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작은 균열 3
“이게 말이 되나?”
“죄송합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힘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힘이 없을 줄은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을 줄은 몰랐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그대가 죄송할 일이 아니지.”
보좌관의 사과에 대통령은 엷은 미소로 대답했다. 이건 그 동안 자시이 너무 무능했던 탓이었다.
“내가 직접 미국과 대화를 하겠네.”
“네?”
“안 되는 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 하겠네.”
대통령의 대답에 보좌관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좀 괜찮아요?”
“응.”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내가 그 동안 너무 나댄 것은 사실이니까. 누군가가 나를 좋지 않게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요. 그거 강지아 씨도 알고 있잖아요.”
“그런가?”
지아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자신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아니더라도 여기까지 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내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됐어.“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식의 말을 하면 할수록 더 힘이 빠지는 대화였다.
“내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래도 라시안 씨가 더 이상 흥분하지 않게 된 거니까. 다행이지.”
“뭐 그렇지만.”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무슨 말을 더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실이에요. 자기 혼자서 잘난 것처럼 그렇게 행동을 하면 뭐 하자는 겁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니라고요.”
“왜?”
“아니에요.”
윤태가 단호히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지아는 싱긋 웃었다. 고마웠다. 지아는 손을 내밀어서 윤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착하다.”
“뭐 하는 겁니까?”
“좋아하는 거?”
“나를요?”
“네. 너를요.”
지아의 밝은 미소를 따라 윤태도 웃었다.
“이거 되게 기분 좋다.”
“뭐가?”
“기자님이 나 좋아하는 거.”
“또 기자님.”
“사실이니까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윤태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고마워요.”
“뭐가요?”
“이렇게 나를 위로해줘서.”
“나는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데.”
“뭐가요?”
“위로할 수 있게 해줘서요.”
윤태는 손을 내밀어서 지아의 손을 꼭 잡았다.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가볍게 그를 밀어내는 시늉을 했다.
“선수야. 선수.”
“다 연기하면서 배운 거예요.”
“내가 들은 그 소문들은?”
“다 거짓말인 거 아시잖아요.”
“설마. 다 거짓말일까?”
“네. 다 거짓말입니다.”
윤태가 호기롭게 내뱉은 말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윤태는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서 품에 꼭 안았다.
“힘들어하지 마요.”
“응.”
“너무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지도 말고요. 그럴 이유 하나 없잖아요.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해요.”
“그러게.”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다 할 이유가 없었다. 같이 하면 되는 거였다.
“같이 해야지.”
“네. 같이 해요.”
윤태는 지아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했다. 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뭐가?”
“누나.”
“됐어.”
시우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려고 하자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 너한테까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잖아. 이젠 내 감정까지 컨트롤 하려고 해?”
“누나.”
“됐다고.”
시안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따.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다들 나에게 이러는 거야? 우리들은 머 자유도 없니? 불만이 있으면 불만이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왜 다들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구는 건데?”
“무슨 일이 있는 거니까.”
“뭐?”
“누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흔들려.”
“아니.”
시우의 지적에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흔들릴 사람들이야.”
“누나.”
“내가 아니었어도 이미 흔들릴 사람들이었다고. 그 사람들이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아무 불만이 없을 거 같아?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라시우. 너도 제대로 좀 생각을 하란 말이야.”
“하지만.”
시우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시안이 들을 생각이 없는데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누나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나 늘 이랬어.”
“아니.”
시안의 대답에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나 안 그랬어.”
“네가 어떻게 아는데?”
“내가 누나 동생이니까.”
“동생?”
시안은 사나운 눈으로 시우를 응시했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를 했는데. 늘 내갸 앙보하고. 또 양보하고 그래야 했어.”
“그래서 싫었어?”
“응.”
시안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시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외도 나오기 싫었어.”
“누나.”
“네가 졸랐잖아!”
시안이 악을 쓰자 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그냥 너 혼자 다녀오라고 했어. 그런데 너랑 언니랑. 두 사람이 내 인생을 이렇게 망친 거야.”
“그거야 당연히 같이 가면 더 좋으니까. 나 혼자 나가는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잖아. 같이 가는 게 좋으니까.”
“그게 나는 싫어.”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꼭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하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된 거야.”
시안은 이 말을 남기고 시우를 보고 깊은 숨을 내뱉었다.
“너는 세상이 반드시 네 위주로 간다는 생각을 하지 마. 그거 아주 유약하고 역겨운 생각이니까.”
시안은 그대로 멀어졌다. 시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자신이 뭔가 엄청난 실수라도 한 것 같았다.
“누나가 늘 저렇게 느끼던 건가?”
시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일단 우리가 가서 이야기를 하죠.”
“아니요.”
지웅이 가려고 하자 기쁨이 말렸다.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 않을 거예요 생선을 잡는다는 핑계로 매일 바다를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거 하지 않으면. 거꾸로 우리만 스스로 갇히는 거예요.”
“맞아요.”
나라도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그럼 탈출하는 날도 배를 타면 이상하게 생각을 할 거라고요. 지금이야. 어차피 생선을 잡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이거 안 하겠다고 하면 그대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대신 일이 많잖아요.”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세연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우리가 원래 섬에 있을 때도 이 정도 일은 했어요. 그런데 뭐 이정도 일을 한다고 해서 화를 낼 건 없죠.”
“그래요. 미안.”
시인이 세연의 어깨를 주물렀다.
“이럴 게 아닌데.”
“아니요.”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느끼는 감정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는 크고, 누군가는 작죠. 라시안 씨는 그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거고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겠지.”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무거운 분위기였다.
“할 말이 있다고요?”
“네.”
시안은 도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지 않아요?”
“뭔데요?”
“대신 약속을 하죠.”
“약속이요?”
도혁의 눈썹이 묘하게 움직였다.
“무슨 약속이요?”
“내가 당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줄게요. 그 대신 당신은 나에게 뭘 줄래요? 나도 뭔가 얻을 게 있어야죠.”
“그런 거라면 됐습니다.”
“뭐라고요?”
도혁의 간단한 대답에 시안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이죠?”
“나 별로 그쪽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거든요. 나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데리고 가지는 마시죠. 나 그런 거 별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게 무슨?”
“그럼 할 말은 없는 거죠?”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혁은 그런 시안을 두고 멀어졌다.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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