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도혁과 태욱 2
“감옥이라니.”
“가둘 거야.”
“야.”
태욱의 행동에 도혁은 앞을 막아섰다. 다른 사람들도 나타났지만 모두 구경만 하고 그들을 볼 뿐이었다.
“뭐 하는 거야?”
“너 이 사람이 이 섬에 왜 온 줄 알아?”
“뭐?”
태욱의 물음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이 사람이 여기에 온 이유가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살인.”
“뭐?”
“살인이라고.”
사람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태욱은 도혁을 밀어내고 그대로 길석을 감옥에 가뒀다. 다른 섬에서 온 사람들도 이 상황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욱아.”
“일단 우리 얘기 좀 하자.”
“그게 무슨?”
“여기 좀.”
태욱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사내 둘이 와서 감옥을 지켰다. 태욱은 지아를 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같이 대화 좀 하죠.”
“그러죠.”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것처럼 이 섬은 그렇게 먹을 것이 많은 섬이 아닙니다. 그래서 살기가 힘들고 많은 것을 생각을 해야 하는 섬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 섬에 저 사람이 나타난 겁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길석은 많은 것을 가지고 왔을 거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중요한 사람일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저 사람을 밀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배를 다시 가지고 간다면.”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지웅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우리는 그저 이 섬이 어떤 대륙에 이어진 곳이 아닐까 그 생각을 하고 온 겁니다.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요?”
지웅의 대답에 도혁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아랫입술읆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 섬은 두 분의 의견을 거의 다 듣네요.”
“아 저희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두 놈이 더 있어요. 넷이 친구인데. 나중에 소개를 하죠.”
“네. 알겠습니다.”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먼저 이 섬에 대해서 나설 이유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그쪽은 임길석 씨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사납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요.”
“살인자라니.”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도 믿을 수 없다고요.”
“사실이에요.”
기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이 임길석 씨가 죽인 차석우 씨의 아내 되는 한기쁨이에요.”
“안녕하세요. 문도혁입니다.”
“한기쁨입니다.”
기쁨은 도혁의 손을 잡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후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놓은 후 입을 열었다.
“남편은 원래 우리가 있던 섬에서 아무 희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섬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 생각을 같이 한 것이 바로 임길석 씨에요. 두 사람은 같이 떠났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남편의 시체가 떠올랐어요. 뭔가에 맞은 것 같은 몰골이었어요.”
기쁨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몸이 벌벌 떨렸다.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쁨의 팔을 문질렀다.
“그런데 저 사람이 살인마가 아니라고요?”
“그건.”
도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겠죠.”
태욱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태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부터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우리에게 지나칠 정도로 경계를 품은 사람이었고요. 그래서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유레카. 당신들이 이 섬으로 나타나 준 겁니다.”
“저기 이거 게임 아니에요.”
“아. 네.”
지아가 날카롭게 말하자 태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우리는 다시 이 섬을 떠날 거예요.”
“뭐라고요?”
“어차피 이 섬은 대륙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바다로 가서 다른 섬이 있는지 찾을 거예요.”
“그건 너무 위험한 결정입니다.”
지아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섬은 다른 사람들이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건 그쪽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알고 있죠. 하지만 바다의 방향이 바뀌는 날이 있어요. 그날 우리들은 모두 이 섬을 떠날게요.”
“그건.”
도혁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 사람들이 생겨서 안 그래도 식량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아서 나가준다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뭘 바랍니까?”
“뭐라고요?”
“우리에게 바라는 게 있을 거 아닙니까?”
“아니요. 없어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새로운 섬의 사람들하고 얽히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이들하고 얽히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거였다. 이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쪽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니에요. 우리는 그저 이 섬에서 나가고 싶어요.”
“그럼 언제 나갈 겁니까?”
“그믐이요.”
“그믐이요?”
“네. 그믐.”
지아의 단호한 말에 도혁과 태욱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 입장 우리 쪽 사람들에게 전하죠.”
“부탁해요.”
지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전히 떨고 있는 기쁨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사람들 말을 믿어?”
“당연하지.”
“뭔가 이상해.”
도혁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주지 않는 거 같아. 분명히 자기들만 아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아.”
“당연하겠지.”
“뭐?”
태욱의 간단한 대답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도 우리들에 대해서 모두 말하지 않았잖아.”
“그건.”
“우리도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데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줄 거라고 믿는 거야? 그거 웃긴 일이야. 우리가 먼저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 이상 저 사람들은 우리에게 모두 보여주지 않아.”
“그렇겠지.”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섬에서 온 사람들을 믿을 수도 없었다.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조건 사실을 말한다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저 사람들도 믿을 수 없을 수도 있어.”
“그렇지.”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적어도 임길석이라는 사람하고는 다르겠지.”
“그거야.”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일단 네 말을 들어줄게.”
“오케이.”
“그런데 요즘 너 너무 말이 많은 거 알지?”
도혁의 말에 태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은 그런 태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리 섬의 사람들은 저쪽하고 다른 거 알지?”
“알아.”
“조심해.”
“알았어.”
태욱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한쪽 뺨이 묘하게 떨렸다. 급하게 하려다가는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을 거였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지아의 물음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떨고 있는 기쁨을 보며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강지아 씨가 왜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 악마하고 마주하는 일이 너무 괴로울 거라는 거 아는데. 미안해요.”
“아니에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는 게 낫다. 이게 차라리 길석을 몰아세울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잘 된 거였다. 아무리 무서워도 해야만 하는 거였다.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얻어낸 거잖아요.”
“그렇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는 섬으로 돌아갈 명분을 얻었으니까요.”
“돌아간다.”
윤태의 얼굴을 보며 지아는 씩 웃었다.
“일단 돌아가야지. 그래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윤태는 지아의 손을 살짝 잡았다. 긴장되는 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에게 실제로 닥친 일이었으니까.
“이거 분명한 거죠?”
“그렇습니다.”
참모의 말에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어떤 명분을 찾은 거였다.
“SOS라니.”
“이걸 그 동안 보지 못했다니.”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위성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이왜 지도에 없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해변이 있기는 하지만 접안이 쉽지 안하서 미국에서도 버려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접안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구조에 더 많은 공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미국 입장은?”
“일단 돕겠다는 겁니다.”
“그래?”
“예. 전에는 다소 애매한 반응이었으나 이 확실한 사진이 나오니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대통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아무리 귀찮아도 쉽게 외면하거나 할 수는 없을 거였다.
“일단 우리쪽 해군은?”
“최대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요. 일단 준비를 해야지.”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 새로운 일의 시작이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였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0장. 섬의 사람들 1] (0) | 2017.04.22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9장. 도혁과 태욱 3] (0) | 2017.04.2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7장. 도혁과 태욱 1] (0) | 2017.04.19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6장. 임길석 3] (0) | 2017.04.19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5장. 임길석 2] (0) | 2017.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