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도혁과 태욱 1
“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젠장.”
총리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였다. 영부인이라는 얼굴로 이죽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4선 의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여자도 뭔가 수가 없으니 이쪽에 도움을 청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거 총수님의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대통령을 밀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총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을 하려고 하더라도 그의 머리로는 이 상황이 빠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리 남편이 밉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 여자가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거야. 모두 다 날릴.”
“그렇지만 잘만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총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쓰면 되는 거지.”
“어차피 영부인도 날려야 합니다.”
“뭐?”
“언제까지 우리가 그 여자 아버지 후광에 밀려서 살아야 합니까? 그건 너무 끔찍한 일입니다.”
“뭐. 그렇지.”
총리는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자신에게 어떤 선택이 있고 그것을 잘 써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이 되었다.
“일단 재미있는 일을 준비는 해보지.”
“그렇게 하죠.”
“무슨 생각인 겁니까?”
“뭐가 말이야?”
“그 사람들하고 그쪽.”
태욱의 날이 선 물음에 길석은 미간을 모았다. 원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것은 다소 심한 거였다.
“그쪽이라니.”
“그럼 아닙니까?”
“내가 자네 아버지 뻘이야.”
“아버지에게도 이렇게 합니다.”
태욱의 되바라진 답에 길석은 혀를 찼다.
“하여간 어린 놈이.”
“여기에서는 그런 거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요?”
도혁이 다시 나타나자 길석은 미간을 모았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내가 와서 이곳의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을 잊은 게야? 모두 다 내 덕이야.”
“그렇죠. 그런데 그게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것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 사람 들 거더군요.”
“뭐라고?”
길석의 눈이 재빨리 움직였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빠르게 파악을 해야만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시지 않습니까? 그쪽은 저들과 같은 섬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그 섬에서 그 모든 게 이뤄진 것 아닙니까?”
“그거야.”
“그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그냥 말려들 수는 없었다.
“만나겠네.”
“뭐라고요?”
“만나겠다고.”
길석의 대답에 도혁과 태욱은 서로를 마주했다.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길석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거였다.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였다.
“좋습니다. 잠시 후에 그리로 가죠.”
“이상하지?”
“그거야.”
“문도혁.”
“그래.”
태욱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했다. 분명히 이상했다. 길석이 묘하게 초조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전혀 그럴 것이 없었는데. 길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지금 그 행동. 임길석 씨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우리에게 한 말이 사실이 아니니까 그렇게 망설이고 겁을 내는 거라고. 그게 사실이라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안 그래? 너도 이상하잖아.”
“그래.”
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지금 많이 이상한 상황이었다. 길석은 꽤나 수상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우리랑 뭘 하자는 거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일단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분명한 거지.”
태욱은 아랫입술을 물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변하는 거지.”
“일단 너에게 맡길게.”
“오케이.”
“대신 네가 책임도 지는 거야.”
“당연하지.”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들어가시죠.”
길석은 물끄러미 태욱을 쳐다봤다.
“뭐하자는 거지?”
“뭐가요?”
“나만 들어가라고.”
“네.”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저기에서 죽건 말건 나는 상관을 하지 않아요. 그저 내가 저 사람들하고 약속을 한 것을 지키는 거예요. 저쪽은 당신만을 보기를 원하니까. 내가 일단 살짝 빠져주기로 했어요. 어때요?”
“흥미롭군.”
길석은 선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내가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저 사람들하고 손을 잡으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는 거지?”
“그러게요.”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때 가서 정해보죠.”
길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태욱을 마주봤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지아 일행이 있는 텐트로 들어갔다. 모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석은 뒤를 보니 태욱이 멀어졌다. 길석은 손을 비비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왜 보자고 한 거지?”
“사과하지 않아요?”
“뭐?”
“여기 한기쁨 씨에게 사과를 해야죠.”
지아의 말에 길석의 눈은 묘하게 변했다. 길석은 기쁨을 위아래로 훑더니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불쌍한 놈이야.”
“뭐라고요?”
“저렇게 맛 좋은 년을 두고.”
윤태가 나서려고 하자 지아는 윤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래서 사과를 할 생각이 없다고요?”
“그래.”
“왜 죽인 거죠?”
“뭘?”
“한기쁨 씨의 남편. 차석우 씨를요.”
길석은 물끄러미 지아를 보더니 씩 웃고 고개를 저었다.
“멍청하잖아.”
“뭐라고요?”
“그냥 저 계집이 잠자리에서 어떠느냐고 물었어. 그냥 대답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발끈하더라고. 그런데 저 년 아주 먹기 좋게 생겼잖아.”
“더러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웅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앞으로 나섰다.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한 겁니까?”
“무슨 말?”
“무슨 말을 했기에 사람을 죽인 당신이 여기에서 인정을 받는 겁니까?”
“멍청하니까.”
“뭐라고요?”
“이 섬의 것들은 멍청해.”
길석의 눈은 서늘하게 빛났다.
“그래서 아주 쫄쫄 굶고 있더라고요.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모두 다 죽었을 거야. 그러니 내 말을 듣는 거지.”
“그렇군요.”
지웅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겁니까?”
“너희도 멍청하니까.”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이 듣는 다면요.”
“뭐?”
길석의 눈이 순간 불안해졌다. 안 그래도 고생을 했는지 퀭해진 그의 눈은 더욱 깊이 들어가 보였다.
“뭐라는 거야?”
“다 듣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그게 무슨?”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옆으로 비켜나자 그 뒤에서 태욱이 나타났다. 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반가워요.”
“분명히. 우리들끼리만 말을 한다고.”
“그랬죠.”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쪽을 쉽게 믿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강지아 씨에게 도움을 청했죠.”
“그게 무슨,”
길석의 얼굴이 사납게 변했다. 태욱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쪽 사람들을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죠. 나는 원래 그쪽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뭐라고?”
“사람을 죽였다고요?”
길석의 눈이 순간 사납게 변했다.
“저것들이 먼저 나를 내쫓았어.”
“뭐라고요?”
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이 상황이 되어서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건데요? 우리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는 건데요?”
“너희가 나를 괴물로 봤잖아.”
“당신은 괴물이니까요.”
지웅의 말에 길석은 순간 멍해진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당신은 괴물입니다.”
“내가 괴물이라고?”
“네. 당신은 괴물입니다.”
길석의 멍해진 표정과 다르게 모두 다 단호했다. 태욱은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들이 왜 이렇게 길석에게 적대심을 품은 것인지 알고 있으니 나머지 문제는 다음에 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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