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섬의 사람들 4
“도대체 무엇이 달라지고 있단 말입니까?”
“금전적인 문제가 너무 큽니다.”
“금전이요?”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돈이라니. 고작 돈 문제 하나로 이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지금 농담을 하시는 겁니까?”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 여론이 다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금액이 너무 큰 문제이다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일단 사람들의 입장이 그리 되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게 무슨.”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저 사람을 우선으로 살리자는 것인데. 도대체 여기에 무슨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위성 사진을 지금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뭐라고요?”
“사람은 잡히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무슨.”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스모킹 건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거꾸로 그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었다.
“그렇게 선명하게 잡히는 사진 그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미 없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애초에 사람이 없더라면 누가 이런 것을 남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도대체 다들 무슨.”
“그러니 말입니다.”
민정수석의 대답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눈치를 보는 상황 같습니다.”
“눈치요?”
“보통 미국 방향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라고 하면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탑승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굳이 미국에서는 우리를 도울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항공사는 뭐라고 합니까?”
“법적으로 가자고 합니다.”
“법이요?”
“예. 보아하니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사고로 보입니다. 그러니 자신들은 마땅히 책임을 질 일만 해야 하지 그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것 같습니다. 비용이 너무 막대한 것 역시 영향이고요.”
“말도 안 됩니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책상을 내리쳤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여기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너무 우스웠다.
“내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네?”
“항공사 회장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멈칫하던 민정수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이마를 짚었다. 이쯤 되면 오기로라도 뭐든 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저기.”
“네?”
“혹시 생리대 좀 있어요?”
늦은 시간 몰래 텐트에 와서 누구인가 했더니 섬의 사람인 모양이었다. 지아는 재빨리 가방을 열어 생리대를 건넸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생리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네요.”
“네. 사실이에요. 깨끗한 수건도 있으니까 그것도 좀 드릴까요? 일회용만 계속 쓸 수는 없을 거예요.”
“아니요.”
여자는 다시 지아에게 생리대를 돌려줬다.
“좋은 사람이네요.”
“네?”
“부족할 수도 있는 물건을 주고.”
여자는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될 거 같아요.”
“믿어요?”
“네. 강봄이라고 합니다.”
봄은 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아는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았고 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쪽 이름은?”
“강지아에요.”
“같은 강 씨라 더 믿음이 가네요.”
그리고 이 말을 남기고 멀어지는 여자를 보며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뭐야?”
“뭐예요?”
“그러게.”
지아는 입을 쭉 내밀었다. 세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 사람들 다 이상한 거 같아.”
“어디 다녀오는 거야?”
“왜요?”
도혁의 물음에 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궁금할 이유가 있어요?”
“뭐?”
“어차피 우리는 각자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쓸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요.”
“뭐 그렇죠.”
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꼭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숨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도 저쪽 사람들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서요.”
“그걸 왜 그쪽이 신경을 쓰죠.”
“뭐.”
봄의 지적에 도혁은 입을 내밀고 씩 웃었다.
“우리가 석구를 데리고 있으니까?”
순간 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석구가 뭘할지 알잖아요.”
“미친 거 아니야?”
“여기에서 제정신인 사람이 있나?”
도혁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봄 씨. 조금 더 제대로 생각을 하자고요. 어차피 이 섬에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데 당신이 여기에서 더 미친 짓을 할지. 아니면 제대로 행동을 할지. 그건 알아야지.”
“말할 거야.”
“누구한테.”
봄이 돌아서자 도혁은 재빨리 그녀의 앞으로 다가서서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봐요. 강봄 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섬에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걸 모르는 건가?”
“말장난하지 마요.”
“당신이야 말로 수작 부리지 마.”
도혁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대꾸했다.
“저 사람들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그거 이쪽 사람들 완전히 무너지게 하는 거니까.”
“안 무너진 거예요?”
“뭐라고?”
“이미 무너진 거잖아요.”
봄의 발언에 도혁은 씩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네.”
“어차피 무너진 거 나 하나 뭐 마음대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을 거 같아요?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은 더 망가질 수 있죠.”
“뭐라고요?”
“뭐 그렇다고요.”
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봄은 뭐라고 한 마디 더 하려고 하다가 태욱이 나타나자 흠칫 놀라고 그대로 자신의 텐트로 향했다.
“뭐야?”
“뭐가?”
“또 협박이야?”
“아니야.”
태욱의 빈정거림에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협박이니 뭐니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내 입장에서 대해서 말을 한 거야.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우스운 상황인 거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저 사람들 봐. 얼마나 다정해? 우리도 저 정도는 아니라도 저거 못지는 않아야지.”
“그걸 내가 망치는 거야?”
“뭐.”
태욱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아니지.”
“그런데 왜 나에게 그래?”
“너는 망가뜨리지는 않지만 잘 되기를 바라는 쪽도 아니잖아.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거 같은데.”
도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태욱의 어꺠를 한 번 두드렸다.
“그만 나대라고.”
“나도 할 말은 해야지.”
“그게 상대방의 기분은 상하지 않게 해야지.”
도혁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게 나를 화나게 하면 안 되는 거지.”
“협박이야?”
“충고야.”
“충고라.”
태욱은 입술을 쭉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고라고 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나도 충고 하나 해도 돼?”
“아니.”
태욱의 물음에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없지.”
“자격?”
“그래. 너는 자격이 없어.”
태욱은 입을 내밀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도혁은 그런 그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심해.”
“그래.”
도혁의 충고에 태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
“도대체 뭐야?”
“뭡니까?”
“아니요.”
병태가 불쑥 나타나자 봄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병태는 입을 내밀고 눈을 가늘게 뜨며 봄을 응시했다.
“너무 혼자서 행동하지 말아요. 지금 저 사람들이 나타나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물론이죠.”
봄은 어색하게 웃으며 텐트로 들어갔다. 병태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병태는 혀로 이를 훑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봄은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 놈들.”
불쾌했다. 이 섬은 무조건 나가야만 했다.
“미친 새끼들이야.”
봄은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뭐 하나 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혼자서 이 텐트를 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강지아.”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걸까?
“생리대를 바로 줬는데.”
그런 건 함부로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알고. 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따물었다.
“좋은 사람이야.”
다른 것은 몰라도 좋은 사람 그건 하나 확실했다.
“그럼 같이 나가야 하는 건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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