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섬의 사람들 1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겁니까?”
“당연하죠.”
지웅의 긴장된 물음에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정도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입장에서는 믿음이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섬은 이상하거든요.”
“이상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가고 싶어요.”
도혁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은 당신네들처럼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다거나 그런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쪽하고 같이 하고 싶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지웅은 솔직하게 답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
“그렇죠.”
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이렇게 마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서로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도혁이 너무 순순하게 대답하자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미안합니다.”
“그쪽이 왜 미안합니까?”
도혁은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 거예요. 우리들이 조금 더 알고 나서야 그럴 수 있는 거죠.”
“뭐.”
도혁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제 친구 박석구. 그리고 이쪽이 최병태.”
“반갑습니다. 강지아입니다.”
“박석구입니다.”
다소 퉁명스럽게 생긴 사내가 지아의 손을 잡았다.
“최병태입니다.”
그리고 비썩 말라서 아무런 의욕이 없어보이는 사람이 이어서 지아의 손을 잡았다. 윤태도 바지에 손을 닦고 손을 내밀었다.
“이윤태입니다.”
“그쪽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석구가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그래요?”
윤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이유가 뭐야?”
“그냥 임길석 씨랑 대화 좀 하게 하려고.”
태욱의 말에 석구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정태욱.”
“알아. 알아.”
태욱은 양손을 들어보이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이렇게 막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야. 너 정말.”
“괜찮아.”
병태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뭐 문제가 될 거 있어?”
“하지만.”
“괜찮다고.”
석구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입을 살짝 내밀었다가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태욱이 너. 이 사람들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는 거 같아. 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이렇게 친하게 행동을 하는 거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야?”
“응.”
태욱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태욱의 반응에 석구는 미간을 모으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뭐가?”
“너 지금.”
“됐어.”
석구가 말을 길게 하려고 하자 병태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물이나 마시고 오자.”
“하지만.”
“어차피 이 사람들 지금 임길석이라는 인간이랑 만나러 온 거야. 저 살인자랑 무슨 말을 하고 싶겠지.”
“미안해요.”
지아의 사과에 석구는 그녀를 힐낏 보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병태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지아의 인사에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리 좀.”
“아. 네.”
지아의 부탁에 태욱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미친 거야.”
“뭐가?”
“말도 안 되잖아.”
석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야. 그런데 왜 저렇게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느냐는 거야.”
“왜 그래?”
태욱은 뒤를 쫓아서 고개를 저었다.
“석구 너 정말.”
“너 이상해.”
“뭐가?”
“저 사람들에게 약점이라도 잡혔어?”
“약점?”
석구의 물음에 태욱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미간을 모았다.
“너야 말로 이상한 거 아니야. 지금 우리들은 다 같이 생존을 한 거야. 반가워 해야 하는 거지.”
“그 동안 이 섬에 오지 않던 사람들이야. 한 달이나 그러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거라고.”
“그게 뭐?”
“수상하지 않아?”
“수상?”
태욱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물끄러미 석구를 응시했다.
“너 그거 망상이야.”
“나 치료 끝났어.”
“그런 말이 아니라.”
“나 치료 끝났다고!”
“그러지 마.”
병태가 석구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석구는 크게 숨을 쉬면서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석구야.”
“그만해.”
태욱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병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얘가 이러는 거 보고도 너는 계속 그런 말 하는 거야? 네가 석구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모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은 더 있었지만 굳이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석구야 미안해.”
“손 치워.”
“석구야.”
“잡아.”
석구가 태욱의 손을 밀어내려고 하자 병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석구는 그 손을 잡았다.
“나는 그저 생존자들끼리 힘을 합치자는 거야. 그러니까 나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아. 응?”
“알았어.”
석구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쉬고 싶어.”
“그래. 가자.”
병태는 짧게 눈인사를 하고 석구를 데리고 멀어졌다. 태욱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뭐가요?”
“이쪽은.”
“아.”
지웅의 물음에 도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아무리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서로 외면하고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이건 너무 심한데.”
“그렇죠?”
도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이상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각자 움직이는 중이었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 다른 생각들이 생기다 보니까 그게 이런 갈등을 만든 거죠.”
“그 갈등 끝에 그래도 어떻게 그쪽이 리더처럼 행동을 하게 되었군요. 뭔가 신기한 일입니다.”
“리더라.”
도혁은 지웅의 말을 다시 한 번 따라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그저 다들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겁니다. 이게 너무 귀찮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니까요.”
“귀찮은 일.”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아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쪽이 부럽습니다.”
“그렇죠.”
“두 사람 친해 보여요.”
재율이 나타나자 지웅은 살짝 경계를 했다. 혹시라도 재율이 무슨 말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럼 저희는 이제 돌아가죠.”
“알겠습니다.”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이상하게 보였지만 그가 신경을 쓸 일은 아니었다.
“학교 가기 싫어.”
“아들.”
영부인은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창피해서 학교를 갈 수가 없어. 아빠가 한 짓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
“아들.”
“둬.”
방에서 나오던 영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식탁에 걸터앉고 청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었다.
“대학생이 나도 가기가 귀찮은데. 쟤라고 뭐 가고 싶을 거 같아? 아주 귀찮은 일의 연속이니 말이야.”
“그래.”
“하여간.”
영부인은 살짝 눈을 흘겼다. 영애는 가볍게 어깨를 으슥했다.
“엄마도 점 정신을 차리셔.”
“너는 말을 해도.”
“나는 그냥 엄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엄마가 너무 아빠를 믿고만 있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안 믿어.”
“응?”
“아니야.”
영애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영애는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하여간 엄마는.”
“뭐가?”
“됐어. 그런 거 아무튼 나도 귀찮으니까. 쟤는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그냥 보내지 마요. 그래도 돼.”
“하지만 네 아빠가.”
“엄마 어차피 엄마 마음대로 할 거면서 아빠 말 하지 말고.”
영부인은 방으로 들어가는 영애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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