.”

알았어.”

 

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인이 자신에게 더 긍정적인 무언가를 주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시인은 싱긋 웃으며 시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약간 불안이 사라지려 하는 중이었다.

 

 

 

왜 또 온 거야?”

좋은 사람이었나 봐요.”

 

지아의 물음에 길석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우리에게는 그렇게 나쁘게 행동을 하고서. 우리와는 그렇게 적이 되어 놓고서는. 여기에서는 아니었나 봐요.”

당연하지.”

 

길석은 서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기에서 그렇게 군 것은 너희들 잘못이야. 너희들은 너희들만 옳다고 생각을 하고 행동했잖아.”

그건.”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섬의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은 길석의 행동에 의한 반작용이었다. 하지만 길석은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을 하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그렇게 행동을 하면 좋아요? 우리들이 왜 그랬는지 묻는 이유를 몰라요?”

중요하지 않아.”

뭐라고요?”

비밀은 지키지.”

 

길석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걸 부탁하는 거 아닌가?”

무슨?”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윤태가 그런 지아의 어깨를 양손으로 감싸고 살짝 힘을 주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무슨 부탁이요?”

그 섬에 생존자들이 있다는 거 말이야. 저 녀석의 매니저라는 놈하고. 그 승무원 계집이 그 섬에 있을 텐데.”

아니요.”

 

지아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길석이 무기로라도 쓸 수 있게 할 수 없었다.

 

죽었어요.”

?”

죽었다고요.”

 

지아의 단호한 말에 길석은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길석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에요. 이제 그 섬은 식량이 잡히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 섬으로 달아난 거고요.”

무슨.”

 

길석은 낮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눈에는 경계가 한 가득 담겨 있는 모양새였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믿건. 믿지 않건. 그건 임길석 씨. 당신의 자유에요. 그저 나는 지금 내 입장을 말을 하는 거니까.”

그게 무슨.”

 

길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지아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믿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가는 모양이었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저 한기쁨 씨에게 사과를 할 생각이 없냐고 온 거예요.”

사과?”

 

지아의 말에 길석은 킬킬 거리며 낮게 웃었다.

 

내가 왜?”

왜라뇨?”

그년 남편은 자기 실수로 그렇게 된 거야. 그런데 내가 그것에 대해서 도대체 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쪽이 죽인 거니까요. 아무리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에요?”

아니.”

 

길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아를 보며 씩 웃었다.

 

강지아 기자. 제대로 생각을 하란 말이야. 지금 잃을 것이 더 많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이야.”

그게 무슨?”

내가 많을 거 같아? 네가 많을 거 같아?”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 두 사람 중에 따지면 자신이 더 많을 수도 있었다.

 

그년 남편은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은 거야. 자기 혼자서 얼마나 잘난 척을 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죽은 거라고. 나 혼자서 그 녀석을 죽였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그 녀석이 나대다가 죽은 거야.”

시끄러워요.”

너도 의심하잖아.”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었다.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윤태도 그런 지아를 따라 돌아서 멀어졌다.

 

정말 믿는 거야?”

 

뒤에 길석의 말이 꽂혔다.

 

그 남자의 말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여기에 생존자가 있지. 그 남자는 죽을 일을 했어.”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한 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아는 그냥 무시하고 윤태의 손을 잡았다. 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손은 윤태의 손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